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전기차 시장의 새로운 교두보로 부상…글로벌 배터리 기업들, 멕시코에 공장 증설 확대
디지털금융 스타트업 발돋움하면서 핀테크 산업 덩치 커져가고 있어…연20% 이상 성장률 기록
멕시코 핀테크 기업, 금융결제시스템·기업금융관리시스템·개인금융대출 시스템이 주류를 이뤄

김정혁 님 / 캐리커처=디미닛
김정혁 님 / 캐리커처=디미닛

"성공은 공짜로 주어지지 않아, 목표를 위해 뭐라도 할 수 있어야 해"

음악을 증오하는 집안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성공한 뮤지션을 꿈꾸는 소년은 전설적인 가수의 기타를 손에 넣었다가 '죽은 자들의 세상'에 들어간다.

영화 '코코'에서 미구엘은 아끼던 기타가 부서져도 꿈을 포기하지 않는 열정으로 삶과 죽음을 넘나들며 쌓였던 오해를 풀어내 가족을 다시 뭉치게 한다. 과나후아토 마을 한 소년의 용기와 모험으로 과거사의 빗나간 어둠을 걷어내고 가려진 진실의 역사를 바로 잡았다. 

'죽은 자의 날(Dia de Los Muertos)'은 멕시코 고유의 명절이다. 매년 세상을 떠난 사람들이 살아있는 가족과 친구를 만나기 위해 이승으로 찾아오는 축제이다. 슬픔에 빠지기 보다는 죽음의 가치를 받아들이고 음식을 차리고 노래를 부르며 긍정적으로 조상을 맞이한다. 과거 멕시코 원주민들이 사후세계의 여신에게 제의를 올리던 '모든 영혼의 날(All Souls' Day)'은 오늘날 망자의 소중한 기억을 매만지는 시간의 축제로 자리 잡았다.


과나후아토, 세계 자동차 수출 대국 전초기지로 변모중

아무 쓸모없는 땅으로 버려진 과나후아토는 16세기 금과 은이 발견되고 세계 최대의 은광 생산지로 번창하면서 멕시코에서 가장 아름다운 낭만도시로 변했다. 도시 곳곳에 광산의 흔적과 웅장하고 화려한 바로크 건축물이 알록달록 마법처럼 공존하고 있다. 

오랜 기간 스페인 식민시절을 저항한 멕시코 독립전쟁의 시발점이자 첫 전투의 승리를 이끈 투사 또한 과나후아토의 광부 피필라이다. 거대한 석상이 세워진 '피필라 언덕' 아래는 거친 지형위에 자생적으로 지어진 형형색색의 집들이 광산 터널의 미로처럼 영화 코코의 배경을 수놓고 있다.

'죽은 자들의 날' 축제의 상징적인 도시 과나후아토에 포드, 도요타 등 대형 자동차 기업들이 진출하고 있다. 저렴한 인건비와 높은 기술력이 매장돼 있는 중세 도시는 세계 자동차 수출 대국의 전초기지로 변모하고 있다. 최근 전기차 시장의 새로운 교두보로 멕시코가 부상하고 있다. 국내 배터리 기업은 물론 미국, 중국의 기업들이 멕시코에 공장 증설을 확대하고 있다. 일본의 주요 브랜드도 멕시코와 전기차 배터리와 플랫폼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새로운 생산기지와 수출 거점으로 만들고 있다.

테슬라는 텍사스주에 있는 공장보다 더 큰 규모의 기가팩토리를 멕시코에 건설한다. 현지 고용인력은 1만명으로 추정하고 연간 100만대 생산을 전망하고 있다. 1930년대 멕시코시티에 제너럴모터스(GM), 포드, 크라이슬러가 조립공장을 설립한 이후 멕시코는 자동차 산업 생태계를 화려했던 고대문명처럼 받아들이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인 리튬을 풍부하게 보유한 멕시코에 테슬라의 차세대 로보택시와 인공지능(AI) 커넥트카의 모험적인 도전 전략은 찬란하던 마야문명의 토양에서 막강한 글로벌 경쟁력을 향유할 것이다.


중남미에서 가장 활기차게 디지털 전환을 통한 혁신 주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멕시코는 미래 자동차 산업외에 또 하나의 태양이 떠오르고 있다. 열대 밀림 위에 도시를 세우고 신전을 지었던 기술이 디지털 전환 시대에 서서히 신비로움을 반짝이고 있다. 최근 디지털금융 스타트업이 발돋움하면서 핀테크 산업의 덩치가 커져가고 있다. 연 20% 이상의 성장률을 나타내며, 핀테크 분야 창업도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멕시코는 중남미에서 가장 활기차게 디지털 전환을 통한 혁신을 주도하면서 AI와 빅데이터 기술을 중심으로 핀테크와 전자상거래기반의 스타트업들이 주목받고 있다.

수많은 스타트업들이 소프트뱅크, 골드만삭스, 디원(D1) 캐피털파트너스, 실버레이크 등 글로벌 금융투자로부터 투자를 유치하면서 일자리 창출과 디지털혁신 생태계가 퍼즐을 맞춰가고 있다. 멕시코의 핀테크 기업은 금융결제시스템, 기업금융관리시스템, 개인금융대출 시스템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지난 3년간 가장 급성장한 분야는 디지털뱅킹이다. 다수의 대형 은행들이 디지털 서비스 영역을 확장하면서 온라인 대출·신용·결제·모바일뱅킹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다수의 개인에게 소셜 네트워크를 통해 스타트업을 알리고 자본금을 모집하는 크라우드 펀딩이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으면서 새로운 금융 비즈니스 모델을 뜨겁게 홍보하고 있다. 대부분의 핀테크 기업들이 벤처캐피털의 투자에 대한 거부감 보다 성장을 목표로 투자를 원하는 경우가 많아 투자자와 상생하는 전략으로 디지털금융 시장에서의 성장을 도모하고 있다.


멕시코, 2018년에 중남미 최초로 핀테크 법안 제정

지난 2018년에 멕시코는 금융 정보통신(IT) 융합기술과 관련하여 중남미에서 최초로 핀테크 법안을 제정했다. 국립금융거래위원회에 핀테크 기업 설립 신청을 하고 중앙은행, 재무부의 심사를 거쳐야 한다. 핀테크법 하위 법안으로 가상자산 법안이 있다. 가상자산 거래소와 가상자산 거래는 멕시코 중앙은행이 허가하는 경우로 제한하고 있다. 금융회사는 가상자산 관련 금융거래는 금지하고 있으나 제3의 기관과 계약 및 거래를 중앙은행으로부터 허용받을 수 있다. 맥시코의 가상자산 시장은 아직 활성화되지 않고 있으나 잠재력이 높고 우호적인 금융시스템으로 편입될 가능성이 충분하다.

한때 높은 경제성장률과 대량의 유전 발견으로 재정이 불어나고 국민소득도 높았던 멕시코의 기적은 금융위기와 석유 파동으로 막을 내렸다. 국가 모라토리엄을 선언하고 강도 높은 규제개혁과 구조조정을 추진했지만 늘어나는 외채이자와 경상수지 적자는 또다른 외환위기 나락으로 떨어진다.

중산층은 사라지고 빈부격차는 심화되면서 마약 카르텔과 거래하는 경찰과 군부로 극심한 사회 불안정으로 치달으며, 멕시코 경제는 거친 풍랑위에서 난파선처럼 위태하다. 마약으로 인해 한나라가 통째로 전쟁과 다름없는 일상을 보내고 있다. 마약 마피아들의 참혹한 범죄와 인신매매, 무기밀매, 거리에서의 총격전은 매콤한 타코와 강렬한 살사의 맛 여행을 주저하게 만든다.

과거 풍요로웠던 땅을 침략당하고 빼앗긴 아픔을 뒤로하고 멕시코는 이제 금융기술과 자동차기술 그리고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새로운 디지털 문명을 꽃피우고 있다. 2023년 2분기 멕시코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전년대비 3.5% 이상 증가했다. 페소화 폭락 이후 경제위기를 물리치기 위한 회생방안이 곳곳에서 우수한 성적표를 받아내고 있다.


멕시코 밀레니얼 세대, 전통 금융 보다 핀테크 금융 플랫폼 선호

멕시코 핀테크 시장은 신규 블루 오션으로 젊은 소비 인구를 장점으로 지속 성장할 것으로 점쳐진다. 멕시코의 밀레니얼 세대는 전통 금융보다는 핀테크 금융 플랫폼을 선호하고 투자하고 있다. 디지털 신기술이 자동차와 금융 도화지에 형형색색 채색돼 가는 멕시코 시티는 죽음과 삶의 매트릭스를 통해 글로벌 디지털 플랫폼 허브라는 또 하나의 신화를 빚어가고 있다. 

코코에서는 이별과 죽음이라는 슬프고 무거운 주제를 밝고 아름다운 영상과 음악으로 풀어나간다. 이승에서조차 자기를 기억하는 사람이 하나도 없다면 저 세상에서도 영원한 죽음을 맞이한다는 전통 의식은 앞으로도 되새겨볼만 하다. 개인화돼 가는 시대에 전통과 혁신을 보듬는 멕시코 시티의 미래 성장 동력은 카리브해를 눈부시게 비추고 있다.

'죽은 자들의 날' 축제의 시그니처 드링크인 블러디 쿠엘보를 노을이 물든 과나후아토 언덕에서 마주할 날을 기다려 본다. 

글=김정혁
정리=김현기 기자 khk@techm.kr


<Who is> 김정혁 님은?
글로벌 디지털 파이낸셜 그룹 한패스 감사와 서울사이버대학교 빅데이터·정보보호학과에서 핀테크보안,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강의를 맡고 있다. 동훈아이텍 기술고문, 한국핀테크학회 핀테트보안연구회 위원장, 디지털금융법포럼 운영위원, 블록체인포럼 운영위원, 대구시 디지털자산포럼 자문위원과 테크노파크 디지털자산 평가위원을 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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