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이소라 기자
/그래픽=이소라 기자

테크M은 e스포츠 리그 현장을 찾아 그들의 이야기를 사진으로 생생하게 전하는 '현장습격'을 선보입니다. 독자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 부탁 드립니다.<편집자주>


카트라이더 최고의 라이벌로 꼽히는 한화생명e스포츠(한화생명) 문호준과 아프리카 프릭스(아프리카) 유영혁. 이 둘이 만난 2020 카트라이더 리그 시즌2 준플레이오프 경기가 현장습격 첫번째 이야기 입니다.

카트라이더 리그의 오랜 전통만큼이나 오래된 두 사람의 인연. 문호준과 유영혁은 항상 라이벌이었습니다. 물론 최근에는 문호준과 박인수, 박인수와 이재혁, 이재혁과 문호준의 삼각 편대 이야기가 더욱 부각되지만 불과 2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문호준하면 유영혁이고, 유영혁하면 문호준이었죠.

문호준이 승승장구 하고 있는 사이 유영혁은 주춤했습니다. 그리고 문호준의 라이벌은 어느새 유영혁이 아닌 다른 선수로 바뀌어 있었죠. 하지만 결국 두 선수는 이렇게 준플레이오프에서 만나게 됐습니다.

"에이스 결정전에 나올 꺼냐고요? 안나올 예정입니다. 제 생각으로는 2대0으로 이기거나 0대2로 질 것 같거든요(웃음)."

경기 전 만난 문호준은 에이스 결정전에 대한 말을 아꼈습니다. 하지만 현장 분위기는 이번 경기에서는 무조건 에이스 결정전에 문호준이 나오지 않겠냐는 예상이 지배적이었습니다. 

"문호준이 나올 거에요. 만약 자기가 안나갔는데 패하면 얼마나 허무하겠어요. 제가 아는 문호준이라면 무조건 에이스 결정전에 나올 것 같습니다."

김대겸 해설 역시 문호준이 무조건 나온다는 것에 한표 던졌습니다. 현장 관계자들은 에이스 결정전을 가면 좋겠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밴픽이 승부에 크게 영향을 줄 것이라 생각하지 않아요. 포스트시즌에는 데이터가 전부 무시되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래도 최선을 다해야죠."

아프리카는 유영혁을 중심으로 트랙 밴픽에 돌입했습니다. 유영혁이 선택한 트랙은 과연 무엇일까요?

"문호준 전매특허인 집중할 때 나오는 눈빛!"

눈빛을 보니 문호준이 오늘 경기에 임하는 자세가 얼마나 진지한 지를 알 수 있었네요. 모 선수 왈 "지금까지는 트랙 밴픽을 항상 (문)호준이형 기분대로 했는데 오늘은 아닐 것 같아요"라고 고백하기도 했습니다. 

"지난 8강 풀리그에서 아프리카를 만났을때 졌기 때문에 스피드전 연습을 정말 열심히 했어요. 이겨서 다행입니다."

문호준은 스피드전에서 승리한 소감을 묻자 이렇게 이야기 했습니다. 팀워크가 무엇인지 한화생명이 제대로 보여줬습니다. 1위를 하지 못해도 중위권을 지켜내면서 한화생명은 통합 포인트에서 아프리카를 압도하며 스피드전을 승리로 가져갔습니다.

"이은택은 팀이 0대1로 지고 있을 때 아이템전을 승리로 이끌고 에이스 결정전으로 승부를 끌고 가는걸 세계에서 가장 잘하는 선수입니다!"

이번 시즌 아프리카로 이적한 이은택은 해설 위원들의 말대로 팀이 지고 있을 때 승부를 에이스 결정전으로 이어지게 만드는데 일가견이 있죠. 오늘은 이은택 뿐만 아니라 유영혁이 질만하면 앞으로 나와 역전을 만들면서 '신스틸러'의 역할을 톡톡히 했죠. 결국 아프리카가 한화생명을 꺾고 승부는 에이스 결정전으로 이어졌습니다.

"김기수가 왜 거기서 나와!"

모두가 염원하던 에이스 결정전이 나왔죠. 하지만 아프리카는 김기수가 등장했습니다. 유영혁과 문호준의 맞대결을 원하던 팬들은 아쉬움을 삼켜야 했죠. 그리고 모두가 예상한대로 결과는 문호준의 승리였습니다.

다소 싱겁게 끝났던 에이스 결정전, 유영혁이 나왔다면 어땠을까요? 아마도 아프리카에게는 '졌지만 잘 싸웠다'는 호평이 쏟아졌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어쩌면 박인수를 잡아냈던 것처럼 문호준도 잡아냈을지도 모릅니다.

"고마워, 호준이형"

한화생명 동료들은 결국 또다시 팀의 운명을 혼자 짊어져야 했던 문호준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습니다.  

"수고했어. 오늘 그래도 좋은 경기 펼쳐서 다행이다."

경기 후 전 동료였던 아프리카 이은택 그리고 유영혁이 한화생명 선수들을 찾았습니다. 뜨거운 포옹으로 두팀의 끈끈한 우정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오랜 기간 함께 해온 선수들은 승부가 끝난 뒤에는 서로 다독이며 좋은 사이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모두의 관심을 모은 준플레이오프는 한화생명의 승리로 끝이 났습니다. 경기 내용은 나무랄데 없이 훌륭했지만 에이스 결정전에서 유영혁과 문호준의 맞대결이 불발된 것은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참 많이 다른 승자와 패자의 모습, 승부의 세계란 그런 것이겠죠? 

"너무 아쉬워요. 당연히 에이스 결정전에 (유)영혁이형이 나올 줄 알았거든요. 그리고 그랬어야 하고요. 이겼는데도 이긴 것 같지 않은 기분이에요. 다음 번에는 꼭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팬들이 맞대결을 기다려준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이에요."

 

글/사진=이소라 기자 sora@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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