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뤼셀, 물류·생명공학·신기술 경쟁력 높아 핀테크 산업의 강점으로 작용
EU 정상회의·이사회·집행위원회 브뤼셀에 본부 두고 있어...NATO 최고사령부도 포진
유럽의 안전보장 심장부, 막대한 인력과 조직 거느리며 경제적·전략적 부가가치 창출
전략적 거점 도시이자 전통적인 문화유산과 신비한 문화적 매력 매트릭스가 공존

김정혁 님 / 캐리커처=디미닛
김정혁 님 / 캐리커처=디미닛

손바닥 크기의 도톰한 반죽을 갓 구워내 초콜릿과 생크림을 얹어 커피와 함께하는 달달함은 브뤼셀 여행에서 맛보는 쫀득한 상상을 소환한다. 와플은 홍합, 고디바와 함께 벨기에를 대표하는 원산지이다. 

낙농업이 발달하고 해산물이 풍부한 교역의 중심지 벨기에는 1인당 맥주 소비량이 독일을 제치고 세계 1위이다. 와인보다 맥주를 생산하기 좋은 날씨와 규제가 적은 벨기에는 600여종의 맥주 브랜드와 개인 하우스 맥주까지 합치면 2000여종이 넘는 맥주산업 강대국이다. 러시아, 대한민국 보다 더 술을 좋아하는 민족이 베네룩스 3국일지 모른다.

수년 전 포브스는 글로벌 핀테크 산업의 허브로 벨기에를 지목했다. 벨기에는 사촌보다 더 가까운 이웃 룩셈부르크, 네덜란드와 '깐부'인데다 유럽에서 막강한 경제 규모를 자랑하는 독일·프랑스·영국·스위스가 인접해 있다. 과거 지정학적으로 주변 강대국의 끊임없는 침략과 지배를 이겨낸 벨기에는 더 이상 전쟁을 경험하지 않으려는 의식이 강하다.

벨기에 수도 브뤼셀은 유럽 주요 금융센터에 접근성이 좋고 소비력이 강한 경제구역으로 물류, 생명공학과 신기술 경쟁력이 높아 핀테크 산업의 강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영국이 유럽연합(EU)에서 탈퇴하면서 런던에서 이삿짐을 싼 국제 금융사들이 브뤼셀에서 보따리를 풀고 있는 추세이다.


벨기에, 핀테크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적합한 인프라와 인적 네트워크 보유

벨기에는 유럽 내 어느 국가보다 숙련된 연구개발 인력과 기술력을 유지하고 있다. 대학들은 엔지니어링, 컴퓨터공학, 바이오 분야에서 우수한 비즈니스를 생산해 내고 있다. 특히 영어·독일어··프랑스어·네달란드어가 혼용되면서 최소 2~3개 국어를 사용하는 인구 비율이 60%를 넘어서고 있다. 이로 인해 벨기에는 전체 유럽을 기반으로 핀테크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적합한 인프라와 인적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다.

과거 베네룩스 3국은 관세동맹과 경제연합(Benelux Economic Union)으로 뭉치면서 다른 어떤 동맹국보다 끈끈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경제공동체 흐름은 지금의 EU를 만드는 서막이 됐다. EU 정상회의와 이사회, 집행위원회 모두 브뤼셀에 본부를 두고 주요 외교안보정책과 법안, 예산을 심의하고 확정한다. 유럽 각국의 정상들이 모이는 브뤼셀에서 자유로운 토론을 통해 연합의 복잡 미묘한 문제들을 신속히 해결하기도 한다. EU 상임의장 또한 벨기에 최연소 총리 기록을 가진 샤를 미셀이다. 

유럽과 북미 중심의 서방국가의 군사동맹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최고사령부도 브뤼셀에 포진하고 있다. NATO는 평화를 위한 동반자이자 외부 침략에 대해 상호 방어하는 집단 군사동맹 시스템이다. 유럽연합국의 최고사령관 브뤼셀은 유럽의 안전보장 심장부로써 막대한 인력과 조직을 거느리며 경제적, 전략적 부가가치를 창출해내고 있다.

최근 NATO는 1949년 결성한 이래 73년 역사상 가장 큰 외교안보 이슈에 직면해 있다. NATO의 창설 목적은 간단하다. 옛 소련의 유럽 침략을 견제하기 위함이다. NATO에 대응하기 위한 동맹을 맺은 바르샤바조약기구는 소련의 붕괴 이후 회원국이 NATO 회원국 유니폼을 교체하고 있다. EU와 러시아 틈새의 우크라이나도 친서방 정책을 펼치면서 헌법에 EU와 NATO 가입을 국가적 목표로 명시했다. 


24시간 국가간 송금결제가 이뤄지는 스위프트 본부, 벨기에 심장부에서 가동

러시아의 무력 침공에 주권위기를 맞은 NATO의 비회원국 우크라이나에 NATO를 비롯한 세계 각국은 살상용 핵폭탄이 아닌 금융핵폭탄을 쏘아 올렸다. 미국과 유럽 각국은 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를 본격화하고 있다. 러시아 은행을 스위프트 금융결제망에서 퇴출시킨 것이다. 전 세계 200개국 1만1000여 금융회사들이 네트워크에 가입돼 24시간 국가간 송금결제가 이뤄지는 스위프트 본부가 벨기에 심장부에서 가동되고 있다.

현대 금융에서 스위프트망에서 튕겨 나갈 경우 국가는 물론 기업의 손실은 막대하다. 지급이 불가능한 금융결제는 신용이 하락하고, 수출이 막히며 외환거래도 차단된다. 현재 스위프트 퇴출 제재 국가는 이란과 북한, 러시아다. 미 달러 중심의 국제금융거래와 스위프트망에서 송금결제가 불가능해 독자적인 송금결제망을 구축하든지 암호화폐 같은 가상자산 입출금을 모색해야 하지만 이 또한 걸림돌이 적지 않다.

세계 각국의 가상자산 업계는 우크라이나를 돕기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가상자산 재단과 거래소와 이용자들이 우크라이나 지원을 위해 기꺼이 가상자산 기부를 주저하지 않고 있다. 비트코인, 이더리움은 물론 알트코인과 대체불가능한토큰(NFT)까지 인도적 후원의 물결이 이어지고 있다.

앞으로도 우크라이나와 같은 약자를 돕기 위한 크립토 커뮤니티의 기부는 더욱 커질 것이다. 우크라이나 정부가 가상자산 후원을 받기 시작한 이후 1주일간 받은 총 기부금은 약 5570만달러에 달한다. 우크라이나 정부도 다양한 가상자산 기부금을 즉시 군수물자와 생필품으로 교환하고 있다. 법정화폐보다 가상자산의 지원이 보다 광범위하고 빠르고 간편하게 이뤄지는 효과를 톡톡히 거두고 있다.


벨기에, 거대한 평화 프로세스가 움직이는 평화안전 플랫폼 국가

땅도, 인구도 적지만 유럽의 예술과 문화유산을 고이 간직한 벨기에는 EU의 외교안보 베이스캠프와 막강한 군사적 심장부 그리고 세계 금융결제망을 거느리는 거대한 평화 프로세스가 움직이는 평화안전 플랫폼 국가다.

과거 유럽 무역과 교통의 중심지답게 다양한 산업들이 집약돼 있고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서로 협력과 발전을 추구하는 균형 잡힌 경제 활동은 브뤼셀의 미래 성장 동력이다. 브뤼셀을 중심으로 주요 도시에서 기업과 대학은 신산업 발굴과 성장에 중요한 역할을 해오고 있다.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들은 대학과 대기업 내에서 제품 개발과 창업을 통해 시장에 진출하는 기회를 확대하고 있다.
 
예술이라는 단어가 적합한 작은 도시 브뤼셀은 잘 가꿔진 정원과 아름다운 운하를 중심으로 중세의 고풍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다른 대도시보다 생동감 넘치는 이유는 정치·외교·안보·금융의 전략적 거점 도시이자 전통적인 문화유산과 신비한 문화적 매력 매트릭스가 공존하기 때문이다.

벨기에는 미래 디지털산업에서 생존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 고급 기술 인력이란 걸 잘 알고 있다. 과거 소프트웨어와 애니메이션, 콘텐츠 산업에서 뛰어난 강점을 보였음에도 끊임없는 기술개발과 핀테크산업 육성이 경제 활력소이자 장기적인 고부가가치 원동력이란 걸 인식하고 있다.

외국자본 유치와 정보통신기술(ICT) 기술인력 부족을 위해 열심히 뛰고 있는 벨기에 정부와 브뤼셀 청년들의 언어적 능력과 신기술 발굴 그리고  미래 세계로의 도전은 매일 신선한 크래프트 맥주 거품처럼 차오르고 있다.

운하와 물길을 따라 예술작품이 가득한 유럽의 작은 거인 브뤼셀은 과거 서비스 산업 중심에서 정보통신 기술산업으로 주력하면서 또 하나의 유럽의 디지털 수도를 빚어내고 있다.

글=김정혁
정리=김현기 기자 khk@techm.kr


<Who is> 김정혁 님은? 

한창의 디지털전문위원으로 디지털자산과 블록체인, 메타버스 신사업을 담당하고 있다. 서울사이버대학교 빅데이터·정보보학과에서 핀테크보안,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강의를 맡고 있다. 부산블록체인규제자유특구 사업평가위원과 블록체인포럼 자문위원, 서울시 메타버스서울 자문위원장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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