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업계에 부는 '구독경제' 바람 /그래픽=디미닛
통신업계에 부는 '구독경제' 바람 /그래픽=디미닛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통신3사가 미디어와 교육, 게임 등 콘텐츠 위주의 새로운 구독서비스 모델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구독경제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매, 소유하기보다 소비자가 가입 후 정기 결제를 선택 시 약정한 기간 동안 사용할 수 있게 하는 방식을 의미한다. 이통사들은 본업인 통신사업 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새로운 수익 기회 창출을 위해 구독형 서비스를 주목하고 있다.


통신사에도 구독경제 바람 '솔솔'

SK텔레콤, 웅진씽크빅과 교육 구독 상품 사업 '맞손' /사진=SK텔레콤 제공
SK텔레콤, 웅진씽크빅과 교육 구독 상품 사업 '맞손' /사진=SK텔레콤 제공

2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소비자들의 소비패턴이 구매에서 공유, 구독의 형태로 진화하면서 통신사들도 이러한 구독경제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드는 모양새다. 

먼저 SK텔레콤은 지난해 4분기 연간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인공지능(AI) 플랫폼 기반 구독형 컴퍼니로 진화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첫 행보로 웅진씽크빅과 '웅진스마트올'이라는 구독형 교육 서비스를 최근 선보였다. SK텔레콤에 따르면 향후 식음료(F&B)와 교육, 렌털, 여행 등 다양한 사업자와 제휴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SK텔레콤은 오는 2023년까지 구독형 상품 가입자 2000만명을 확보, 6000억원의 매출을 올린다는 계획이다. 

윤풍영 SK텔레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현재 SK텔레콤은 통신사의 강력한 마케팅 툴인 멤버십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개편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KT는 지난해 7월 구독형 '포토북' 서비스를 출시했다. 이 서비스는 월 5000원에 내가 매달 제작한 포토앨범 한 권을 배달해준다. 사진에 텍스트 입력을 통해 설명을 자유롭게 남길 수도 있다. 구독형 B2C 서비스로는 '게임박스'가 있다. 게임박스는 월 4950원을 내면 110여종의 게임을 무제한으로 즐길 수 있는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다. 최근 가입자가 10만명을 넘어섰다. 

KT 관계자는 "KT 게임박스는 글로벌 게임부터 국내 인디게임에 이르기까지 구독형으로 즐길 수 있는 한국형 토종 OTT 서비스"라며 "게임박스 플랫폼에 국내외 인기 대작게임부터 인디게임까지 수급해 스트리밍 게임 생태계를 활성화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고 전했다. 

KT의 구독형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 '게임박스'. /사진=KT 제공
KT의 구독형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 '게임박스'. /사진=KT 제공

LG유플러스는 통신3사 중 홈사물인터넷(IoT) 사업 부문에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교육과 육아, 반려동물 상품 등 고객을 가구별로 세분화하는 '세그멘트' 전략을 내세우며 일반고객을 겨냥한 구독형 패키지 상품을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대표적으로 1인 가구를 겨냥해 유튜브와 OTT, 음성비서, 무드등, 멀티탭 등을 하나로 묶어 월 7700원에 이용할 수 있는 'U+스마트홈 구글 패키지'가 있다. 'U+스마트홈 펫케어 서비스'도 대표적인 구독 상품이다. 3년 약정 기준 월 1만1000원에 반려동물 원격급식기, CCTV, 간식로봇 서비스가 포함된 것이 특징이다. 


충성 소비자를 확보하라... 구독경제로 '락인 효과' 노린다

통신사의 구독형 서비스 도입 배경에는 '락인 효과'가 있다. 락인 효과는 구독 서비스를 통해 자사 플랫폼에 이용자를 계속 묶어두는 것을 일컫는다. 고정적으로 자사 멤버십 서비스를 구독하는 이용자들이 늘어나면 그만큼 안정적인 수익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통신사들도 앞다퉈 구독 서비스를 도입하고 있는 것이다. 

김준섭 KB증권 애널리스트는 "통신사들은 OTT서비스와 스트리밍게임, 이커머스와 같은 구독형 사업모델의 상품 구색을 지속적으로 확대하면서 해지율을 낮추고 있다"며 "통신3사 모두 미디어 부문 구독형 수익모델 강화 중에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KB증권 리포트에 따르면 통신3사의 유무선, IPTV 결합상품에 대한 해지율은 1% 미만이다. 통신사가 판매한 구독형 수익모델은 소비자가 한번 가입하면 해지하기 전까지 매출로 인식돼, 지속적으로 수익이 발생하는 구조다보니 통신사의 가입자당 월평균매출(ARPU)을 올릴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구독형 서비스, 새 '황금알 낳는 거위' 될까?

LG유플러스 반려동물 케어 구독 서비스 'U+스마트홈 펫케어' /사진=LG유플러스 제공
LG유플러스 반려동물 케어 구독 서비스 'U+스마트홈 펫케어' /사진=LG유플러스 제공

증권업계 등 관련업계에서는 구독형 서비스가 통신사의 새로운 수익 창구가 될 수 있을지 관심이다. 안정된 망 인프라로 유무선 통신 사업을 벌이고 있지만, 이는 수익성 측면에서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이에 통신3사는 모두 '탈통신'을 선언하면서 전통적인 통신사업 대신 새로운 먹거리 발굴에 나서고 있다. 실제 통신3사는 지난해 연간 실적발표를 통해 신사업 매출성장 가능성을 확인했다. 특히 미디어와 보안, 커머스, 인공지능(AI) 등 신사업의 매출이 눈에 띄게 늘면서 호실적을 달성했다. 

최근 통신사들의 구독형 서비스는 '자사 고객 한정'이라는 조건을 없앤 점이 눈에 띈다. 특정 통신사 상관없이 가입할 수 있도록 '개방형'으로 운영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기존 통신사 구독 모델이 자사 고객용 서비스거나, 경쟁사를 염두에 둔 것과는 차이가 있다.

이처럼 통신사들이 구독형 서비스를 타 통신사 가입자들에게도 개방하는 이유는 구독경제 특성상 고객의 수가 많으면 많을수록 '규모의 경제' 효과가 발생하면서 경쟁력이 강화될 수 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하나금융연구소 보고서에 따르면 "구독경제 확산으로 인해 소비자들은 기업들과 지속적으로 관계를 맺으면서 본인이 원하는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받는 것이 일상화될 전망"이라며 "기업도 구독서비스를 통해 1회성 관계가 아닌 고객과 정기적인 관계 구축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제공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경영 기자 management@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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