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 사용자들이 간절히 소원하는 일이 있다. 바로 아이폰에서 '라이트닝' 단자가 사라지는 것이다. 10년을 이어온 애플의 라이트닝 고집에 올해 '아이폰14' 역시도 이 소원을 들어주지 않을 전망이다.


올해 '아이폰14'도 역시 '라이트닝'

26일 맥루머스 등 외신에 따르면 올 9월 공개가 전망되는 아이폰14 시리즈는 애플의 독자 충전 포트 규격인 라이트닝을 그대로 유지할 전망이다. 올해 애플은 드디어 '노치' 디자인 고집을 버렸으나 라이트닝은 또 남았다.

최근 몇 년 간 아이폰 신제품에 대한 전망에는 라이트닝에 대한 변화가 언급돼왔다. 최근 표준 규격으로 자리잡고 있는 'USB-C'를 도입할 것이란 전망부터, 아예 유선 충전을 포기하고 무선으로 직행할 것이란 전망까지 다양했다. 하지만 정작 뚜껑을 열어보면 여전히 라이트닝이다.

'아이폰14 프로 맥스' 설계 추정 이미지 /사진=존 프로서
'아이폰14 프로 맥스' 설계 추정 이미지 /사진=존 프로서

라이트닝은 애플이 모바일 제품과 주변기기의 충전과 데이터 통신을 위해 만든 독자 규격이다. 지난 2012년 '아이폰5'와 함께 등장했고, 이후 아이폰, 아이패드, 에어팟 등 대부분 제품의 충전 단자에 적용됐다. 라이트닝은 이전에 애플이 쓰던 30핀 독 커넥터보다 포트 크기 자체도 월등히 작고, 단자 앞뒤가 똑같아 어느 방향으로 꽂아도 작동하기 때문에 편하다. 처음엔 라이트닝도 나름 '혁신'이었다는 얘기다.

하지만 세월이 지나면서 라이트닝은 느린 데이터 전송속도와 낮은 호환성으로 사용자들에게 천덕꾸러기가 되고 있다. 다른 제조사의 모바일 제품들이 대부분 USB-C 규격으로 가고 있는 반면, 아이폰만 라이트닝을 고집해 충전 케이블을 따로 구비해야 하는 불편이 크다는 지적이다.

애플 역시 USB-C가 좋은 건 안다. 애플은 지난 2019년 아이패드 프로를 시작으로 2020년 아이패드 에어, 2021년 아이패드 미니에 USB-C를 채택했다. 맥북도 USB-C로 충전 가능하기 때문에 현재는 아이폰과 에어팟 등 일부 주변기기에만 라이트닝이 남아 있다.


EU의 철퇴, 내년엔 드디어 'USB-C' 탑재?

라이트닝이 어찌나 불편한지, 최근 유럽연합(EU)은 유럽에서 판매되는 모든 모바일 기기의 충전 단자를 USB-C로 통일하는 법안까지 통과시켰다. 명분은 환경보호와 사용자 편의성인데, 사실상 애플의 라이트닝을 겨냥한 규제라고 보고 있다.

애플은 여전히 탐탁치 않아하는 모습이다. 애플 측은 해당 법안이 발의됐을 당시 "한 가지 유형의 커넥터만 의무화하는 엄격한 규제는 혁신을 장려하기보다는 억압하는 것"이라며 "우리는 이 법안이 유럽과 전 세계 소비자들에게 해를 끼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고 성명을 낸 바 있다.

하지만 EU의 강경한 태도 덕에 결국엔 애플도 아이폰에 USB-C를 도입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애플 전문가로 통하는 밍치궈 TF인터내셔널 연구원은 이르면 내년부터 아이폰에 USB-C 포트가 적용될 것이란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애플 소식에 정통한 블룸버그의 마크 거먼 기자 역시 애플이 USB-C를 탑재한 아이폰을 테스트 중이라고 보도했다.

이들은 아직 '맥세이프' 같은 무선 충전 기술이 느린 충전 속도 등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해 결국 USB-C 외에 뚜렷한 대안이 없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유럽 전용 아이폰을 내놓는 방안도 거론되지만, 애플의 글로벌 정책과는 맞지 않아 현실성이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애플은 끝까지 라이트닝을 지킬 것이다

애플은 왜 이렇게까지 라이트닝을 고집할까. 그 이유에 대해선 여러 의견이 있지만, 가장 유력한 건 역시 '돈' 문제이다.

라이트닝은 애플만 사용하는 독자 규격이다. 아이폰을 쓰는 38억명의 사용자를 대상으로 케이블을 팔 수 있다. 다른 서드파티 제조사가 라이트닝 케이블을 만들려면 애플로부터 'MFI (Made for iPhone, iPad, iPod)'라는 인증을 받아야 아이폰과 연결될 수 있다. 이 인증 비용 역시 애플 몫이다. 이 때문에 EU에서 실질적으로 법안이 작동하기 시작할 때까지 애플이 라이트닝을 버리지 않고 최대한 버틸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사진=애플 홈페이지 캡쳐
/사진=애플 홈페이지 캡쳐

또 다른 이유로는 보안과 품질 관리가 있다. 독자규격을 통해 애플이 서드파티 생태계를 직접 관리하기 때문에 품질 관리가 잘 되고, 보안 측면에서도 더 유리하다는 주장이다. 생태계 장악을 중요시 하는 애플 입장에서는 상당히 중요한 이슈다. 하지만 시중에는 인증을 받지 않은 제품도 많고, 심지어 꼽으면 데이터를 빼가는 '해킹 케이블'까지 출시된 바 있어 절대적인 이유로 보기엔 어렵다.

이와 함께 라이트닝 단자가 USB-C 보다 미세하게 작다는 점도 거론된다. 스마트폰의 경우 두께를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기술력이 총동원되기 때문에, 이런 작은 차이도 무시 못한다는 주장이다. 그동안 오디오 단자를 없애버리는 등 과감하게 스마트폰의 경량화를 주도해 온 애플이기에 라이트닝을 지키고 싶어할 것이란 설명이다. 허나 이 주장 역시 유럽의 한 대학생이 '아이폰X'의 단자를 USB-C로 개조한 사례가 공개되며 머쓱해진 상황이다.

 

남도영 기자 hyun@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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