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업 노틸러스 대표 인터뷰

딱딱한 주입식 교육을 벗어나 배움이 '이만배'로 즐거워지는 세상. 스타트업 노틸러스의 목표입니다. 노틸러스는 국내 웹툰 시장을 일군 레진엔터테인먼트 공동 창업자이자 전 최고경영자(CEO)인 이성업 대표가 설립했어요. 지식·교양 분야의 웹툰 전문 플랫폼 '이만배(이걸 만화로 배워)'를 론칭했죠.

변화가 절실한 교육 시장을 웹툰으로 혁신해보겠다는 야심찬 목표에 선배 사업가들은 뭉칫돈을 꺼내 들었습니다. 특히 창업가 프로그램으로 이 대표의 창업아이템 발굴부터 함께한 퓨처플레이부터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의장, 김상헌 전 네이버 대표, 김민철 야나두 대표, 김창원 타파스미디어(현 카카오 타파스엔터테인먼트) 대표, 신병철 전 CJ그룹 마케팅총괄 부사장 등 스타트업·정보기술(IT) 업계의 거물들이 엔젤투자자를 자처해 화제를 모았죠. 

/그래픽=디디다 컴퍼니 제작
/그래픽=디디다 컴퍼니 제작

교육 혁신이란 원대한 목표를 위해 하고많은 것들 중 왜 하필 '웹툰'을 택했을지 궁금하지 않나요. 이에 기자는 이성업 대표를 만나 직접 물었습니다.

"노틸러스는 왜 지식·교양 웹툰에 집중했나요, 또 앞으로 어떤 기업으로 성장하고 싶으신가요?"


레진 창업자, 지식·교양 웹툰 '콕' 찍다

Q. 교육 혁신이란 목표를 세우신 배경이 궁금해요.

A. 시장성이 높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교육 시장은 두 가지 특수성을 지닌, 아주 재밌는 시장입니다. 과거 라인플러스에 몸담았던 적이 있어요. 당시 흥미로운 과제 하나를 진행했죠. 키즈 콘텐츠 플랫폼 개발을 위한 시장 조사를 맡은 것인데요. 한국, 미국, 일본의 교육 콘텐츠 앱 수백개를 분석하는 것이죠.

이때 한국 시장만 유독 튀는 특성을 보였어요. 쏠림 현상이 심하다는 것이었는데요. 한국의 교육 콘텐츠 앱은 동영상 시청 방식이 대다수를 차지했어요. 반면, 미국과 일본 등 해외에선 부모와 자녀가 함께 상호작용(인터랙션)하는 형태의 서비스가 주를 이루고 있었습니다. 또 한국의 경우 몇몇 캐릭터와 지식재산권(IP)에 쏠림 현상이 심한 것도 특징이었죠. 뽀로로, 코코몽 등 많아봐야 10개 이내로 압축이 됐어요. 물론 이 특징은 10년이 지난 지금도 변함이 없습니다.

변화가 필요한 아주 특수한 시장이라고 생각했답니다. 사업적 가능성뿐만 아니라 교육이라는 뜻깊은 일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었죠.

Q. 하고많은 교육 콘텐츠 중 왜 웹툰에 집중하셨나요.

A. 확장성이 좋기 때문이죠. 웹툰은 '아동'에만 한정하지 않고 '성인'으로 고객층을 넓혀줍니다. 창업 아이디어를 들고 류중희 퓨처플레이 대표님과 이야기를 나눌 일이 있었는데요. 그때 류 대표님께서 잠재 고객을 넓게 보라는 의견을 주시더라고요. 아동앱으로 한정해서 접근하지 말라는 의미였죠. 

이에 학습 만화를 출판하는 한빛비즈의 박종훈 편집장님을 찾아갔어요. '까면서 보는 해부학 만화', '곤충의 진화' '공룡의 생태' 등 교양 만화 카테고리에서 수많은 베스트셀러를 발굴한 분이었죠. 박 편집장님 또한 20대를 주요 고객으로 삼고 있다고 이야기해주셨어요. 20대 대상으로 콘텐츠를 만들면 그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나고, 이는 3040세대의 구매로 이어져요. 40대는 자녀 교육용으로 책을 또 구매하고 활용한다는 점도 재밌었어요. 일종의 '연쇄 작용'이죠.

Q. 이 시장에서 웹툰이 통한다는 확신이 드신거네요.

A. 맞아요. 특히 20대는 웹툰 유료 결제가 가장 익숙한 고객층이면서도 자기 계발 필요성을 강하게 느끼는 세대라는 것에도 주목했죠.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소비자 중 웹툰 유료 구매 경험은 44.3%에 달해요. 유료 웹툰 구매에 대한 거부감이 해소된 상황에 도달한 것이죠.

이중 20대의 비중은 53.9%로 가장 활발한 유료 웹툰 고객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오픈서베이 조사에 따르면, 20대는 평균적으로 3개의 자기계발 활동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정기적인 자기계발 활동을 이어가는 비율만 하더라도 82%에 달해요. 자기계발 욕구가 굉장히 강하다고 볼 수 있죠. 

지식·교양 웹툰은 시장성을 지니면서도 자기계발 욕구와 잘 연계된다고 생각해요. 앞으로도 성장 가능성이 무한한 시장인 셈이죠.

이성업 대표(뒷줄 오른쪽에서 두번쨰)와 노틸러스 구성원들/사진=노틸러스 제공
이성업 대표(뒷줄 오른쪽에서 두번쨰)와 노틸러스 구성원들/사진=노틸러스 제공

 


지식 쌓는 웹툰 플랫폼 '이만배' 출격

Q. 웹툰 플랫폼 '이만배'의 차별점은 무엇인가요.

A. 지식·교양 웹툰 플랫폼을 만든 것 자체가 차별점이라고 생각해요. 지식·교양 만화 이용률은 2018년도 19%에서 지난해 24%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데요. 수요가 갈수록 커지는 상황 속에서도 이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디지털 플랫폼이 없었어요. 이를 시도했다는 것 자체가 경쟁력이 되는 것이죠.

웹툰은 콘텐츠 소화 속도가 빠르고 직접 집중해서 읽어야 하는 만큼 습득률이 높아요. 영상 콘텐츠와 비교했을때도 강점이 있죠. 지식·교양 분야 채널은 구독자수 대비 시청수가 6배 가량 떨어지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조사된 바 있는데요. 영상은 '흥미' 목적으로 택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책과 다르죠.

또 지식 콘텐츠의 경우 수명이 길어요. '총균쇠', '이기적유전자'와 같은 교양 서적들이 수십년간 베스트셀러를 지키고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죠.

Q. 현재 몇 작품이 서비스 되고 있나요.

A. 현재 약 70여편이 넘게 연재되고 있어요. 연내 100여편까지 늘리는 게 목표입니다. 고대신화부터 별자리, 가상자산, 역사까지 지식·교양에 해당하는 내용이라면 가리지 않고 콘텐츠로 제공해요. 이미 재밌고 쉽게 지식·교양 콘텐츠를 전달하기로 업계에서 입소문이 난 작가들과 계약을 진행했죠.

'곤충의 진화', '공룡의 생태'로 유명한 갈로아(김도윤) 작가부터 '까면서 보는 해부학 만화'의 압듈라(정소영) 작가, '십자군 이야기'의 김태권 작가, 다음(현 카카오) 대표 일상툰 '유부녀의 탄생'의 김환타(김미경) 작가, '오성X한음'의 유승진 작가 등 이분들의 쟁쟁한 신작도 이만배서 만나볼 수 있습니다.

현역 변호사나 교수, 증권사 애널리스트 등 전문가들과 웹툰 작가들을 매칭해 필요한 콘텐츠를 자체적으로 제작할 계획도 있어요. 현재 예정된 분들만 연세대 경제학부 김상현 교수, 지식재산권(IP) 전문 이영욱 변호사, 계명대 신경과 유수연 박사 등이 있죠. 전문성을 최대로 살린 콘텐츠를 기획하고 있어요.

/사진=노틸러스 제공
/사진=노틸러스 제공

 

Q. 플랫폼의 업데이트 방향도 궁금해요.

A. 단순히 웹툰을 제공하는 것을 넘어 교육 효과를 극대화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콘텐츠를 끝까지 완독하고, 지식 교양을 쌓을 수 있도록 동기부여를 해주는 것이죠. 학습 내용을 일정 주기로 반복해 장기적으로 기억하도록 하거나 학생이 학생을 가르치는 능동학습 등의 기술을 접목하는 식으로요.

언젠가 김민철 야나두 대표에게 '교육 회사에 가장 중요한 지표가 무엇인지' 물어본 적이 있어요. 김 대표는 '이수율'이라고 하시더라고요. 마케팅이나 개인 필요에 따라 콘텐츠 판매는 쉽게 이뤄지지만, 이를 끝까지 보고 습득하도록 하는 게 플랫폼의 역할이라는 의미죠. 보통 첫 번째 강의만 듣고 끝내는 경우가 60%, 사놓고 아예 듣지도 않는 경우가 15%라고 합니다. 이는 다시 말해, 고객 75% 가량은 콘텐츠의 효용을 제대로 경험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이 과정에서 필요한 것은 '기술'이라고 봅니다. 에듀테크(교육기술) 회사로서, 우리 콘텐츠의 지식을 독자분들의 머리속에 오랫동안 남기는 게 목표입니다.


지식 접근성 높여 3.5조 시장 정조준

Q. 목표하신 시장 점유율이 있으실까요. 

A. 웹툰 시장이 아닌 교육 시장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교육 출판 시장 규모를 매우 보수적으로 측정할 경우 3.5조원 정도 돼요. 이중 10% 가량은 우리가 차지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죠. 해외 시장의 경우도 적극 공략해서 궁극적으론 3.5조 시장을 뛰어넘는 것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그래픽=디디다 컴퍼니 제작
/그래픽=디디다 컴퍼니 제작

Q. 글로벌 시장에서도 성공할 것이라고 보시나요.

A. 이미 성공 사례가 많아요. 'M16 소총 메뉴얼 만화', '만화로 배우는 블록체인', 'WHY? 시리즈' 등 글로벌 흥행 기록을 써내려간 지식교양 만화가 너무도 많거든요. 만화로 배우는 블록체인은 72주 연속 경제 부문 베스트셀러에, WHY 시리즈는 누적 판매부수가 8000만이 넘죠. 전세계 50개국서 13개 언어로 번역돼 수출됐어요. 칼 세이건 '코스모스' 등 명저가 베스트셀러란 이름으로 40년 동안 4000만권을 판 것과 비교하면 정말 엄청난 기록이라는 것을 알 수 있죠.

Q. 주목하고 계신 시장이 있으신가요.

A. 콘텐츠는 살아있는 생물과도 같기 때문에 먼저 목표점을 설정해두는 것은 위험하다 생각해요. 다만, 때가 오길 기다리면서 언제든 해외로 나갈 수 있도록 준비하는 자세는 반드시 필요하죠. 이미 시장성이 입증된 미국이나 일본, 아시아 지역은 진출이 가시화될 수 있는 좋은 지역이라는 생각은 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 과정에서 철학을 지켜가는 일은 굉장히 중요해요. 우리의 목표는 이만배가 학교에도 공식 채택되는 학습 교보재가 되도록 하는 것이죠. 

'브레인팝'이라는 회사가 이런 우리의 비전을 정말 잘 구현했다고 생각해요. 1999년에 설립한 회사인데요. 사회, 영어, 건강, 미술, 음악, 등의 과목을 학습할 수 있는 교육앱으로 미국 전체 학교의 25% 이상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인터렉티브 퀴즈 등을 제공, 학업 몰입도를 끌어내는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어요. 

노틸러스도 우리 삶 속에서 필요한 진짜 교육을 제공하는 것을 꿈꿉니다. 엘리트 지향적인 한국 교육 환경에서 교육의 질적 혁신을 위해 달려가고 싶은 거죠. 단순히 입시를 위해서, 혹은 취업을 위해서 존재하는 휘발적인 학습이 아니라 우리 삶에 꼭 필요한 교양과 지식을 채워주고 싶은 거예요. 웹툰이라는 콘텐츠로 누구나 쉽게 지식을 쌓고, 배움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싶어요. 지식이 이만배 성장하는 세상을 위해 한걸음 두걸음 나아갈 것입니다.

이영아 기자 twenty_ah@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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