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디캠프 선릉점에서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이 개최한 '마이데이터 정책 스타트업 간담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임경호 기자
21일 디캠프 선릉점에서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이 개최한 '마이데이터 정책 스타트업 간담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임경호 기자

'마이데이터' 확대 추진을 위한 개인정보보호법 시행령을 둘러싸고 산업계와 정부 간 시각차가 다시 한 번 드러났다. 산업계는 개보위가 추진 중인 시행령이 법안의 입법취지를 넘어섰다며 반발 중이다. 개보위는 과도한 해석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개보위 주도 본인정보전송요구권 확대 적용 시행령 도마

양측의 입장은 21일 디캠프 선릉점에서 열린 '마이데이터 정책 스타트업 간담회'에서 부딪혔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이 개최한 이번 행사는 본인정보전송요구권 확대가 가져올 사회적 문제와 대응방안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기 위해 마련됐다.

본인정보전송요구권은 개인이 자신의 정보를 제3자에게 직접 전송해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권리다. 데이터 주체에게 그 권리가 있다는 원칙을 바탕으로 한다.

개인정보보호법에서는 본인정보전송요구권과 제3자 전송요구권을 구분해 서로 다른 요건을 고려토록 하고 있는데 이번 시행령은 본인정보전송요구권의 범위를 전 업종으로 확대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에 따라 연 매출 1500억원 이상, 가입자 100만명 이상의 사업체(기업)는 정보 주체의 동의가 있을 경우 데이터 수집에 응해야 하는 의무가 생긴다.

이날 행사에서는 학계와 스타트업, 벤처업계 관계자들이 모여 시행령으로 불거질 수 있는 문제들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이 자리에 개보위 관계자가 방청객으로 참여하며 서로 다른 입장이 부각됐다.


스타트업·벤처 "핵심 자산 유출 가능성 우려...혁신 성장 동력 저하"

스타트업계는 시행령이 데이터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비용 부담을 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21일 디캠프 선릉점에서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이 개최한 '마이데이터 정책 스타트업 간담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임경호 기자
21일 디캠프 선릉점에서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이 개최한 '마이데이터 정책 스타트업 간담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임경호 기자

최지영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상임이사는 "데이터 기반 경쟁력이 전송데이터로 포섭될 경우 경쟁사 유입 가능성이 생긴다"며 "스타트업의 투자 매력이 훼손되고 성장보다 보수적 전략으로 돌아설 수밖에 없게 된다"고 말했다. 

또한 플랫폼 기반 스타트업은 시행령이 정한 매출이나 가입자 기준에 금방 도달하는 구조를 문제로 지적하며 대기업 중심의 데이터 편중이 심화될 가능성을 꼬집었다.

유정희 한국벤처기업협회 본부장도 "잘못된 시행령으로 주요 자산이 제3자에게 쉽게 이동할 수 있다면 벤처나 스타트업의 중요 재산이 넘어가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해외 사업자와의 역차별 문제는 물론 국내 기업 데이터가 해외사업자에게 넘어갔을 때 우리가 경쟁력 가질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개보위 "정보 주체에게 권한 부여...활용에 대한 확대 해석은 오해"

개보위는 과도한 해석을 경계했다. 하승철 개보위 마이데이터 추진단장은 질문 시간을 이용해 "이번 시행령의 핵심은 본인에게 데이터를 내려받을 수 있도록 하는 구조에 있다"며 "제3자에게 무차별적으로 이를 전송하는 형태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구글드라이브 등 개인의 클라우드 저장 공간(개인적 공간)을 예시로 들며 "시행령으로 기업이 축적한 영업비밀이나 산업비밀이 무분별하게 이전될 수 있다는 업계의 우려는 맞지 않다"고 밝혔다.

또한 개인정보전송권한을 제3자에게 위임할 수 있도록 한 제3자 전송권과 관련해 "법률에서 이미 위임대리가 허용된 만큼 시행령에서 이를 금지할 수는 없다"면서도 "다만 대리권을 활용 단계까지 확장 해석해 그 폐해를 주장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스크래핑과 관련해서도 즉각적인 금지보다는 단계적 전환 방식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 공공이나 민간 서비스 상당수가 스크래핑을 기반으로 데이터를 수집·운영하고 있다"며 "API 전환을 지원하는 예산 사업을 병행해 이에 대한 제도적 울타리를 세우고자 하는 것이 이번 시행령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학계 "시장에 미칠 영향 고려해 표현·접근 등 세밀한 설계 필요해"

학계에서는 보다 세밀한 설계 필요성을 강조했다.

21일 디캠프 선릉점에서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이 개최한 '마이데이터 정책 스타트업 간담회'에 방청객으로 참석한 하승철 개보위 마이데이터 추진단장이 패널들에게 질문하고 있다. /사진=임경호 기자
21일 디캠프 선릉점에서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이 개최한 '마이데이터 정책 스타트업 간담회'에 방청객으로 참석한 하승철 개보위 마이데이터 추진단장이 패널들에게 질문하고 있다. /사진=임경호 기자

정신동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개인정보보호법이 허용한 대리의 범위에 해석의 여지가 있어 이를 수정하면 좋을 것"이라며 "데이터를 어디에 저장할지도 기존의 '정보주체만이 접근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표현보다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정원준 한국법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유럽은 열람권 확장의 맥락에서 전송권을 설계했지만 우리나라는 산업적 목적을 강하게 반영했다"며 "데이터를 모았을 때 시너지가 발생하는 정보 설계가 제대로 되지 않은 상태에서 전송부터 가능하게 만드는 구조는 제도에 대한 조정 필요성을 키운다"고 짚었다.

임경호 기자 lim@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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