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완화를 요구하는 온라인 플랫폼 산업계의 목소리는 외면한 채, 규제안 마련에 나서고 있는 각 부처의 시도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한국인터넷기업협회(인기협) 주최 토론회에서 나왔다.
홍대식 서강대 교수는 3일 인기협이 주최한 '권한을 넘은 정부의 그림자규제, 바람직한가' 토론회의 발제자로 참석해 "온라인 플랫폼 심사지침이 그림자 규제라고 현 단계에서 생각하고 싶지 않지만 그림자 규제가 돼서도 안 되고 그렇게 보여서도 안 된다"고 주장했다.
앞서 지난 1월,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는 '온라인 플랫폼' 등 법률에 규정되지 않은 새로운 개념을 창설하고 규율하는 내용이 포함된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의 시장지배적지위 남용행위 및 불공정행위에 대한 심사지침'을 입법예고한 바 있다.
최근 방송통신위원회도(방통위) '올바른 온라인 이용후기 문화 정착을 위한 가이드라인(안)'을 마련, 법률에 규정되지 않은 '온라인 플랫폼' 등의 정의를 포함시켰다. 방통위는 이를 일부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 이용사업자 등에 공개하고 의견 수렴을 진행, 제정을 준비하고 있다.
이와 같은 부처들의 규제 시도는 국회에 계류 중인 온라인 플랫폼 규제에 대한 입법절차를 무력화시킬 뿐 아니라 우회해 사실상 독자적으로 규정하기 위한 수단이며, 법적 근거 없이 정부가 업계를 압박하는 '그림자규제'에 해당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홍 교수는 온라인 플랫폼 등에 대한 정의를 포함한 법안들의 입법이 준비되는 상황에서 법령 근거가 없는 예규 형식의 공정위 행정규칙에 온라인 플랫폼 정의 규정을 둘 경우 다른 법령과 상충할 가능성이 있다는 문제제기를 했다.
그는 "판례 법리가 정립되지 않은 상태에서 공정위 의결만 있거나 법원에 계속 중인 심결례에 거의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다"며 "담당 공무원이 향후 유사 사안에서 행위가 야기하는 효과에 대해 증거에 기반한 사례별 분석을 하지 않고 선험적인 판단을 할 우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두 번째 발제자로 나선 김현경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도 "공정위 지침이 그림자 규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도 "온라인플랫폼 관련 공정위 고시나 방통위 지침이 아직 학술적·실무적으로도 완전히 확립되지 않은 개념과 관행들을 포섭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그간 위임일탈이 의심되는 과다하고 복잡한 행정입법이 마련될 수 있었던 것은 영역 관할을 둘러싼 소관 부처의 이해관계와 복잡하고 전문화된 사항에 대한 국회의 전문성 부족 산물이 아닌가 싶다"고 내다봤다.
이어 "지금이라도 헌법정신을 실현할 수 있도록 법률 및 행정입법의 실체적·절차적 정당성을 강화할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영아 기자 twenty_ah@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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