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현학술원이 연이어 미래 신기술과 관련된 강연을 마련하고 있다. 새로운 기술이 어떻게 우리 삶을 바꿀 수 있는지 실제 현업에서 일하는 전문가들의 강연을 통해 먼저 알아보자는 취지다. AI스타트업 창업자부터 글로벌 뇌신경과학 스타트업 뉴럴링크 창업자까지, 다양한 분야 전문가들이 연달아 최종현학술원이 마련한 강연에서 마이크를 잡고 있다.
먼저 지난 19일에는 한국고등교육재단과 함께 서울 강남구 재단 컨퍼런스홀에서 'AI 스타트업 토크' 강연을 열었다. 강연에는 김한준 퓨리오사AI 공동창업자 겸 최고기술책임자(CTO), 조강원 모레 대표(CEO), 이주형 마크비전 AI 총괄이 연사로 참여해 창업 배경, 핵심 기술과 사업 모델, 인재 전략을 공유했다.
무대에 오른 세명의 연사는 모두 재단 장학생 출신이다. 현재 AI 반도체·소프트웨어·브랜드 보호라는 각기 다른 영역에서 글로벌 시장을 두드리고 있다.
이날 김한준 CTO는 "AI가 학습에서 추론 중심으로 이동하면서 전력 소모와 컴퓨팅 파워 문제가 새로운 패권 경쟁의 핵심이 되고 있다"며 자사 저전력 반도체 칩을 소개했다. 그는 "엔비디아가 세계 1위 기업이지만, 퓨리오사AI는 추론 영역에서 충분히 경쟁할 수 있다"며 "프로그램 지원성, 성능, 에너지 효율을 동시에 잡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조강원 CEO는 "AI는 알고리즘의 승부가 아니라 초거대 컴퓨팅 인프라와 이를 쥐어짜는 소프트웨어의 전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엔비디아가 GPU만 파는 회사로 보이지만, 이미 수천억원대 데이터센터 장비를 공급하며 AI 생태계를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주형 AI 총괄은 위조상품·불법 콘텐츠 확산을 국가 경쟁력 차원에서 다뤄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위조상품 시장 규모가 전세계 500조원에 달하고, 국내 피해만 연간 13조원에 이른다"며 "루이비통·티파니 등 글로벌 브랜드를 고객으로 둔 마크비전은 AI 기반 탐지·차단 솔루션을 통해 글로벌 지식재산권 보호 생태계를 선도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세 창업자는 청중들과 다양한 질의응답도 진행했다. 소버린 AI나 AI로 인한 채용 축소, AI가 어떻게 업무에 활용되는지 등의 질문들이 쏟아졌다. 특히 창업자들인 만큼, 창업 환경에 대한 질문들도 눈길을 끌었다.
이에 앞서 지난 16일에는 최종현학술원과 한국고등교육재단, 크래프톤이 공동 주최한 강연도 열렸다. 이 강연에서는 뉴럴링크 공동창업자 서동진 박사가 뇌-컴퓨터 인터페이스 기술 현황과 미래 비전을 공유했다.
뉴럴링크는 일론 머스크와 서동진 박사를 비롯한 8명의 신경과학자·엔지니어가 의기투합해 세운 뇌신경과학 스타트업이다. 이름 그대로 '신경(Neural)'과 '연결(Link)'을 결합해, 인간의 뇌에 칩을 심어 신호를 수집·분석하고 이를 디지털 신호로 변환해 기계와 직접 연결하는 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다. 목표는 단순한 치료가 아니다. 신경 질환 환자의 회복을 넘어, 인간 능력의 확장과 새로운 차원의 경험을 여는 것이 목표다.
서동진 박사는 이번 강연에서 뉴럴링크의 최신 임상 사례를 공개하며, 사고나 질환으로 운동 능력을 잃은 환자들이 '생각만으로' 컴퓨터와 기기를 제어하는 장면을 소개했다. 그는 특히 미국의 전신 마비 환자 놀란드의 사례를 강조했다. 놀란드는 20개월 전 뉴럴링크 칩을 이식한 뒤, 이제는 오직 생각으로 컴퓨터를 조작할 수 있게 됐다.
뉴럴링크 임상시험의 첫 환자인 그는 "뉴럴링크 덕분에 다시 할 수 있는 일이 생겼다. 이 문장을 직접 쓰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눈물이 난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 사례는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기술이 단순한 연구 단계에 머무르지 않고 실제 환자의 삶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있음을 보여준다.
강연 후 이어진 대담에서 정재승 카이스트(KAIST) 교수는 서 박사와 함께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기술의 파급력을 논의했다. 서 박사는 "향후 3~4년 내에는 건강한 일반인도 뇌 인터페이스 이식을 선택하는 전환점이 올 것"이라며 "뇌-기계 연결은 결국 학습·기억 증강, 시각 복원 등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의료적 치료를 넘어 인간 능력 확장, 인공지능과의 융합까지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뉴럴링크의 신호 전송 속도가 척수를 거쳐 근육을 움직이는 신호보다 10배 이상 빠르다"며 인간의 한계를 넘어서는 '초인간적 능력' 가능성을 언급했다. 그는 또한 "우리의 목적은 인간의 고통을 줄이는 것이지만, 동시에 인간 경험의 확장을 열어갈 것"이라며 "휴대폰이 인간의 창의성을 확장했듯, 뇌 인터페이스 기술이 새로운 상상력을 불러올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뉴럴링크 사용자들은 뇌 신호가 척수와 근육을 거치지 않고 블루투스 신호로 컴퓨터와 연결되면서, 일반 사람보다 더 빠른 반응 속도를 보이기도 했다.
허준 기자 joon@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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