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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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진짜 5G'라고 불렸던 28㎓ 주파수 대역이 '애물단지'로 전락한 가운데, 국내 중소 통신장비업계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28㎓ 대역 기지국에 들어갈 장비는 물론, 인건비를 들여 개발한 기술 등이 쓸모 없어진 상황에 봉착한 것. 정부 정책 발표를 믿고 준비해온 기업들이 고사 위기에 빠진 만큼, 정부 차원에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KT와 LG유플러스에 대한 28㎓ 주파수 대역 할당을 취소하고 SK텔레콤에 대해서는 주파수 할당 기간을 단축시킴에 따라 중소 장비업체들이 투자금 회수를 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정부의 5G 활성화 정책에 따라 28㎓ 대역 기지국 구축을 위한 장비를 준비해왔는데, 사실상 전면 백지화됨에 따라 투자금조차 건지지 못할 위기에 빠진 것. 

정부가 주파수를 회수한 것은 통신3사가 당초 주파수 할당조건이었던 기지국 구축 수를 충족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과기정통부가 발표한 '5G 28㎓ 할당조건 이행점검 처분 결과'에 따르면 지난 2018년 주파수 할당 당시 3사는 각각 1만5000국씩 총 4만5000국에 달하는 망을 구축하기로 돼있었다. 그러나 실제 구축된 기지국은 총 5059대로 11%에 불과하다. 

통신3사가 국민의 재산인 주파수를 할당받아 놓고도 투자를 뒤로 밀어두면서 피해는 중소 통신장비업계가 고스란히 떠안게 됐다. 28㎓ 기지국 확대를 사업 기회로 삼고 관련 기술 R&D 및 투자를 선제적으로 단행한 제조사와 총판, 파트너사들 모두 출혈이 막심해진 것. 

통신장비 생태계는 크게 ▲제조사 ▲총판 ▲파트너사 등으로 구성돼있다. 총판은 제조사에 분기, 연간별로 예상 판매 계획을 수립해 공유한다. 제조사는 이같은 계획을 바탕으로 장비를 생산해낸다. 이후 총판은 납품받은 장비를 자사 또는 파트너사를 통해 판매한다.

그런데 이번 28㎓ 대역 기지국 구축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아 생태계 전체가 붕괴됐다. 장비를 팔아 제조사에 대금을 지불해야 하는 총판은 당초 계획대로 판매가 이뤄지지 않자 자신들의 돈으로 대금을 지불, 장비는 재고로 쌓이게 됐다. 또 28㎓를 지원하기 위해 높은 인건비 등을 감수하고 기술 R&D를 진행했던 제조사 또한 고스란히 투자비용을 떠안게 된 상황이다.

통신장비업계 관계자는 "제조사는 R&D와 인건비 회수가 안돼 손해를 보고 있고, 총판 및 파트너사는 납품할 곳을 찾지 못해 재고를 떠안아 리스크가 쌓이고 있다"며 "결국 제조사부터 파트너사까지 투자금에 대한 회수를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주무부처인 과기정통부가 중소 장비업체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통신3사가 제대로 투자를 하지 않은 것이 1차적인 원인이지만, 투자가 미진한 것을 알면서도 투자를 독려하는 방안을 강구하지 않고 통신3사에만 기지국 구축을 맡겨둔 것이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뒤늦게 통신3사가 아닌 다른 사업자 유치를 추진한다고는 하지만, 이 역시 언제 이뤄질지 기약이 없는 상황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의 5G 활성화 정책을 믿고 투자한 기업들이 거액의 손해를 떠안아야 하는 상황이 된 만큼, 정부 차원에서 장비업체를 지원하는 방안을 고심해줬으면 한다"며 "6G 등 앞으로의 통신기술을 위해서라도 초고주파 대역 활용은 필수적인 만큼 관련 연구를 해온 장비 생태계를 위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가은 기자 7rsilver@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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