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캐리커쳐=디미닛

 

지난 10여년간 지분제휴 방식의 소극적 파트너십을 영위해온 네이버가 예상밖 속도전을 보이며, 시장에서도 크게 기대하는 모습이다. 그간 해외에서 활동해온 창업주 이해진 이사회 의장의 절실함이 과감한 빅딜을 이끌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2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양사는 오는 27일 네이버 제2사옥 '1784'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통해 통합 비전과 사업 로드맵을 공개할 예정이다. 이 의장과 송치형 두나무 회장이 모두 현장에 참석할 전망이다. 전날인 오는 26일에는 각각 이사회를 열어 포괄적 주식교환 방식의 합병안을 의결한다.

업계에서는 네이버파이낸셜 기업가치를 약 5조원, 두나무를 약 15조원으로 평가한다. 현재 네이버파이낸셜은 네이버가 지분 약 70%를, 두나무는 송 회장이 약 25%를 보유하고 있다. 1대 3 비율로 주식 교환이 이뤄지면 송 회장(약 19%)을 포함한 두나무 경영진이 합병 법인 지분 약 28%를 확보하고, 송 회장은 최대주주에 오른다. 기존 최대주주였던 네이버는 17% 수준으로 지분율이 희석돼 2대 주주가 된다. 

최대주주에 등극한 송 회장은 네이버파이낸셜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표면적으로는 두나무가 네이버파이낸셜의 자회사로 편입되지만, 실질적으로는 송 회장을 필두로 네이버 그룹의 지배구조와 사업 체질 개선이 뒤따를 전망이다. 특히 업계에선 이해진 의장과 송 회장이 네이버의 미래를 함께 그리는, 일종의 투톱 형태를 유력하게 보고 있다. 거듭 해외에서 모멘텀을 만드는 이 의장과 별개로, 송 회장은 네이버 안의 기존 캐시카우를 웹3로 올려, 보다 중장기적인 그림을 그리는 방식이다.

네이버 내부 사정에 정통한 업계 한 관계자는 "이 의장은 송 회장을 일종의 후계구도에 올려놓고, 한국형 빅테크의 미래를 그리는 중"이라며 "바닥에서 사업을 일궈, 연간 조단위 이익을 만들어내고 있는 송 회장의 결단과 사업 역량에 이 의장이 감복한 것"이라고 귀뜸했다. 

합병을 마무리하기 위해서는 양사 이사회 결의 후 주주총회 특별결의까지 이뤄져야 하는데 출석 주주의 3분의 2 이상, 발행주식 총수의 3분의 1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 네이버파이낸셜은 네이버가 지분 70%, 미래에셋그룹이 30%를 보유하고 있고, 이해진 의장이 미래에셋 설득에 성공한 것으로 알려져, 합병 법인 출범은 어렵지 않을 전망이다. 

두나무의 경우 송치형 두나무 회장(25.5%), 김형년 두나무 부회장(13.1%) 등 경영진 지분은 38.6%로, 의결권 확보를 위해 약 27%의 추가 우군이 필요한 상황이다. 기존 주주로는 카카오인베스트먼트(10.6%), 우리기술투자(7.2%), 한화투자증권(5.9%), 하이브(2.5%) 등으로 이들에 대한 설득도 마무리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소액주주들 비중이 꽤 크고, 추후 노이즈가 발생할 수 있기에 두나무 구주 소유자들의 경우, 주당 40만원대로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실제 중국계 사모펀드가 최근 VC 및 개인투자자들로부터 대거 지분을 사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막판까지 주식매수청구권 가격을 올리려는 시도가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선 양사 합병 이후, 네이버 주가에 대해서 긍정적 반응을 내놓고 있다. 당장 조 단위의 이익이 네이버 연결 실적에 편입되는데다, 네이버-두나무 생태계의 결합으로 인터넷 플랫폼을 넘어 미래 웹3 금융사업자라는 새로운 멀티플이 얹어진 덕이다. 구체적으로 네이버의 영업이익이 2조5600억원으로 예상되는 만큼 두나무 실적이 더해질 경우 영업이익은 50% 이상 성장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뿐만 아니라 그간 신사업 진출 속도가 더뎠던 네이버가 이 의장 복귀 후,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는 점에서 과거와 다른 모멘텀을 기대해야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네이버는 그간 경쟁사인 카카오와 달리, 인수합병(M&A) 또는 신사업 확장을 위한 자회사 IPO 대신, 내재화 또는 지분 제휴를 통해 파트너십을 갖추는데 주력해 왔다. 그러나 이 의장 복귀 후, 불과 6개월새 빅딜을 성사시키며 과거와는 다른 속도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정호윤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네이버가 두나무 인수를 내년 무사히 마무리한다면 실적이 더해지며 밸류에이션 매력이 더욱 돋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정 연구원은 "스테이블코인을 기반으로 커머스·핀테크와 시너지를 창출하고 토큰증권 시장 진출 등 신사업을 전개할 수 있다는 점 또한 중요한 투자포인트"라고 밝혔다.

 

 

이수호 기자 lsh5998688@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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