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계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대만 TSMC가 올 하반기 20nm(나노미터) 이상 공정 반도체 칩 가격을 동결하기로 했습니다.
5일 외신에 따르면 TSMC는 TV, 생활가전, 스마트폰, 자동차 등에 사용하는 마이크로컨트롤러유닛(MCU)과 전력반도체(PMIC) 등 소비자용 반도체 수요 감소에 따라 이들 반도체 칩 가격을 소폭 낮추거나 동결할 계획입니다. 나아가 7nm 이하 미세공정 반도체의 경우 올 하반기에 가격을 6~7% 높이려고 했던 기존 계획을 수정해 가격을 동결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업계는 칩 가격 동결의 이유로 고객사 재고가 늘어난 것을 꼽았습니다. 대만 정보기술(IT) 전문매체 디지타임스는 지난 3일 "TSMC를 포함한 대만에 기반을 둔 파운드리 업체들이 MCU와 디지털플레이구동칩(DDI) 등 소비자용 IT 기기 주문 감소로 올해 하반기 파운드리 칩 가격을 유지하기로 했다"라며 "고객사 재고가 늘어난 게 가장 큰 이유"라고 말했습니다.
TSMC는 반도체 원재료 가격 폭등하자 꾸준히 파운드리 칩 가격을 올려왔습니다. 지난해 8월에는 칩 가격을 최근 10년간 가장 큰 폭인 최대 20% 인상시켰습니다. 올해 3분기에는 8인치(200mm) 파운드리 가격을 10~20% 인상하겠다는 계획을 고객사에 전달했습니다. 또 내년 1월부터 파운드리 칩 가격을 6~20% 인상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원재료 가격이 급격히 뛴 데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및 고금리·고물가 여파가 컸습니다. 실제로 반도체 생산에 필수적으로 사용하는 가스를 생산하는 일본 쇼와덴코는 올해 상반기 가스 가격을 20% 올렸고, 웨이퍼(반도체 원판) 업계 세계 2위인 일본의 섬코(SUMCO) 역시 웨이퍼 가격을 약 30% 인상하기로 했습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TSMC가 가격 인상을 철회한 이유는 주요 고객사인 애플, 엔비디아, 퀄컴 등이 IT기기 수요 저하에도 불구하고 하반기 칩 인상에 대비해 상반기 주문량을 크게 늘렸기 때문입니다. 업계는 TSMC 고객사들의 재고 수준이 평균 1~2주 더 늘어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TSMC는 줄어든 하반기 주문량을 유지하기 위해 가격 조정에 나선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TSMC의 이 같은 움직임에 업계에선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 이어 파운드리 시장도 한파가 시작됐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상반기에 역대급 호황을 맞고 있는 TSMC의 앞날이 순탄치 않을수도 있어 보입니다.
자료=미디어뱀부
정리=김현기 기자 khk@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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