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성 CJ ENM 대표/사진=CJ ENM
강호성 CJ ENM 대표/사진=CJ ENM

 

CJ ENM의 1분기 실적이 시장 기대치(컨센서스)를 밑돌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콘텐츠 명가'라는 별칭에 걸맞게 제작비 투자가 갈수록 확대되고 있는 점이 주요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콘텐츠를 향한 CJ ENM의 '투자' 기조는 올해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콘텐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제작비 경쟁이 심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밀리지 않는 경쟁력을 갖추기 위함이다. 

장기적 성장에 치중한다 하더라도, 단기적 성과 또한 놓칠수 없는 부분일터. 제작비 투자 상향에 따른 수익성 악화 국면에 진입한 CJ ENM의 '믿을맨'으로는 동영상서비스(OTT) 티빙이 지목되고 있다.


콘텐츠 제작비 증가에...CJ ENM, 1Q 흐림 전망

26일 증권가에 따르면, 1분기 CJ ENM의 연결기준 매출액은 전년동기대비 4.6% 증가한 8280억원, 영업이익은 33.3% 감소한 625억원으로 예측된다. 시장 기대치인 영업이익 708억원을 하회할 것이란 예상이다.

콘텐츠 제작비 증가에 따른 수익성 악화 국면에 진입했다는 평가다. 콘텐츠를 담당하는 미디어 부문은 외형 성장에 집중한 사업 전략으로 매출액이 전년동기대비 9.1% 증가한 4212억원을 예상하나, 제작비 증가로 영업이익은 31.6% 줄어든 368억원을 기록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미디어 부문을 제외한 사업 부문이 실적을 뒷받침하고 있지 못해 더욱 뼈아프다. 커머스 부문은 TV 취급고의 감소로 전년 동기보다 15.1% 줄어든 286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할 전망이다. 영화 부문은 개봉작의 부재로 영업적자(-11억원) 폭이 소폭 확대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음악 부문은 케플러와 엔하이픈의 데뷔 및 앨범 성과로 영업이익이 81억원으로 전망되지만, 전체 매출 비중의 10% 전후를 차지하고 있어 실적을 큰 폭으로 이끌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강호성 CJ ENM 대표 /사진=CJ ENM 제공
강호성 CJ ENM 대표 /사진=CJ ENM 제공

 


수익성 떨어져도 실탄 쏟아붓는다...8600억원 투입

CJ ENM은 올해 콘텐츠 투자를 더욱 확대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CJ ENM은 올해 콘텐츠 제작비로 예산 8600억원을 편성했다. 지난해(8000억원) 대비 투자 규모가 더욱 커졌다. 올해 만이 아니다. 향후 몇 년간 CJ ENM의 '닥치고 투자' 기조는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 CJ ENM이 2026년까지 5조원 이상의 자금을 콘텐츠에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세워둔 탓이다.

CJ ENM이 투자금을 지속확대하는 것은 글로벌 시장에서 승부볼 수 있다는 믿음에서 기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금 뿌려둔 씨앗이 훗날 더 큰 과실로 돌아올 것이란 것. CJ ENM은 글로벌 시장에 통하는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멀티 레이블 스튜디오 체제'를 구축, 콘텐츠 투자를 확대하는 전략을 세웠다. 디즈니 등 글로벌 콘텐츠 기업들처럼 장르별로 특화된 다수의 스튜디오들을 산하에 두면서 콘텐츠의 양과 질을 동시에 확보하는 방식으로 글로벌 경쟁에 나서겠다는 구상이다.

CJ ENM은 영화 애니메이션 예능 등 멀티 장르 중심의 스튜디오스, 국내 드라마를 제작하는 스튜디오드래곤, 글로벌 제작을 담당하는 엔데버콘텐트 등 '삼각편대'를 구축했다. 스튜디오스는 국내외 OTT 플랫폼을 겨냥한 멀티 장르 콘텐츠를 중점적으로 기획개발·제작한다. 영화, 애니메이션, 예능 등 장르적 한계를 두지 않는 것. 스튜디오드래곤은 글로벌에서 통할 드라마를 전문적으로 만든다. 엔데버 콘텐트는 美 현지에서 CJ ENM의 콘텐츠를 제작, 유통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특히 스튜디오스는 콘텐츠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우수 크리에이터 영입과 제작사 인수 등에도 공격적 투자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국내외 제작사의 추가 인수를 통해 스튜디오 제작 규모를 키우는 것. 이를 위해 회사 측은 2009부터 CJ 그룹에 몸을 담으며 경영전략 및 인수합병(M&A) 업무를 담당해온 '전략통' 하용수 실장을 스튜디오스 대표로 선임하기도 했다.

(왼쪽부터) 양지을 공동대표와 이명한 공동대표 /사진=티빙 제공
(왼쪽부터) 양지을 공동대표와 이명한 공동대표 /사진=티빙 제공

 


'닥치고 투자'에도 성과는 필요...티빙에 쏠리는 눈

장기적 관점의 투자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단기적 성과일 터. 제작비 투자 상향에 따른 수익성 악화 국면에 진입한 CJ ENM의 '캐시카우'로 기대되는 것은 티빙이다. 유료 가입자를 통한 구독 매출을 포함해 디지털 광고 매출까지 잡을 수 있는 탓이다. 유통 채널로서도 티빙의 존재감도 커지고 있다. 스튜디오드래곤과 엔데버 콘텐트, 스튜디오스로 이어지는 제작 멀티 스튜디오를 완성한 상황에서 글로벌 진출을 위한 유통망 강화가 절실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올해 티빙의 유료 가입자는 회사 측의 가이던스에 못미칠 것이란 평가가 많다. 지난해 티빙의 유료 가입자는 200만명 전후로 추산되고 있다. 사업 첫 해인 2020년 75만명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1년 동안 괄목할만 한 성과를 낸 것. 이 같은 추세를 미뤄볼 때, 올해 티빙의 유료 가입자는 최대 300만명 전후로 예상된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티빙의 유료 가입자가 324만명을 기록할 것으로 본다. CJ ENM이 올해 초 제시한 목표치(연내 가입자 400~500만명)과 비교하면 아쉬운 숫자다.

티빙이 CJ ENM의 캐시카우로 발돋움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가입자 정체 국면을 돌파하기 위해 CJ ENM은 올해 콘텐츠 예산의 23%(2000억원)를 티빙에 투입한다. 티빙은 올 한해만 30여 작품의 오리지널 콘텐츠를 공개할 예정이다. 더불어 티빙은 약 2억명의 글로벌 월간 활성 사용자를 보유한 라인과 함께 올해부터 글로벌 진출을 본격화한다. 일본, 대만을 시작으로 미국 등 주요 거점 국가에서 직접 서비스를 운영할 예정이다. 삼성전자, LG전자의 스마트TV에서 티빙 서비스를 지원하고 넷플릭스처럼 리모컨에 전용 서비스 버튼을 추가하는 등 전세계 고객과의 접점을 넓혀가겠다는 의지다. 

이영아 기자 twenty_ah@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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