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4대 거래소 CI/사진=각 회사 제공
국내 4대 거래소 CI/사진=각 회사 제공

정부 인가를 받은 가상자산 거래소의 위상이 완전히 달라졌다. 가상자산 사업자 신고 수리로 불확실성을 해소하자 블록체인 사업에 뛰어 들고 싶어하는 대기업들이 돈 보따리를 들고 찾아오고 있다. 새로 거래소를 만드는 것보다, 이미 자리를 잡은 업체와 협업을 진행하면 모든 면에서 리스크를 줄일 수 있기 때문에 인가 거래소가 귀한 몸이 된 것.

그 중에서도 원화마켓을 확보해 국내 가상자산 거래의 99%를 점유하고 있는 4대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에 쏟아지는 러브콜이 심상치않다. 투자금 역시 수백억원대는 기본이다. 이들 거래소는 다양한 분야의 기업들과 협업하며 합종연횡하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들 대기업의 투자로써 가상자산 거래소가 완전히 제도권 안으로 편입됐고, 거래소에 대한 투자는 계속 될 것으로 분석했다. 가상자산 거래소 자체의 영업이익율이 높을 뿐만 아니라, 대체불가능한토큰(NFT)과 메타버스 사업에 진입하는 지름길이란 것이다. 


코빗, 인가 받자마자 SK스퀘어가 900억원 쐈다

29일 가상자산 거래소 코빗은 SK스퀘어로부터 9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SK스퀘어는 게임기업 넥슨 지주사인 NXC에 이어 지분 35%를 보유한 코빗의 2대 주주로 등극했다. 코빗은 4대 거래소 중 거래량이 가장 작지만, 이미 다른 기업들이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 거래소들보다 지분 확보가 쉬웠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코빗이 운영 중인 메타버스 가상자산거래소 '코빗타운'. /사진=SK스퀘어 제공
코빗이 운영 중인 메타버스 가상자산거래소 '코빗타운'. /사진=SK스퀘어 제공

메타버스와 NFT 열풍이 부는 가운데, SK스퀘어는 사회 혁신을 가져올 수 있는 정보통신기술(ICT) 넥스트 플랫폼 영역을 선점하기 위한 사업 목적으로 이번 투자를 단행했다고 전했다. 코빗이 운영하는 플레이 투 언(P2E) 메타버스 '코빗타운'과 SK텔레콤이 운영하는 메타버스 '이프랜드'와의 시너지를 기대하는 것. 

코빗 역시 SK스퀘어 자회사들과의 시너지를 기대하고 있다. 코빗은 향후 이프랜드를 포함해 SK스퀘어가 보유한 플랫폼·콘텐츠 관련 자회사들이 선보일 서비스와 코빗타운 간의 서비스 접목을 통해 한층 업그레이드된 메타버스 서비스를 선보일 계획이다.


최대 거래소 업비트는 하이브와 맞손 

4대 거래소로 분류되는 ▲업비트 ▲빗썸 ▲코인원 역시 이미 대규모 투자를 받고 대기업들과의 협업을 준비중이다. 먼저 국내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는 엔터테인먼트사 하이브와 손을 잡았다. 슈퍼 지식재산권(IP)가 필요한 업비트와 검증된 사업 파트너가 필요했던 하이브, 양사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것이다. 

이석우 두나무 대표/캐리커쳐=디미닛
이석우 두나무 대표/캐리커쳐=디미닛

하이브는 지난 4일 공시를 통해 두나무가 하이브에 제3자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7000억원을 투자하고 동시에 하이브도 같은 방식으로 두나무에 약 5000억원을 투자하는 파트너십을 발표했다. 하이브는 이번 지분 투자로 두나무 주식 2.48%를 취득하게 됐다.

하이브와 두나무는 합작 법인을 설립해 아티스트 지식재산권(IP)과 NFT가 결합된 팬덤 기반의 신규 사업을 공동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특히 최근 급부상하고 있는 NFT에 아티스트 IP를 적용, 아티스트 NFT를 발행한다는 계획이다. 두나무 측은 "아티스트 IP와 블록체인 기술의 융합은 엔터 산업의 또 다른 혁신이자 독보적인 가치를 만들어낸 사람들과 이를 지지해 온 팬들을 위한 기술이 될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게임사 러브콜 받은 빗썸과 코인원

빗썸과 코인원은 신고 수리 전부터 1세대 게임사에게 러브콜을 받고 밀월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게임과 블록체인의 시너지를 미리 알아본 게임사들이 수백억원대 투자를 단행한 것. 빗썸의 경우, 블록체인 게임 '미르4 글로벌'로 주가를 끌어올리고 있는 위메이드가 빗썸 주요 주주인 비덴트에 지금까지 약 800억원가량을 투자했다. 

허백영 빗썸코리아 대표/캐리커쳐=디미닛
허백영 빗썸코리아 대표/캐리커쳐=디미닛

비덴트는 빗썸코리아 직접지분 10.25%, 빗썸홀딩스 지분 34.24%를 보유한 빗썸의 단일 최대주주다. 이후 장현국 위메이드 대표가 빗썸코리아 이사회에 합류했다. 그러나 양사는 국내 협업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 지난 18일 지스타 기자간담회에서 장현국 대표는 규제 우려 탓에 단기적으로 빗썸과 공동 사업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한국보다 글로벌에 초점을 두고 사업 협력을 진행하는 중"이라고 말한 바 있다.

코인원도 1세대 모바일 게임사 게임빌-컴투스와 협력할 예정이다. 게임빌은 지금까지 코인원에 약 800억원 규모의 전략적 투자를 진행해 코인원 2대주주 자리에 올랐다. 게임빌은 이를 통해 NFT 게임 개발과 NFT 거래소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아울러 지난 10일 게임빌-컴투스는 자체 메타버스 '컴투버스' 출시를 공식화했다. 

차명훈 코인원 대표 /사진 = 코인원
차명훈 코인원 대표 /사진 = 코인원

컴투버스는 게임, 영상, 공연과 같은 콘텐츠를 비롯해 금융, 쇼핑, 의료 등 다양한 분야의 기업과 서비스가 포함된 메타버스다. 아울러 게임빌-컴투스는 내년 출시 예정인 기대작 '서머너즈 워: 크로니클'에 블록체인 시스템을 적용, 서머너즈 워의 글로벌 브랜드 파워를 기반으로 전 세계 P2E 게임 시장을 주도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이 과정에서 게임빌과 코인원의 협업이 기대된다. 특히 차명훈 코인원 대표도 한 강연에서 "NFT는 게임과 가장 잘 어울린다"고 언급한 바 있다. 


제도권 편입 본격화...합종연횡 계속될 것

업계 전문가들은 대기업의 가상자산 거래소 투자로 거래소가 완전히 제도권에 편입됐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가상자산 업계에서 활발히 활동해온 김태림 법무법인 비전 변호사는 "대기업은 상당히 보수적인 기준으로 투자하는 경향이 있다"며 "특금법에서 실명계좌를 받은 거래소는 규제 불확실성이 해소됐다고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투자자가 규제 리스크를 지는 것이 아니고, 시장 자체가 제도권으로 들어왔기 때문에 하나의 투자 대상으로 떠올랐다는 설명이다.

더불어 김 변호사는 "메타버스나 NFT 등 산업이 다양한 방면으로 뻗어나가고 있다"며 "어떤 식으로 확장될지 모르기 때문에 기본이 되는 가상자산 거래소를 전초기지로 이용하기 좋다"고 전했다. 또 그는 "가상자산 거래소는 영업이익이 80%가 넘는 매력적인 투자처"라며 "가상자산 거래소에 대한 투자는 계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형중 고려대학교 정보보호대학원 교수 역시 "대기업이 투자하면서 가상자산 시장이 안정권에 들어섰다"며 "가상자산 거래소처럼 안전한 투자처도 없다"고 말했다. 금융권 수준의 보안 시스템을 갖췄기 때문에 안전하다는 설명이다. 또 그는 "투자 이익도 투자 이익이지만, 가상자산 거래소에 투자하는 것은 NFT나 메타버스 사업에 진입하는 지름길"이라며 "모두들 가상자산 거래소에 투자하고 싶어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도권 안으로 들어온 거래소에 투자함으로써 리스크도 줄이고 블록체인 관련 노하우를 파악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 가상자산 거래소 관계자도 "지금도 접촉을 시도해 오는 기업들이 많다"며 "특히 게임사들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게임사가 NFT 마켓 등 가상자산 사업을 영위하려면 사업자 등록을 새로 해야하는데, 그것을 우회하기 위해서 가상자산 거래소들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성우 기자 voiceactor@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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