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의 시대#
2화. 로봇 시장에 뛰어든 대기업
로봇은 시키는대로 다 하고 배신하지 않는다. 이 충직한 존재에게 재벌 오너들은 이미 흠뻑 빠져들어 있다. 지난 1월 열린 세계 최대 전자·IT 전시회 'CES 2022'에서 가장 주목을 받은 기술 중 하나는 로봇이었다. 이 자리에서 삼성, LG, 현대차 등 국내 주요 대기업들은 모두 로봇을 들고 나왔다.
로봇은 공상과학이 아닌 '현실'이다
CES에서 로봇으로 가장 깊은 인상을 기업은 현대차그룹이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로봇 개 '스팟'을 데리고 무대에 등장했다. 현대자동차 전시 부스에는 자동차가 없었다. 대신 로봇이 주인공이었다. 방탄소년단(BTS) 노래에 칼군무를 추는 로봇 개들은 관람객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이 자리에서 정 회장은 모빌리티 기업으로서의 미래 비전을 밝히며 '로봇'을 50번 정도 언급했다. 현실과 가상세계를 넘나드는 미래 '메타모빌리티' 개념을 현실화하기 위해선 로봇이 교두보 역할을 할 것이란 설명이다. 이를 위해 현대차는 지난해 1조원이 넘는 돈을 투자해 세계 최고의 로봇 기술 기업 '보스턴다이내믹스'를 인수했다.
보스톤다이내믹스는 로봇개 스팟과 공중제비도 거뜬히 도는 2족 보행 로봇 '아틀라스' 등을 개발한 회사다. 보행 기술에 있어선 세계 최전방에 있는 기업이다. 정 회장은 스팟이 스마트폰 같이 언제나 사람과 함께 다니는 필수품이 될 것이라 자신했다. 로봇공학이 더 이상 '공상과학' 속 꿈이 아닌 '현실'이라는 얘기다. 이를 증명하듯 지난달 말 열린 현대자동차 주주총회에선 로봇 '달이'가 주주들에게 손을 흔들며 반갑게 맞이했다.
삼성전자 미래사업 지목에 로봇주 '들썩'
삼성전자도 그간 CES에 꾸준히 로봇을 선보여왔다. 2019년에는 돌봄 로봇 '삼성 봇 케어'를, 2020년에는 차세대 반려로봇 '볼리'를 공개했다. 올해는 지난해에 처음 선보인 가사 보조 로봇 '삼성 봇 핸디'가 실제 생활에서 어떻게 활약할 지 구체화됐고, 인터랙션 로봇 '삼성 봇 아이'도 처음 공개됐다. 이 두 로봇은 전시장에서 사용자의 영상 회의를 준비해주거나 저녁 식사를 위한 테이블 세팅을 해주는 등의 시나리오를 선보였다.
삼성은 지난해 연말 조직개편에서 로봇사업화 태스크포스(TF)를 정식 조직인 '로봇사업팀'으로 격상하며 본격적인 사업에 나설 준비를 마쳤다. 지난달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한종희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은 로봇을 삼성의 미래사업으로 콕집어 얘기했다. 그는 "로봇을 고객 접점의 새로운 기회영역으로 생각하고 전담조직을 강화해 로봇을 신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며 "다양한 영역에서 로봇 기술을 축적해 미래 세대가 '라이프 컴패니언' 로봇을 경험할 수 있도록 앞장설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런 발언 덕에 연초부터 들썩이던 로봇 관련주가 폭등하기 시작했다. 로봇 산업이 워낙 범위가 넓다 보니 주가가 오른 기업들과 삼성의 로봇 산업 간 직접적인 연관성은 좀 더 세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겠지만, 적어도 로봇산업 전반의 '훈풍'은 기대해 봄 직하다. 지난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전략사업에 향후 3년간 240조원을 신규 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는데, 여기엔 시스템 반도체, 바이오, 차세대 이동통신, 인공지능(AI) 등과 함께 로봇도 한자리를 차지했다.
삼성이 로봇 분야에 돈을 풀기 시작할 것이란 기대감은 관련 기업 인수합병(M&A)에 대한 희망도 낳고 있다. 120조원이 넘는 현금을 들고 있는 삼성전자는 조만간 시스템 반도체, AI, 전장 등 다양한 사업군에 대한 M&A를 단행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는 데, 로봇 분야도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LG도, KT도 미래 먹거리는 '로봇'
LG그룹 구광모 회장도 취임 초부터 미래먹거리로 로봇을 지목했다. LG전자는 지난 2018년 CES에서 처음 로봇 브랜드 'LG 클로이'를 선보였고, 같은 해 구 회장이 LG그룹 회장에 공식 취임한 뒤 제조용 로봇업체 '로보스타' 경영권을 인수하며 사업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LG전자는 서비스 로봇 사업화에 가장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LG 클로이 가이드봇'은 이미 인천공항, 코엑스몰, 서울경마공원, 서울시민대학, 부산시청 등에 출근 도장을 찍으며 종횡무진 활약하고 있다. 이외에도 비대면 방역 로봇 'LG 클로이 UV-C봇', 자율주행 서비스 로봇 'LG 클로이 서브봇', 커피 만드는 'LG 클로이 바리스타봇' 등을 선보였다. 올해 CES 2022에도 온라인 콘퍼런스를 통해 LG 클로이 가이드봇, LG 클로이 서브봇, 실내외 통합배송로봇 등을 주력 제품으로 소개했다.
최근에는 KT도 'AI방역로봇'을 선보이며 로봇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삼성, LG 같은 제조사 뿐만 아니라 플랫폼 사업자도 나름 로봇 사업에 강점을 갖고 있다는 게 KT 측의 설명이다. KT 경제경영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로봇 시장은 2025년 기준 누적 23만대의 로봇이 보급되고, 2조8000억원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로봇 시장이 제조 로봇 위주에서 서비스 로봇으로 옮겨갈 것이란 전망도 내놓았다. 이에 KT는 단순 제품 판매가 아닌 로봇 플랫폼 기반의 종합 서비스 형태로 사업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남도영 기자 hyun@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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