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혁 님 /캐리커쳐=디미닛
김정혁 님 /캐리커쳐=디미닛

대나무 찜통에서 막 건져낸 만두를 조심스럽게 숟가락에 올려 젓가락으로 찌르면 감칠맛 나는 육즙과 향이 눈앞에서 펼쳐진다. 재빨리 뜨거운 육수를 마시고 남은 만두에 초간장에 절인 생강채를 올린 자태는 군침이 마르지 않는다.

기존의 두툼한 왕만두 모양의 찐빵을 얇은 만두피로 탈바꿈하고 그 안에 다진 살코기와 깊이 우려낸 닭 육수를 가득 담은 샤오롱바오가 탄생하였다. 대나무 찜통의 하드웨어는 그대로 사용했지만 통 안의 소프트웨어는 혁신적으로 바꿨다. 1871년 상하이의 작은 마을 식당에서 개발한 샤오롱바오의 혁명은 이제 전세계인들이 사랑하는 음식으로 오르내리고 있다.

상하이를 대표하는 또 다른 요리인 민물가재는 살이 오르는 제철에 먹어야 하지만 샤오롱바오는 언제 어디서나 맛볼 수 있다. 대륙의 오랜 전통음식으로 훠궈, 찌엔삥, 마라롱샤, 카오야, 마파또우푸 등이 있지만 상하이는 해산물을 서양식으로 조리한 퓨전음식이 많다. 다른 도시에 비해 역사가 길지 않은 상하이는 풍부한 해산물과 야채를 혼합하여 달달하고 기름지게 만들어 낸다.


와이탄에서 처음 만난 샤오롱바오

샤오롱바오를 처음 마주한 정소는 와이탄이다. 시집 한권 같은 메뉴판에 담겨있는 음식 리스트를 넘기면서 처음으로 결정장애가 시작됐다. 상해증권거래소에서 한국의 온라인트레이딩시스템을 소개하고 컨설팅 계약 협의를 마친 후 찾아간 와이탄은 수많은 인파와 차량이 화려한 불빛 속에서 넘실되고 있었다.

중국의 장고한 역사와 상하이의 가파른 성장통을 압축시킨 와이탄은 강변의 노을에 비친 제국주의의 건축물에서 슬픈 역사와 경이로운 발전을 동시에 발산하고 있었다. 아편전쟁 이후 체결한 굴욕적인 난징조약은 황푸강의 작은 어촌 마을 상하이를 세계적인 상업도시 트렌드로 올려 세웠다.

석양이 지고 나니 와이탄 건너편 푸동지구의 고층 빌딩과 동방명주탑이 밤하늘 우주선처럼 제국의 역습을 예고하고 있었다. 상하이는 황푸강을 중심으로 동과 서로 구분한다. 와이탄이 있는 푸시는 구도심으로 130년전 상하이의 근대 역사를 고스란히 보존하고 있다. 반면 상하이에서 가장 낙후된 지역이었던 푸동은 90년대 초반 경제특구로 지정되어 중국을 대표하는 경제구역이자 첨단 금융산업의 중심지로 꿈틀거리고 있었다.

상하이는 비약적인 발전과 국제도시로 번화하면서 이질적인 집단과 문화예술은 물론 다양한 가치를 포용하는 개방적이고 융합형 도시로 변화하고 있다. 북방과 남방을 대표하는 베이징과 상하이는 중국이라는 큰 틀에서 각자 대표성을 지니고 있다. 상하이 푸동은 중국의 개혁개방 정책의 수혜를 받는 대표적인 경제특구이다. 베이징, 광저우와 같은 경쟁도시의 강점과 홍콩, 싱가포르의 글로벌 비즈니스를 연계한 국제금융의 중심지로 올라서고 있다.


샤오롱바오의 도시에서 핀테크 도시로

최근 상하이 시는 핀테크 허브 구축을 위한 마스터플랜을 수립하여 핀테크 산업 육성을 위한 규제완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핀테크 스타트업을 포함한 첨단 정보통신업체들에 대한 세금을 줄이고 주거, 의료 혜택을 통해 우수인력을 유치하고 있다. 중국의 인민은행도 상하이 금융회사를 대상으로 핀테크 발전전략과 혁신 시범사업을 주도하면서 촉진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베이징, 항저우, 선전에 비해 뒤쳐진 핀테크 산업에 대한 뒤늦은 지원정책은 황푸강처럼 거침없이 흘러가고 있다.

상하이에 본사를 둔 유니온페이는 개방형 결제 플랫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은련유한공사의 글로벌 카드브랜드이다. 중국 정부는 경제 개방 이후 우후죽순 난립한 신용카드사와 춘추전국시대를 방불케 하는 포스단말기 전투를 통일하고자 대륙 유일의 독점 신용카드사인 차이나유니온페이를 설립했다.

최근 유니온페이는 대륙에서 찾아보기 힘든 직불카드를 디지털화하여 젊은 층을 대상으로 혁신적인 모바일결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디지털경제 개념을 도입해 모바일 퀵패스 기반의 카드 발급과 구매, 얼굴인식 및 QR 결제, 입출금, 송금, 자산관리를 안전하게 처리하여 디지털결제 생태계 조성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스마트폰을 활용한 모바일결제는 이제 입출금, 증권, 대출, 보험, 신용평가에 이르기까지 금융업종의 한계를 무너뜨리고 있다. 내수시장을 벗어나 주변국과 세계 금융시장으로 진출하는 자이언트테크 기업들은 금융기술 표준화와 함께 블록체인 금융의 활성화를 위한 파일럿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또한 상하이 자유무역구에서 공개한 금융앱은 핀테크 기업과 제휴시 데이터 통합 플랫폼과 인공지능, 분산원장기술, 디지털신분증 등 다양한 금융ICT 기술을 제공하고 비즈니스 제휴도 가능하다.


5위권 국제금융시장 상하이...홍콩 대안으로 부상

현재 국제금융시장은 뉴욕, 런던, 홍콩이 주축인 가운데 상하이도 5위권으로 부상하고 있다. 홍콩이 중국으로 반환된 이후 반중시위와 보안법, 범죄자 인도협약에다 미·중간 무역마찰은 홍콩경제를 마이너스 성장률로 추락시켰다. 계속되는 자본 이탈과 부동산 하락이 지속될 경우 상하이가 구원 등판할 가능성도 예상된다. 코로나 펜더믹과 겹친 헥시트(HongKong Exit)와 '홍콩 엑소더스'가 지속될 경우 글로벌 헤지펀드는 새로운 피난처를 찾을 수밖에 없다. 

춘추전국시대 오나라의 동쪽 아름다운 바다와 황푸강을 품고 있던 상하이는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대륙의 경제수도이자 세계적인 금융중심지로 자리 잡았다. 모래밭과 불모지 땅에서 일궈낸 상하이는 식민제국의 뉴타운 재개발 광풍에도 전통과 문화예술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다. 호텔에서 푸둥국제공항으로 향하는 자기부상열차 안에서 첨단기술을 활용하는 상하이인들의 미래에 대한 열정과 전통에 대한 자긍심의 매트릭스가 요동치고 있었다.

경제와 금융 그리고 미래기술로 쌓아올린 푸동의 마천루와 스카이라인은 상전벽해가 따로 없다. 선진국들의 국제금융도시와 글로벌 핀테크 거점 지역은 성장을 멈추고 있지만 상하이는 또다른 성장통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한번 맛보면 잊을 수 없는 샤오롱바오의 혁신성과 창의성의 황금비율로 세계 자본금융 시장을 유혹하고 있다. 

 

글=김정혁
정리=김현기 기자 khk@techm.kr


<Who is> 김정혁 님은?
글로벌 디지털금융 스타트업 한패스에서 디지털혁신실장을 맡고 있다. 서울사이버대학교 빅데이터정보보호학과 겸임교수로 핀테크보안,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강의를 진행 중이며 한국금융ICT융합학회, 한국디지털혁신얼라이언스, 한국블록체인협회, 블록체인포럼, 부산블록체인규제자유특구사업분과 등에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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