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최대 상장사 DBS, OCBC, UOB
UOB, 3Q 대손비용 전년비 4배 증가
미·중 상업용 부동산 대출 부실화 대비
금리인하 대응 과제, 비이자 부문 강화

싱가포르 시가총액 1위 상장사 'DBS' /사진=김소라 특파원
싱가포르 시가총액 1위 상장사 'DBS' /사진=김소라 특파원

싱가포르 3대 은행이 엇갈린 성적표를 받아들어 주목된다. 같은 기간 각기 영업 및 재무 전략 등을 다르게 가져가면서 실적에 상당한 차이가 발생했다. 

특히 선제적 충당금 적립 결정이 각 기업의 이익 격차를 크게 키웠다. 일부 은행의 경우 경제 불확실성 등에 대비해 적립금 규모를 전년대비 큰폭으로 늘리며 당장의 실적 위축을 감내한 것으로 나타났다.

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싱가포르 현지 은행인 'UOB'가 올해 3분기 부진한 영업 성적을 거뒀다. 동기간 전체 영업이익이 전년대비 축소됐고 순익 감소폭은 이보다 더 컸다. 총 4억4000만싱가포르달러(약 494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 직전년도 대비 4분의1 수준에 그쳤다.


UOB, 충당금 1.5조까지 늘려...부실자산 관리 강화

이러한 상황은 현지에서도 이례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금융시장을 대표하는 해당 3대 은행의 경우 그간 영업 성적이 동기화돼 움직이는 경우가 일반적이었던 까닭이다. 이들은 중앙은행인 싱가포르통화청(MAS)의 강력한 규제 아래 자산 건전성에 초점을 맞추고 안정적으로 순익을 확보하는데 주력해 왔다. 이에 따라 실적 추이도 큰 틀에서 비슷한 궤적을 보였다.

이번 UOB의 급격한 실적 변동 배경으론 충당금이 꼽힌다. 향후 경기 불확실성에 대비해 미리 충당금 규모를 크게 늘리며 당기순이익이 급감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구체적으로 UOB는 올해 3분기 말 충당금 규모를 전년동기대비 4배 이상 증가한 14억싱가포르달러(약 1조5700억원)까지 늘렸다. 해당 충당금이 손익계산서 상 영업비용으로 잡히면서 전체 실적에 상당한 영향을 준 그림이다.

이후 UOB는 투자자 우려 완화에 주력했다. 충당금을 급격히 늘린 것을 보험 구매에 비유, 경영 안정성을 강화하기 위함이라 설명했다. 실제 충당금 세부 내역을 보면 절반 가량이 거시 경제 불확실성에 대비한 상설 자금 용도로 구성된 것으로 나타난다.

다만 부실 자산과 관련한 충당금 또한 상당분 증가한 것으로 파악된다. 기대출분에 대한 특정 충당금이 올해 3분기 말 전년동기대비 약 60% 증가한 4억8000만싱가포르달러(약 5400억원) 수준으로 집계됐다. UOB 측은 이에 대해 중화권 및 미국 내 상업용 부동산 대출분을 대상으로 한 충당금이라 밝혔다. 동 부문의 원리금 상환 작업 등이 지연되며 미리 상당 자금을 대손 처리한 상황이다.

현지 쇼핑몰에 OCBC 및 UOB 은행 현금자동입출금기(ATM)가 설치돼 있다. /사진=김소라 특파원
현지 쇼핑몰에 OCBC 및 UOB 은행 현금자동입출금기(ATM)가 설치돼 있다. /사진=김소라 특파원

 


DBS·OCBC '선방', 레버리지 비율도 여유

이에 반해 나머지 2개사는 평이한 영업 성적을 거뒀다. 시가총액 기준 싱가포르 전체 상장사 중 1위 기업인 'DBS'는 올 3분기 29억5400만싱가포르달러(약 3조3200억원)의 순익을 기록했다. 동 기간 'OCBC'의 순익은 19억8000만싱가포르달러(약 2조2300억원)로 나타난다. 모두 전년동기대비 유사한 수준이다. 

이들 2개사는 상대적으로 재정 건전성을 여유있는 수준으로 유지하며 추가 충당금 적립 이슈에서 자유로울 수 있었다. 은행의 대표 재무 건전성 지표로 인식되는 커버리지비율(충당금 대비 부실자산)을 보면 올해 상반기 말 기준 DBS와 OCBC는 각각 137%, 159%를 기록했다. 부실자산 전액을 소화할 수 있는 자금을 넉넉히 마련해 둔 셈이다.

같은 기간 UOB 커버리지비율은 90% 수준에 머물렀다. OCBC, DBS와 비교해 낮게 유지됐다. 현재 대출의 상당분이 국내외 상업용 부동산으로 부실화 등 리스크가 고조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에 따라 UOB는 올 3분기 충당금 규모를 크게 늘렸고 내년에도 꾸준히 커버리지비율을 높여 나가겠다는 입장이다.


'마진 확보' 공통 과제...기업고객 타깃 주력

이밖에 마진 확보 또한 이들 3개사의 당면 과제로 꼽힌다. 지속적인 금리 하락에 따른 순이자마진 위축 이슈가 올해 꾸준히 제기되는 상황이다. 현지 대표 금리 벤치마크인 싱가포르 야간 금리 평균은 올해 3분기 1.7%대로 전년동기대비 약 52% 하락했다. 

이들은 적극적인 재무 건전성 관리 및 비이자 수익 확대 등 전략을 토대로 대외 경기 변동에 대응해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DBS 측은 "3차례 이어진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하 등 관련 역풍에도 내년도 총 수익은 올해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며 "자산 관리 부문의 10%대 중반 성장 등 기업 고객 대상의 비이자 수익이 꾸준히 개선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싱가포르=김소라 특파원 whitedog321@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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