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즈벡 수도 타슈켄트, 핀테크·블록체인·가상자산 등 신산업 육성 및 지원 활발 
우즈벡 중앙은행(CBU), 법정화폐 숨화 기반 전자화폐 시스템 개발 추진 중
정부 주도 가상자산 거래소 Uz넥스(Nex) 개설, 관련 규정 완화하는 법 채택
디지털로드의 부활을 다시 알리는 오아시스처럼 동·서양 기술문명 샘솟아

김정혁 님 / 캐리커처=디미닛
김정혁 님 / 캐리커처=디미닛

구름 한 점 없는 새파란 하늘 아래 시원하게 확 트인 도로에는 애잔한 향수를 자아내는 마티즈, 누비라, 다마스가 씽씽 달리고 있었다. 국내에서는 찾아 볼 수 없는 대우 엠블럼를 반짝이며 영광과 좌절의 역사속 한숨을 내뿜은 채 타슈켄트 시내를 질주하고 있다. 오래전 공중 분해된 회사이지만 이역만리 공장에서 출고된 대우차는 우즈베키스탄에서 국적을 갈아타고 현지 국민차로 대우받으며 엄지척 가성비를 인정받고 있다.

고풍 맞은 타슈켄트 기차역에서 고속열차 '아프로시욥'을 기다렸다. 왕복 티켓으로 당일 여행이 무난한 옛 티무르 제국의 거점이자 실크로드의 요충지 사마르칸트로 가는 고속열차에 몸을 실었다. 서울-부산 거리를 2시간 내달리는 동안 앙증맞은 기내식이 테이블 위에 펼쳐진다. 빠르게 지나가는 차장 밖 풍경은 끝 모를 곡물과 평야로 한가득 채워졌다.
 
지구촌 실크로드의 모든 유적지와 문화재가 사마르칸트의 레기스탄 광장에 모여 있는 건 아닌가 싶다. 황량한 사막에 황금빛 숨결을 불어 넣은 우즈베키스탄의 찬란한 영광의 뒤안길이 곳곳에서 반짝이고 있었다.

고대 문명이 교류하던 실크로드의 연결 중심은 대초원과 바다와 강 그리고 오아시스이었다. 사마르칸트는 오아시스 실크로드의 심장이자 동·서양 문화가 살아 숨쉬는 고색창연한 푸르름이 보석처럼 빛나고 있다.


우즈베키스탄, 개방 정책으로 금융규제 완화하고 디지털 기술 적극 도입

수많은 주변국들이 지배해 온 우즈베키스탄은 정통 이슬람 문화에 유럽과 러시아, 아시아의 생활양식이 결합한 풍요와 공존의 융합 매트릭스가 꽃피우며 이어지고 있다. 풍부한 천연가스와 산유국으로 높은 경제성장률에도 불구하고 낮은 국민소득과 높은 실업률로 신음하던 우즈벡은 최근 금융과 디지털 부문에서 큰 변화가 불어오고 있다.

철저하게 통제와 규제로 묶여 있던 경제시스템이 개방 정책으로 전환하면서 금융규제를 완화하고 디지털 기술을 적극 도입하고 있다. 2017년부터 온라인 금융이 본격화 된 이후 2021년 온라인뱅킹 이용자 수가 1500만 명으로 급격히 증가하고 신용카드 발급건수도 확대되고 있다.

금융서비스에 정보기술을 활용하는 핀테크 서비스 기업들이 출현하면서 디지털금융 시장이 열리고 있다. 코로나 사태 이후 테크핀 스타트업들도 속속 간편금융 서비스를 발굴해 나가고 있다. 2020년에는 우즈벡의 첫 번째 인터넷 전문은행이 탄생하면서 주변국의 은행들도 타슈켄트에서 온라인 금융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과거 우즈벡 중앙은행(CBU)은 30개가 넘는 상업은행을 통제해 왔다. 그동안 외국 투자 진출의 걸림돌이었던 환전·송금·이자율·중개수수료 등 폐쇄적인 정책금융이 이제 개방과 자유화의 물결로 혁신금융의 실험에 도전하고 있다. 기존 금융서비스에서 환전 수수료와 현금 인출수수료는 높고 불편했지만 이제 저렴하고 간편한 금융생활이 시작된 것이다.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와 제휴한 핀테크 비즈니스 눈에 띄게 증가

우즈벡의 블록체인 캠퍼스 운영을 위해 현지 공무원과 실무자 블록체인 프로그램을 설계해준 인연으로 블록체인 서밋 행사에 초대받았다. 타슈켄트에 도착하자 여유로움과 생동감이 먼저 마중 나왔다. 타슈켄트로부터 받은 첫 느낌이다.

타슈켄트는 생기 넘치는 도시이다. 해체된 소련 연방에서 독립한 국가와 이슬람 문화라는 이미지는 푸르고 맑은 하늘공기에 가려지고 자유와 희망 그리고 친절함이 묻어 있다. 식당에 가서야 비로소 종교적 관습과 이질적 음식 문화를 느낄 정도이다. 딱 정해준 메뉴를 선뜻 정하기 어려워 결국 숯불향 머금은 고기야채 꼬치인 샤슬릭과 철판요리 라그만을 줄기차게 외워 주문했다.

최근 우즈벡에서는 소상공인들 대상으로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와 제휴한 핀테크 비즈니스가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페이먼트 기술업체 휴만스(Humans)는 단순 결제단말기에서 벗어나 통신·금융·쇼핑을 통합하는 애플리케이션 배포와 신용카드를 연계한 충전과 송금, 결제 서비스에 캐시백을 제공하고 있다.

스마트폰 근거리무선통신(NFC) 기능을 활용한 원터치 결제를 제공하는 휴모페이(HUMO Pay)도 교통 기능과 포스(POS) 터미널 결제로 영역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Uz카드 벤처스는 카드결제 사업에서 핀테크 스타트업 육성을 위한 엑셀레이터로 변신했다. 인수합병(M&A)을 통해 핀테크 관련 민간 투자펀드로 지급결제 데이터 수집과 분석, 결제보안 솔루션, 마케팅 알고리즘 등 신생 스타트업 발굴에 주력하고 있다.

우즈벡 중앙은행(CBU)은 법정화폐인 숨화를 기반으로 한 전자화폐(e-Money) 시스템 개발을 추진 중이다. e-Money는 사용자의 실물카드와 연계한 또 다른 가상계좌인 전자지갑(eWallet)을 통해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이곳 중앙은행의 전자화폐 개발 계획은 실물 화폐와 금융계좌와 연결돼 파급성은 다소 낮지만 상당한 진전을 보이고 있다. 또한 우즈벡 국가가 관리하는 가상자산 거래소인 Uz넥스(Nex)가 개설돼 가상자산 관련 규정을 완화하는 법을 채택할 정도로 변화의 물결은 거세다.


英 이코노미스트紙, 2019년 '올해의 국가'로 우즈벡 선정

"우리들의 왕이 있는 땅"이라는 우즈베키스탄의 어원은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자신들만의 왕이 존재한다는 독립적인 민족이자 국가임을 함축하고 있다. 동서남북으로 키리기스스탄·투르크메니스탄·아프카니스탄·카자흐스탄 등 국경을 맞댄 주변국들이 가까운 이웃이자 미래 성장을 위한 동반자가 되어가고 있다.   

2017년부터 통제경제를 버리고 시장경제 체제로 탈바꿈하면서 외환시장과 금융시장이 날개를 달고 힘을 받은 경제개혁은 사회는 물론 비즈니스 환경까지 큰 변화와 성과를 보이고 있다. 2019년 이코노미스트는 경제성장과 일자리 창출, 의료, 교육, 관광 등 다양한 분야에서 가장 빠르게 개혁이 진행된 '올해의 국가'로 우즈벡을 선정했다.

이제 수도 타슈켄트를 비롯한 주요 도시의 젊은이는 정보기술(IT) 신기술과 더불어 공유경제 플랫폼, 블록체인과 가상자산 기술에 관심이 높다. 새로운 기술과 금융이 융합하는 빅테크와 가상자산 스타트업에 진출하고자 유럽시장의 벽을 무너뜨리고 있다. 한국과 싱가포르, 일본도 우즈벡 밀레니얼 세대가 꿈꾸는 최애 도시이다. 

타슈켄트 스타트업 환경은 코로나19를 거치면서 비대면 비즈니스가 크게 성장 중이며 그 중 핀테크 영역이 가장 큰 수혜를 입고 있다. 지속가능한 경제를 구축하고 세계적인 펜더믹을 타개하기 위해 우즈베키스탄 정부와 중앙은행은 핀테크와 블록체인 같은 신산업 육성과 지원에 방점을 두고 있다. 

중앙아시아 탄탄여지도의 중심인 우즈베키스탄은 경제와 사회 변화를 주도하는 강력한 개혁 매트릭스를 통해 신기술과 신산업을 여는 새로운 스탄 왕국의 심장을 꺼내 들었다. 실크로드의 찬란한 보석을 품은 타슈켄트에서 꽃 피우는 핀테크와 블록체인은 디지털로드의 부활을 다시 알리는 오아시스처럼 동·서양 기술문명이 샘솟아나고 있다.

오랜 세월 숱한 이민족의 침략과 통치하에서도 땅과 민족에 대한 정체성을 잃지 않고, 종교적 갈등과 반목을 넘어 융합과 번영을 위한 티무르 제국 부활의 원동력은 활활 타오르는 디지털금융 오아시스에서 나올 것이다. 

글=김정혁
정리=김현기 기자 khk@techm.kr


<Who is> 김정혁 님은?
한창의 디지털전문위원으로 디지털자산, 블록체인, 메타버스 신사업을 담당하고 있다. 서울사이버대학교 빅데이터정보보호학과에서 핀테크보안,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강의를 맡고 있으며 서울시 메티버스서울 자문위원장, 부산블록체인규제자유특구사업 평가위원, 한국금융ICT융합학회, 블록체인포럼, 한국디지털혁신얼라이언스 자문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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