험난한 과정을 거쳐 차기 대표 내정자를 선정한 KT가 또다시 곤혹스러운 상황에 처했다. 계열사 대표와 사외이사 내정자들이 줄줄이 사의를 표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이같은 기류가 정치권의 의사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추정 중이다.
여기에 윤경림 차기 대표 내정자와 구현모 현 대표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되고 있다는 점과 국민연금 및 현대차 등 최대 주주들이 이달말 정기 주주총회에서 선임 반대표를 던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KT와 윤 내정자가 어떻게 위기를 헤쳐나갈지 관심이 모인다.
13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윤정식 KT스카이라이프 대표이사 내정자는 '개인적 사유'를 이유로 KT 측에 대표직을 맞지 않겠다는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사외이사 후보로 지명된 임승태 법무법인 화우 고문도 내정 이틀만인 지난 10일 사의를 표명했다.
업계에서는 이같은 '릴레이 사퇴'가 정치권, 특히 여권 내 기류와 무관치 않다고 판단 중이다. 두 내정자 모두 여권과 직접적으로 연관이 있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먼저 윤정식 내정자는 윤석열 대통령의 충암고등학교 4년 선배다. 지난 2020년 당시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비례 위성정당 미래한국당에 비례대표 공천을 신청한 이력이 있다. 또 MBC 기자 출신으로 KT에서 부사장과 미디어허브 이사를 지낸 뒤 OBS 경인 TV 사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최근 진행된 KT 대표 공모에서 탈락한 인물이기도 하다.
임승태 내정자는 금융위원회 사무처장,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 등을 지낸 인물이다. 지난 대선 때는 윤석열 대통령 후보 캠프에서 상임경제특보를 맡았다. 업계에서는 차기 대표 후보 선정과정에서 정부와 여권으로부터 '그들만의리그'라는 날선 비판을 받은 KT가 정치적 리스크를 해소하기 위해 선임한 인물들이라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또 이들이 줄줄이 사퇴를 표명한 점도 정부, 여권과의 불편한 기류가 여전하다는 반증이라는 추정도 흘러나오고 있다.
오는 31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윤경림 차기 대표 후보 내정자에 대한 선임안을 의결한 예정인 KT는 예상치 못한 변수가 잇따라 발생하자 셈법이 복잡한 모습이다.
변수 중 하나는 구현모 대표, 윤경림 내정자에 대한 검찰수사다. 지난 10일 시민단체 '정의로운사람들'이 구 대표와 윤 사장을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함에 따라 서울중앙지검이 공정거래조사부에 관련 사건을 배당했다.
시민단체가 검찰에 제출한 고발장에는 ▲시설관리업체 'KDFS'에 대한 KT텔레캅 일감 몰아주기 ▲구현모 대표 형 구준모씨에 대한 불법 지원 ▲KT 소유 호텔과 관련된 정치권 결탁 ▲KT 사외이사에 대한 향응과 접대 등 4개 의혹이 담겼다. 다만 KT 측은 입장문을 통해 모든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두번째는 지분 10.12%를 보유한 1대 주주 국민연금과 7.8%를 가진 2대 주주 현대차에 흐르는 부정적 기류다. 윤경림 차기 대표 후보에 대해 반대표를 던질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현대차는 "대주주인 국민연금 의사를 고려해달라"는 의견을 KT 측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차기 대표 후보 선임에 대한 표결만을 앞두고 있는 KT의 셈법이 연이은 변수로 복잡할 것"이라며 "만약 이번 정기 주주총회에서 윤경림 내정자에 대한 반대표가 더 많을 경우 선임절차를 처음부터 다시 밟는 과정에서 '대표 공백'이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가은 기자 7rsilver@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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