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K콘텐츠 르네상스'가 열렸습니다. 그리고 그 중심엔 '웹툰'이 있죠. 웹툰의 대표주자 네이버와 카카오는 북미, 아시아, 유럽 시장에 진출하며 사세를 불리고 있어요. 또 넷플릭스와 디즈니 등 글로벌 기업은 콘텐츠를 제작할 때 흥행의 지렛대로 웹툰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전세계로 뻗어가는 웹툰이지만, 여전히 많은 미개척지가 남아 있는데요. '튀르키예(터키)'도 사례 중 하나입니다. 네이버와 카카오도 아직 상륙하지 않은 이 시장에 먼저 도전장을 내민 곳이 있다고 하는데요. 로크마 스튜디오가 그 주인공입니다. 창업자 조헌장 대표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 글로벌 투자팀에 몸담으며 북미 웹툰 플랫폼 래디쉬·타파스 인수 과정을 함께 했다고 해요. 그런 가운데 웹툰 시장의 글로벌 확장 가능성을 확신하게 됐다고 합니다.

이후 시장 조사를 거쳐 튀르키예에서 웹툰 사업을 시작하게 됐다고 합니다. 신시장 개척에 나선 로크마 스튜디오의 자세한 이야기를 직접 들어봤습니다.


웹툰 '미개척지' 튀르키예로 향한 이유

Q. 어떻게 창업에 뛰어 들으셨나요.

A. 창업을 오랫동안 꿈꿔왔습니다. 아이템만 준비되면 언제든 뛰어들 생각이 있었죠. 삼성전자 연구소에서 '오픈 이노베이션(개방적 협력)'을 담당하면서 현지의 많은 스타트업을 발굴했고, 이후 삼성벤처투자로 넘어가서 투자까지 진행했는데요. 당시 창업가들의 도전정신에 대단히 감명을 받았죠.

/그래픽=디디다 컴퍼니 제작
/그래픽=디디다 컴퍼니 제작

이후 카카오엔터테인먼트 글로벌 투자팀으로 적을 옮겼고, 북미 웹툰·웹소설 플랫폼 타파스·래디쉬 인수 작업을 진행하게 됐습니다. 이때 한국 웹툰 산업이 글로벌로 뻗어가는 흐름이 인상적이더군요. 이후 다른 투자처를 검토하면서 관련 시장 조사를 하게 됐는데, 러시아와 튀르키예가 눈에 띄었어요. 

둘 중 튀르키예를 택한 것은 익숙한 시장이기 때문이었는데요. 제가 3살부터 대학입학 전까지 튀르키예에 살았거든요. 자라나면서 일찌감치 한국 콘텐츠를 향한 튀르키예 관심과 수요를 느껴왔던 것 같아요. 한국 웹툰 산업을 잘 파악했고, 가능성 있는 시장 조사까지 마쳤다면 행동으로 옮기는 일만 남은거죠.

Q. 튀르키예에 진출한 최초의 웹툰 사업자가 되신 건가요.

A. 맞아요. '로크마'는 튀르키예 최초 웹툰 플랫폼입니다. 튀르키예 웹툰 산업은 시장 극초기 단계인데요. 네이버와 카카오 같은 굵직한 사업자가 진출해있지도 않아서 웹툰은 주로 현지의 불법사이트에서 소비돼 왔습니다. 8개 정도 사이트가 있는데, 월 평균 방문자수는 100만명에 달하죠.

Q. 한국 웹툰 수요가 큰가요.

A. 웹툰을 유통하는 사이트의 70% 이상이 한국 웹툰입니다. 일전에 네이버웹툰 김준구 대표님과 관련 대화를 나눈적도 있었는데요. 튀르키예어 서비스를 시작해달라는 소비자들의 요청이 메일로 끊이질 않는다고 해요. 튀르키예는 언젠가 진출해야할, 고려할 수 밖에 없는 웹툰 시장이라는 것이죠.

웹툰 서비스를 시작해도 잘 정착할 수 있겠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튀르키예는 일찌감치 한국 콘텐츠에 관한 수요도 높은 나라였어요. 넷플릭스 등장 이전부터 대장금, 꽃보다남자, 시크릿가든 등 드라마가 튀르키예에서 국민적 인기를 끌기도 했고요. 꽃보다남자의 경우 현지에서 리메이크 되기도 했죠. 요즘엔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등 동영상서비스(OTT) 플랫폼이 활성화되고, K팝 인기도 한층 높아지는 등 한국 콘텐츠를 향한 관심이 더욱 뜨거워졌어요.


튀르키예 최초의 웹툰 플랫폼 '로크마'

Q. 로크마는 언제 서비스를 시작했나요.

A. 지난해 9월 서비스를 론칭했습니다. 현지 작가와 작품을 발굴해서 연재하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연재 중인 작품 수는 20개로, 이달 말까지 14작품이 추가될 것입니다. 지금은 단편웹툰을 주로 유통하고 있는데요. 보통 시즌당 10회차로 구성돼요. 많아야 20~30회차까지 이어지죠.

정식으로 서비스를 출시했지만, 지금은 일종의 '시제품 검증'(PoC) 기간이라 생각하고 다양한 시도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장르적 시도도 적극적인데요. 액션 판타지, 호러, 일상, 코미디 등 최대한 여러 장르를 시도해보려고 합니다. 이용자들 반응도 꼼꼼하게 살펴서 다음 개편에 반영하려고 해요.

로크마 스튜디오 공식 홈페이지 갈무리
로크마 스튜디오 공식 홈페이지 갈무리

Q. 현지에서 작가 발굴은 어떻게 이뤄지나요.

A. 처음에는 우리 창업팀의 개인적 네트워크를 통해 작가분들 섭외했어요. 당장 플랫폼을 론칭하고자 하는데, 작품이 없으면 안되니까요. 이후엔 광고나 소셜미디어(SNS) 마케팅으로 작가모집 공고를 올리고 있어요. 이를 통해 지원한 작가님들이 굉장히 많으세요. 이 중 선별해 작업을 진행하죠.

Q. 현지 작품에 집중하는 이유가 있을까요.

A. 튀르키예는 로컬 콘텐츠를 선호하는 경향이 매우 뚜렷한 나라입니다. 박스오피스 매출 순위를 보면, 튀르키예 작품들이 80% 가량을 차지해요. 할리우드는 20%에 그쳐요. 개봉하는 작품의 3분의 2 가량이 튀르키예 작품일 정도로 물량 면에서도 압도적이죠. 스트리밍 플랫폼 또한 현지 서비스 '블루티비'가 1위인데요. 넷플릭스와 두 배 격차를 벌리고 있는데, 인기 요인으로 현지 콘텐츠가 많은 점이 꼽히고 있죠. 로컬 콘텐츠 산업이 많이 발전한 것입니다.

튀르키예가 스토리 강국이라는 점은 수출액으로도 확인할 수 있는데요. 미국 다음으로 드라마 수출을 많이하죠. 올해 수출액 규모는 1조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튀르키예 콘텐츠는 중동, 남미, 유럽에서 인기가 많아요. 좋은 스토리가 많이 발굴되는 튀르키예라면, 웹툰도 마찬가지이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한국 웹툰 더해 튀르키예 '1위 사업자'로 
 
Q. 한국 웹툰은 서비스되고 있나요.

A. 아직은 한국 웹툰은 서비스되지 않고 있습니다. 올해 안에 한국 작품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동시에 앱(애플리케이션)도 추가 개발이 이뤄질 예정인데요. 페이먼트 게이트웨이, 이용자환경·인터페이스(UX·UI) 등을 구축하려고 해요. 올해 4분기 정도에는 새롭게 론칭될 것으로 봅니다.

Q. 유료 사업 모델도 도입 예정인가요.

A. 현재는 무료로 연재를 하고 있습니다. 웹툰 플랫폼 진입 장벽을 낮춰야하는 것이 우선 과제이기 때문이죠. 물론 작가님들에겐 회당 작품료를 지급하고 있어요. 한국 콘텐츠가 들어온다면 비즈니스모델(BM) 확장도 같이 이뤄질 거 같은데요. 미리보기 회차를 유료 결제하는 방식으로 생각 중입니다. 카카오의 기다리면무료 등의 모델도 도입할 수 있겠죠. 또 작가님들에게 부가 수입을 창출할 수 있는 창구도 만들어드리고 싶어요.

Q. 추가로 계획 중인 서비스가 있을까요.

A. 독자와 작가가 작품에 관해 소통할 수 있는 커뮤니티를 만들고자 합니다. 단순히 콘텐츠를 소비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우리 플랫폼의 단골과 작품의 팬이 될 수 있도록 커뮤니티 활성화를 이뤄내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작가와 독자와의 관계를 잘 만들면 부가 수입 창출의 길도 열리죠.

이용자 활동 등급을 만들고, 프로필을 꾸미도록 하고, 게시판을 마련해 활발히 소통할 수 있도록 구상하고 있습니다. '판'을 깔면 호응 해줄 것으로 생각해요. 튀르키예는 커뮤니티에 댓글을 다는 문화가 활발한데, 이러한 특성과도 잘 맞을 것 같아요.  실제 웹툰이 불법으로 유통되는 사이트도 일종의 커뮤니티로 기능을 해왔습니다. 보수를 받는 것도 아닌데, 팬심만으로 콘텐츠를 번역하고, 편집해주는 분들이 많죠. 번역과 에디팅(편집) 스타일에 따라 팬덤도 형성이 됐어요. '로맨스 작품은 A사이트의 OO 유저가 잘 번역해준다', '액션 장르는 B사이트 OO 유저가 빨리 번역해온다' 등으로 말이죠. 

/그래픽=디디다 컴퍼니 제작
/그래픽=디디다 컴퍼니 제작

Q. 번역 인력은 어떻게 확보할 계획이신지요.

A. 현지 대학의 한국 유학생들과 한국어학과 학생들, 웹툰 사이트를 통해 이미 팬덤을 형성한 이용자분들과 함께 할 수 있겠죠. 현지 교민분들도요.


튀르키예의 압도적 스토리텔러 사업자될 것

Q. 사업 확장은 어떻게 진행할 계획이신가요.

A. 세가지 방향을 갖고 있는데요. 첫번째는 작가들이 지속가능한 창작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입니다. 네이버웹툰처럼 일부 결제로 시작해 진입 장벽을 낮추고, 유료 결제 비중을 차근차근 늘려가는 식으로 웹툰 생태계 확장에 나서고자 해요. 작품 출판과 수익 창출의 기회를 늘리는 것이죠.

두번째는 한국 웹툰 작품을 현지 시장에 소개하는 일입니다. 네이버와 카카오가 진출하지 않은, 무주공산의 시장이기 때문에 로크마가 기회가 되는 것이지요. 실제 많은 콘텐츠사업자(CP)와 관련 이야기를 나눠봤는데, 튀르키예 시장의 잠재성에 공감하며 작품 수급 측면에서 긍정적인 피드백이 있었어요.

마지막으론 직접 튀르키예 콘텐츠를 기획하고 제작하는 '스튜디오' 사업도 강화하는 것입니다. 스토리를 기획하고, 작가님들을 지원하고, 퍼블리싱에 도움을 주는 식으로 말이죠. 기획부터 그림, 편집까지 전부 진행하기도 하고, 일부 협업하는 등 다양한 방식을 열어두고 있어요. 이미 현지 동영상플랫폼(OTT) 사업자와 만나고 있는데, 좋은 스토리가 있다면 먼저 계약해서 영상화까지 해보고 싶다는 제안들도 들어왔습니다. 자체 제작 기능을 꼭 가져가려는 배경이기도 하죠.

현지 출판사와 업무협약(MOU) 등을 체결해서 콘텐츠 독점 수급권을 가져오는 방식도 가능할 것 같아요. 현지에서 DC와 마블 콘텐츠를 단행본으로 출판하는 곳과 업무협약을 맺어 웹툰 라이센싱 권한을 따오는 식이죠. 튀르키예는 출판 시장이 굉장히 활성화돼있어서 발굴할 수 있는 스토리도 많을 것 같아요.

Q. 튀르키예 시장에서 이루고자 하는 목표가 궁금합니다.

A. 튀르키예는 인구가 8500만명이 넘고, 평균 연령이 32살 정도로 젊은 인구가 많아요. 스마트폰 보급률도 73%에 달해 웹툰 플랫폼 진출 환경도 마련됐죠.

웹툰 시장을 키우는 역할을 우리가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웹툰 플랫폼 자체가 없었기에 작가님들이 '밥벌이' 조차 상상을 못했던 시절이죠. 우리가 현지에서 작품을 발굴하고, 한국 콘텐츠를 수급한다면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이 가능할 것이고, 관련 산업이 커나가는 데 충분히 기여할 수 있다고 봅니다.

이영아 기자 twenty_ah@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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