2021년 한 해도 지난해에 이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의 사투가 계속됐다. 백신 보급으로 대유행을 극복하고 '위드코로나'에 대한 희망을 품기도 했지만, 연말까지 '오미크론' 변이 등이 맹위를 떨치며 여전히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와 함께 '집콕'을 이어 가야 할 상황이다. 지난 1년 테크M은 위기 속에서도 혁신을 이어간 테크 기업들의 소식들을 부지런히 전달했다. 이들이 내년에는 '전화위복'의 새로운 희망을 만들어내길 기대하며 올해 주요한 이슈들을 정리한다.<편집자주>


드라마 '오징어게임'을 현실에서 구현한 유튜버 '미스터 비스트'의 오징어게임 영상 /사진=영상 캡쳐
드라마 '오징어게임'을 현실에서 구현한 유튜버 '미스터 비스트'의 오징어게임 영상 /사진=영상 캡쳐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미국 뉴욕에서도, 호주 시드니에서도 익숙한 노래가 울려퍼진다. 우리나라의 놀이를 전세계 190개 국가에서 함께 즐기게 됐다. 드라마 '오징어게임'이 만들어낸 진풍경이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한국 콘텐츠의 '세계정복'은 이제 시작이라는 평가다. 한국 콘텐츠 수출액 규모는 매년 덩치를 키워오다 이젠 '전기차' 등 제조업 분야까지 앞지르게 됐다. 콘텐츠로 인한 문화적인 관심은 화장품, 패션 등 소비재 수출 확대를 견인한다. 또 국가 브랜드 파워 증대 등 후방 효과까지 창출한다는 점에서 잠재성은 더 크다.


'승리호'로 시작해서 '오징어게임'으로 꽃 피우다

한국 콘텐츠의 '초대박' 조짐은 올초부터 시작됐다. 올해 2월 넷플릭스를 통해 전세계에 공개된 '승리호'는 전세계 28개국에서 1위에 올랐다. 글로벌 전체 순위로도 1위를 기록하며 한국 콘텐츠의 저력을 보였다. 이어 두 달 뒤, 배우 윤여정은 '미나리'로 미국 아카데미상 한국인 첫 여우조연상을 차지하며 전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지난해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에 이어 영화 산업의 종주국인 미국을 연이어 사로잡으며 '이례적인 감동'을 선사했다.

우주 쓰레기 청소선 '승리호' / 사진 = 넷플릭스
우주 쓰레기 청소선 '승리호' / 사진 = 넷플릭스

'오징어게임'은 뜨겁게 달궈지던 한국 콘텐츠 열풍에 화룡점정을 찍었다. 오징어게임이 '자막의 장벽'을 넘어 미국에서 가장 많이 본 콘텐츠 1위에 오르는 순간, 전세계는 전율했다. 이후 이 작품은 '영국' '프랑스' 등 유럽을 거쳐 '인도'까지 이르며 신드롬을 일으켰다. 순위 공개를 하지 않은 나라를 포함하면 94개국 1위, 1억1100만 가구가 시청해 넷플릭스 역사상 가장 많이 본 콘텐츠에 등극했다. 

연이은 '대박행진'으로 '믿고 보는 한국 콘텐츠' 공식도 굳어지기 시작했다. 오징어게임 이후 후속작 모두 전세계 시청순위 '대박'을 치며 흥행열기를 이어오고 있는 것. '마이네임' '지옥' 등 후속 콘텐츠는 전세계 시청순위 1위를 오랜 기간 차지하며 한국 콘텐츠가 국경의 장벽을 넘어섰음을 실감케 했다.


웹툰과 웹소설, 한국 콘텐츠 꽃 피우는 토양되다

한국 콘텐츠가 꽃을 피울 수 있었던 것은 탄탄한 토양이 존재한 덕분이다. 웹툰과 웹소설은 그 자체로도 매력적인 한국 콘텐츠이면서도, 또 다른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토양으로 자리잡고 있다. '스위트홈' '승리호' '지옥' 등 글로벌 흥행 콘텐츠 역시 원작 웹툰과 웹소설을 기반으로 탄생할 수 있었다.

/사진=카카오엔터테인먼트 제공
/사진=카카오엔터테인먼트 제공

한국 콘텐츠가 떠오르면서 웹툰과 웹소설을 향한 관심도 함께 증가하고 있다. 대박을 기원하며 '로또'를 사는 것처럼, 웹툰과 웹소설로 흥행 콘텐츠 발굴해보겠다는 기대감에서다. 네이버웹툰은 미국 바이아컴CBS인터내셔널스튜디오(VIS)와 콘텐츠 제작 동맹을 맺었다. 이곳은 CBS, MTV, 니켈로디언 등 방송사와 동영상서비스(OTT) 파라마운트플러스, 영화 제작사 파라마운트픽처스 등을 보유한 기업이다.

웹툰과 웹소설의 글로벌 진출 또한 속속 이뤄지고 있다. 네이버웹툰은 북미 최대 웹소설 플랫폼 '왓패드'를 인수하며 570만명의 창작자, 10억개의 원천 콘텐츠를 확보했다. 카카오도 북미 웹툰 플랫폼 '타파스'와 웹소설 플랫폼 '래디쉬', 무협 웹소설 플랫폼 '우시아월드'를 인수했다. 이는 한국 웹툰·웹소설의 토양이 전세계로 넓어진 것이다. 씨앗이 뿌려진 만큼 흥행 콘텐츠도 속속 꽃피울 것으로 전망된다.


물주고 거름주고, 한국 콘텐츠에 '돈다발' 몰린다

한국 콘텐츠의 '대박행진'을 목격한 수많은 이들은 가만있지 않는다. 너도나도 '돈다발'을 들고 한국 콘텐츠에 투자를 해보겠다며 달려들고 있는 것이다. 탄탄한 토양도 갖춰졌겠다, 물과 거름만 제때 주면 멋지게 꽃을 피우고 과실도 맺을 것이란 생각이 반영된 움직임이다. 한국 콘텐츠에 자본이 본격 몰려들고 있는 만큼 흥행 콘텐츠가 앞으로 더 자주, 많이 발굴될 것이란 기대감이 무르익고 있다.

한국 콘텐츠의 과실을 가장 많이 딴 '넷플릭스'가 아주 적극적이다. 넷플릭스는 올해만 5500억원을 한국 콘텐츠에 투자했다. 이는 넷플릭스가 지난 2016년 한국 진출 이후 5년간 콘텐츠 제작에 투자한 7700억원의 70%를 한해에 투자하는 계획으로 주목받았다. '오징어게임' '지옥' 등 연이은 흥행에 내년엔 투자 규모가 더욱 커질 것으로 점쳐진다. 이미 넷플릭스는 한국 콘텐츠 업무를 전담하는 신규 법인 '넷플릭스엔터테인먼트'도 설립했다. 이어 2개 스튜디오와 계약을 맺고 공격적인 콘텐츠 수급에 나서고 있다.

/사진=디미닛
/사진=디미닛

디즈니 역시 한국 콘텐츠에 진심이다. 디즈니플러스는 한국, 홍콩, 동유럽 국가에 진출하면서 160억달러(약 17조원) 이상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2023년까지 아시아태평양지역에서 50개 이상의 오리지널 콘텐츠를 확보하겠다는 의지다. 디즈니플러스의 모기업 월트디즈니가 내년도 콘텐츠 제작에 편성한 예산은 약 330억달러(약 39조3000억원)에 이른다. 올해보다 80억달러(약 9조500억원) 증액했다. 

이 외에도 수많은 사업자가 한국 콘텐츠에 투자하겠다며 소매를 걷어 붙였다. 애플은 애플TV 오리지널 작품 수급을 위해 거액을 쏟아붓고 있다. 내년 공개 예정인 '파친코'는 한 시즌 총 제작비가 10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추산돼 이목을 끈다. 애플의 한국 콘텐츠 투자 규모가 상당하다는 점을 시사하기 때문이다. 아이치이 역시 한국 드라마 판권을 한해만 30여편을 구매하는 등 '통큰 투자'를 이어오고 있다. 


꽃 피운 한국 콘텐츠, '제2의 반도체'를 향해 간다

너도나도 물과 거름을 들고 한국 콘텐츠를 키워보겠다고 나서는 만큼, 내년엔 더 많은 한국 콘텐츠가 꽃 피울 전망이다. 오징어게임의 '무궁화꽃'이 전세계에 활짝 핀 것처럼 말이다. 이에 따른 경제적 파급효과 역시 무궁무진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세계인들이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하며 놀고, ‘달고나’를 만들어 먹는 시대가 되면서, 한국식 '츄리닝' '달고나' 판매가 증가하는 현상을 우린 이미 목격했다.

글로벌 열풍을 불러일으킨 넷플릭스의 '오징어게임'. /사진=디미닛 제공
글로벌 열풍을 불러일으킨 넷플릭스의 '오징어게임'. /사진=디미닛 제공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올해 콘텐츠산업 매출 규모는 전년 대비 6.0% 증가한 133조6000억원, 수출액은 6.8% 늘어난 115억6000만 달러(약 13조7332억원)으로 확인됐다. 고용 규모는 1.1% 증가한 67만명을 기록할 전망이다. 단순히 수치로만 비교해보면, 전기·수소 등 친환경차(103억5000만 달러), LNG선박(73억5000만 달러), 이차전지(79억3000만 달러) 등을 넘어선 규모다.

주목할 점은 한국 콘텐츠 수출엔 후방 효과가 항상 뒤따른다는 점이다. 콘텐츠로 인한 문화적인 관심은 화장품, 패션 등 소비재 수출 확대로 연결되는 탓이다. 넷플릭스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20년까지 한국 콘텐츠에 투자한 7700억원을 바탕으로 조사해 본 결과, 다양한 작품에서 5조6000억원의 경제적 파급 효과를 창출할 때 패션, 관광, 뷰티, 푸드 등 산업에서도 약 2조7000억원에 달하는 효과를 냈다.

전세계 콘텐츠 시장 규모로 볼 때, 성장 가능성이 더욱 무궁무진하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글로벌 콘텐츠 시장은 2017년 2조 달러(약 2376조원)에서 2022년 2조5000억 달러(약 2970조원)로 연평균 4.4% 성장할 전망이다. 자동차(약 1조3000억 달러, 약 1451조원), 시스템 반도체(약 2907억 달러, 약 345조원) 등 주력 산업과 비교해봐도 압도적으로 규모가 큰 '블루오션' 시장인 셈이다.

이영아 기자 twenty_ah@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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