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테크 도입률 87%로 전 세계에서 가장 높아...자산관리와 지불결제를 중심으로 개인금융·보험·대출 등 다양한 영역으로 핀테크 영토 확장

미국·중국·영국 보다 월등히 앞서 나가는 디지털 결제 시장...이루피(e-RUPI), 디지털 지급결제 수단으로 중요한 역할 톡톡히 해내 

인도 중앙은행, 대법원으로부터 가상자산 관련 사업 금지와 은행거래 규제 위헌 판결 받아...합법화된 가상자산 산업 

인도·파키스탄 가상자산 시장, 지난해 전년 대비 각각 640%, 710% 이상 성장...디파이 시장점유율도 각각 59%, 33%로 양분

김정혁 님 / 캐리커처=디미닛
김정혁 님 / 캐리커처=디미닛

"고객을 보호하는 것은 우리의 최우선 의무입니다. 우리 집으로 찾아 온 손님들의 생명이 위험합니다."

무자비하고 끔찍한 살상이 벌어지는 호텔에서 탈출하지 않은 책임자 쉐프 오베로이는 고객의 안전을 위해 잔류한 직원들과 목숨을 건 사투를 벌인다. 2008년 11월26일, 어둠을 헤치고 10명의 무장 청년들이 보트를 타고 뭄바이 해안가에 발을 내딛는다. 인파가 많은 기차역과 병원, 레스토랑, 카페에서 총과 폭탄이 무차별적으로 난사된다.

백년이 넘은 최고급 호텔은 참혹한 테러리즘의 최종 표적이었다. 전 세계 유명 인사와 관광객들이 방문하는 화려한 타지 호텔을 장악한 테러리스트가 지옥의 문을 걸어 잠갔다. 세상과 차단된 호텔 안에서 오베로이 쉐프는 고객들을 안전지대에 대피시키고 비상통로를 통해 탈출을 시키지만, 이미 195명의 사망자와 350명의 부상자가 발생하였다. 희생자 절반이 호텔 직원이었다.

무장경비원도 현지 경찰도 전투교육이 전무하고 부족한 장비와 인력으로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극단주의자들의 극악무도한 성전은 뭄바이에서 아무런 방해도 없이 민간인들을 닥치는 대로 쓰러뜨렸다. 인도의 정예부대라는 특수부대와 진압부대가 1400Km 떨어진 수도 뉴델리에서 오는 동안 뭄바이 시티는 처참한 공포 속에서 사흘을 보냈다.

떠올리기조차 무서운 연쇄 테러 실화를 바탕으로 영화 '뭄바이(Hotel Mumbai)'가 상영되지만 테러의 원인과 배경은 스크린에 담아내지 못했다. 극단적이고 편협한 정치권력과 배타적 종교분쟁의 끝없는 대립의 집단적 공포는 결국 무고한 시민들의 몫이었다. 


뭄바이, 동서양 문화가 오묘하게 융합하면서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큰 도시 중 하나

인도 자치령인 파키스탄 카슈미르 지역에서 자행된 인도군의 이슬람 주민들에 대한 인권침해와 종교박해에 파키스탄 테러집단의 청년들이 보복의 배낭을 둘러매고 뭄바이로 향한 건 처음이 아니었다. 뭄바이의 초호화 호텔에서 일하는 빈민가 출신의 순수하고 다정한 직원들의 희생이 없었다면 더 혹독한 재앙을 맞이했을 것이다. 무방비로 노출된 도시와 평화로운 일상을 보호받지 못하는 시민들의 처절한 생존은 지금 우리가 누리는 평범한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지 다시 한 번 일깨워 주고 있다.

영국 식민지 시절에 봄베이(Bombay)로 불리다 1995년에 현지 언어로 변경된 아라비아해 항구도시 뭄바이는 1300만명에 육박하는 도시인구 1위이자 세계 최대의 슬럼가 다라비도 공존하고 있다. 인도의 해상무역과 자본시장 거래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국제 무역 중심지로 경제 수도나 다름없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기업이 상장돼 있는 봄베이증권거래소와 인도 중앙은행은 물론 대부분의 금융회사와 글로벌 기업들이 진출하고 있다.

여러 섬마다 작은 마을로 이루던 뭄바이는 포르투갈과 영국의 지배하에 동서양 문화가 오묘하게 융합되면서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큰 도시 중 하나가 되었다. 지금 뭄바이는 무역과 제조업 중심지에서 엔터테인먼트와 금융 그리고 IT기술의 메카로 부상하고 있다. 역사의 화려함 속에서 가장 많은 양의 영화가 제작되는 곳, 발리우드(Bollywood)의 본고장이자 생동감 넘치는 인도의 금융 허브이다. 중세 유럽과 아시아 교류가 활발했던 거점으로 가슴 아픈 식민지의 통로이던 항구가 이제 세계 최대의 경제 중심지로 성장하고 있다.


뭄바이를 중심으로 블록체인과 가상자산 스타트업 생태계 확산

아직도 만연한 빈곤과 취약한 위생과 교육 수준에다 밀집된 주거 환경과 혼잡한 교통에이 여전하지만 급속히 성장하고 탈바꿈하는 핫 플레이스이다. 최근 뭄바이를 중심으로 인도의 블록체인과 가상자산 스타트업 생태계가 확산되고 있다.

인도의 신 성장 동력과 미래의 잠재력은 뭄바이에서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가파른 경제 성장과 금융시스템 개혁, 규제완화로 시장 개방과 외국자본의 투자가 증가하면서 뭄바이의 금융시장을 더욱 활기차게 팽창시키고 있다.

또한, 전 세계에서 핀테크 도입률이 87%로 가장 높다.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핀테크 시장 중의 하나이며 스타트업들이 우후죽순 자라나고 있다. 핀테크 시장 규모도 빠른 증가세를 보이면서 자산관리와 지불결제를 중심으로 개인금융, 보험, 대출 등 다양한 영역으로 핀테크 영토가 확장되고 있다.


핀테크 도입률에 이어 글로벌 가상자산 채택지수도 세계 2위

최근 인도의 디지털 결제 시장은 유례없는 성장세를 보이면서 실시간 결제 거래도 세계 최대의 핀테크 국가인 미국·중국·영국 보다 월등히 앞서 나가고 있다. 코로나 시국에도 현금 없는 결제와 비접촉 거래에서 이루피(e-RUPI)는 디지털 지급결제 수단으로 중요한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스마트폰 사용자를 보유한 모바일 시장에 공유형 애플리케이션 플랫폼이 가세하면서 핀테크 혁신과 금융포용 이니셔티브를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핀테크 도입률에 이어 글로벌 가상자산 채택지수도 세계 2위로 앞서고 있다. 가상자산에 부정적이던 인도 정부는 그동안 블록체인 기술 육성에만 전념하다가 최근 가상자산 연관 산업의 진흥을 위한 긍정적인 시그널을 내놓고 있다. 

수년전 인도 중앙은행이 족쇄를 채웠던 가상자산 관련 사업 금지와 은행거래 규제가 대법원에서 위헌 판결을 받았다. 아마도 대법원은 기회를 막는 규제보다는 블록체인 기술과 가상자산 산업의 성장 잠재력을 더 우선시한 것으로 짐작된다.

이제 합법화 된 인도의 가상자산 산업은 블록체인 펀드 조성과 블록체인 기업투자, 블록체인 교육 등 새로운 디지털 변혁의 주자로 바통을 이어받았다. 과거 선진국과 글로벌 IT기업의 하청업체로 성장한 인도의 테크놀로지는 이제 아웃소싱 단계를 벗어나 시장 주도적이고 혁신적인 금융IT 융합비즈니스 창출로 조연이 아닌 주연으로 위상을 높이고 있다.


인도 정부, 스타트업 인디아 통해 맞춤형 지원과 멘토십 프로그램 운영중

최근 인도의 가상자산 관련 창업과 스타트업 펀딩은 상상을 넘어서고 있다. 코인 디씨엑스(DCX)와 같은 가상자산 거래소의 유니콘 기업 탄생과 볼드(Vauld), 바이코노미(Biconomy), 머드랙스(Mudre) 등 블록체인 스타트업들이 대규모 투자유치를 통해 탈중앙 금융시장과 가상자산 비즈니스 생태계를 이끌어 가고 있다.

인도 정부는 이러한 블록체인 스타트업을 지원하기 위해 행정 간소화, 자금 지원, 세제 혜택, 인큐베이팅 지원 등 실질적인 혜택을 다각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이미 '스타트업 인디아(Start-up India)'이라는 전담 조직을 통해 맞춤형 지원과 멘토십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뭄바이와 뱅갈루루, 델리와 같은 대도시의 잘 발달된 스타트업 인프라를 중심으로 풍부한 전문인력과 고도의 IT 신기술을 융합해 첨단 글로벌 테크밸리를 세우고 있다. 우수한 인재들이 몰리는 테크밸리에서 미래 기술을 축적해가는 이노베이션 타워에 뭄바이와 중앙정부는 규제혁신과 지원정책을 줄기차게 공급하고 있다.  

뭄바이 항구에 세워진 '인디아 게이트(Gateway of India)'는 과거 빼앗긴 조국의 유물이자 침략군의 통로이었지만 이제는 도약과 성장 그리고 무한도전의 기회를 맞이하는 해방구로써 보다 나은 미래로 탑승하는 터미널로 우뚝 솟아나고 있다.


인도·파키스탄·베트남, 중앙·남부아시아 가상자산 시장 성장 주도

글로벌 가상자산 분석 전문업체인 체이널리시스(Chainalysis)에 따르면 인도와 파키스탄, 베트남 3개국이 중앙아시아, 남부아시아의 가상자산 시장의 성장을 주도한다고 발표했다. 특히 인도와 파키스탄은 2021년에 전년 대비 각각 640%, 710% 이상의 성장을 보였고, 분산금융(Defi) 플랫폼 시장에서의 점유율도 인도와 파키스탄이 각각 59%, 33%로 양분하고 있다.

블록체인 기술이 인도의 사회·정치·경제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을 것으로 진단한 정부 보고서처럼 핀테크 기술과 블록체인 기술의 첨단융합 매트릭스는 또 다른 슬럼독 밀리어네어(Slumdog Millionaire)들을 배출할 것이다. 세계를 경악시킨 뭄바이 타지 호텔 테러가 발생한 2008년에는 인도 무명배우들의 인디 영화 한편이 아카데미상과 골든글러브를 휩쓸었다.

영화 '뭄바이'에서 가난한 신분의 식당 직원 아르준은 끝까지 호텔에서 남아 손님들을 탈출시켰다. 불안에 떠는 손님들에게 "우리 모두 두렵지만 헤쳐 나가기 위해 우린 힘을 합쳐야 해요"라고 용기를 불어 넣는다. 뭄바이의 젊은 창업가들은 지금 힘을 모아 첨단 디지털 타워를 쌓아 올리고 있다.

'슬럼독 밀리어네어'는 매일 매순간 치열하게 살아온 뭄바이 슬럼가 출신의 자말이 꿈의 억대 퀴즈쇼에 출연한다. 영화는 "노력하고 갈구하라, 운명 같은 우연이 찾아올지니"를 포스팅하고 있다. 타지마할의 아름다운 배경만큼이나 화려하고 경이로운 수상 실적을 올렸다. 


세상의 모든 경계선이 사라지는 디지털금융 시대

인도와 파키스탄의 해묵은 분쟁과 대립은 지구의 종말이 올 때까지 불구대천지 원수로 서로 이웃하고 있다. 이제는 블록체인과 가상자산 비즈니스를 통해 국경 없는 사회와 문화, 일자리 창출로 이어져 상호 평화와 공존으로 맺어지길 바란다. 앞으로 영화에서도 현실에서도 양국은 문화적, 언어적, 혈통적으로 한 가족이나 다름없는 조상의 뿌리를 잊지 말아야 한다.

세상의 모든 경계선이 사라지는 디지털금융 시대, 국적이 불필요한 첨단 기술융합 파도는 인간적인 교류와 디지털 휴머니티 플랫폼을 나눔으로써 종교와 이념 갈등은 지구 밖으로 사라질 것이다.

푸른 보석과 진한 향을 담아 인도의 별 이미지로 출시한 봄베이 사파이어는 진(gin)의 대명사다. 역사적인 도시 뭄바이 항구에서 푸른 별빛 가득한 봄베이 칵테일 한 잔 흔들고 싶어지는 여름이다.

세상이 가까워지고 쉽게 전염되는 요즘 아군과 적군은 아무 의미 없다. "강가에서 살 작정이라면 악어와 친구가 돼야 한다"라는 인도의 속담은 미래 사회를 예지한 건 아닐까.

글=김정혁
정리=김현기 기자 khk@techm.kr


<Who is> 김정혁 님은?
한창의 디지털전문위원으로 블록체인, 가상자산, 메타버스 신사업을 담당하고 서울사이버대학교 빅데이터·정보보호학과에서 핀테크보안,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강의를 맡고 있다. 부산벤처스 이사, 서울시 메티버스서울 자문위원장, 부산블록체인규제자유특구사업 평가위원, 한국금융ICT융합학회, 블록체인포럼 자문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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