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00억 투자 계획 발표 후 한국 콘텐츠 중요성 밝혀
OTT 경쟁 상황 긍정적 평가 "동반성장 하겠다"

"지금은 파이를 키워나가야 할 때다. 작은 파이를 두고 싸울 때가 아니라고 본다"

웨이브, 티빙, 왓챠 등 국내 업체는 물론 디즈니, 애플 등 글로벌 공룡들의 참전으로 인터넷 동영상 서비스(OTT) 플랫폼의 격전지가 된 한국 시장을 두고 김민영 넷플릭스 한국 및 아시아 총괄은 "산업 전체가 성장하는 것은 긍정적으로 본다"며 "공급 플랫폼이 많아지면 더 양질의 콘텐츠가 시장에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김 총괄은 25일 '넷플릭스 콘텐츠 로드쇼 : See What's Next Korea 2021'를 마치고 열린 온라인 간담회를 통해 "한국 콘텐츠는 아시아 시장을 견인하는 데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고, 회사 내부적으로도 동의하는 인식"이라며 "한국 콘텐츠가 넷플릭스를 통해 확장되고 전세계 시청자를 만날 수 있다면 서로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최근 넷플릭스는 '킹덤' '스위트홈' '인간수업' 등 한국에서 다양한 오리지널 콘텐츠를 발굴하고 글로벌 무대에 올려 큰 흥행을 거뒀다. 최근 넷플릭스를 통해 개봉한 '승리호'를 비롯해 다양한 영화들도 190개국 2억명의 시청자들에게 선을 보여 호평을 받았다. 이미 넷플릭스와 국내 콘텐츠 산업 간에는 쉽게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형성된 것이다.

김 총괄은 점점 더 치열해지고 있는 국내 OTT 경쟁 상황에 대해 "하던대로 잘 하면 될 것"이라며 여유를 드러냈다. 지난 2016년 한국 진출 이후 꾸준한 투자를 통해 다양한 오리지널 콘텐츠를 발굴하고 세계 무대에 내놔 흥행을 거둬온 넷플릭스의 노하우를 쉽게 따라잡긴 어려울 것이란 이유다.


"한국 콘텐츠 생태계 키운다" 5500억 투자로 '선전포고'

이날 넷플릭스는 올해 한국 콘텐츠 제작에 55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을 밝혀 이목을 끌었다. 이는 지난 2016년 한국 진출 이후 5년간 콘텐츠 제작에 투자한 7700억원의 70% 이상을 올 한 해 투입한다는 계획으로, 이전보다 더 공격적인 투자를 하겠다는 선전포고인 셈이다.

이에 대해 김 총괄은 "건강하고 튼튼한 콘텐츠 생태계 조성이 중요하기 때문에 넷플릭스가 어떤 역할을 할지 고민해 왔다"며 "비즈니스 입장에서는 더 공격적인 투자를 통해 한국 창작자들이 다양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대안이 되는 것이 한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여기서 끝나면 안되고 오랫동안 한국과 같이 할 것"이라며 "제작팀 뿐만 아니라 정말 다양한 팀이 다양한 방법으로 뭘 더 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에 진출한 지 이제 5년밖에 안됐고, 콘텐츠팀이 상주한 건 고작 2~3년밖에 안됐다"며 더 공격적인 투자를 예고했다.

김민영 넷플릭스 한국, 동남아시아, 오스트레일리아 및 뉴질랜드 콘텐츠 총괄 / 사진 = 넷플릭스
김민영 넷플릭스 한국, 동남아시아, 오스트레일리아 및 뉴질랜드 콘텐츠 총괄 / 사진 = 넷플릭스

그간 한국의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를 성장시켜 온 주역인 김 총괄은 "한국 콘텐츠가 중요하다는 믿음을 보여줘야 투자가 확대될 수 있다는 생각에 그동안 결정 하나하나가 조심스러웠다"며 "한국 콘텐츠 세계화를 공고히 하기 위해 스토리 발굴부터 제작 현지화까지 전 단계에 넷플릭스 기술과 노하우를 공유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K-콘텐츠의 강점은 '섬세한 감수성'

넷플릭스는 국내 유료구독자 380만명을 확보하며 시장 지배력을 공고히 하고 있다. 또 국내 창작자와 제작사와 함께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해 글로벌 무대에 선보이며 한국을 중요한 콘텐츠 수급처로 활용하고 있다. 올해 한국 콘텐츠 제작 지원을 위한 별도 법인을 설립하고, 스튜디오 2곳과 계약해 제작 인프라까지 확보한 건 이런 한국 시장의 중요성 때문이다.

그는 "한국 콘텐츠는 글로벌 시청자들, 특히 아시아에선 정말 중요한 콘텐츠로, 성장하는 시장에서 가입자 유치에 도움을 주고 있다"며 "성숙한 시장에선 자막과 더빙을 통해 진입장벽을 낮추면서 좀 더 새롭고 신선한 볼거리를 선사하는 전략 콘텐츠"라고 설명했다.

김민영 넷플릭스 한국, 동남아시아, 오스트레일리아 및 뉴질랜드 콘텐츠 총괄 / 사진 = 넷플릭스
김민영 넷플릭스 한국, 동남아시아, 오스트레일리아 및 뉴질랜드 콘텐츠 총괄 / 사진 = 넷플릭스

김 총괄은 'K-콘텐츠'가 전세계적 사랑을 받는 이유에 대해 "한국은 콘텐츠 생태계가 굉장히 탄탄하고, 작가를 양성하는 프로그램부터 훌륭한 감독님과 배우들, 기술력이 좋은 제작진도 많다"며 "그러다 보니 다양한 스토리가 많이 나오고 작품들의 퀄리티도 훌륭하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인프라에 더해 한국 작품이 오랜 사랑을 받는 이유는 작품이 지닌 감수성이 아닐까 생각한다"며 "다른 나라에서 만들어지는 콘텐츠보다 감정의 디테일에 집중하고 그것을 잘 보여주고 있고, 이런 장점이 전세계 시청자들에게 사랑받는 원동력인 것 같다"라고 전했다.


'시청자의 즐거움' 쫓는 넷플릭스 "콘텐츠 다양성 키운다"

올해도 넷플릭스는 '킹덤 아신전(전지현)', '지옥(유아인)', '오징어 게임(이정재)', '고요의 바다(공유)' 등 국내 대표 한류 스타들을 내세운 라인업을 발표하며 시장 공세에 나선다. 김 총괄은 이런 오리지널 콘텐츠를 발굴하는 기준에 대해 '시청자의 즐거움'이 무조건 최우선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로컬 콘텐츠를 만드는 데 가장 중요한 건 일단 한국 시청자들을 만족시키는 것"이라며 "한국 팬이 공감하는 오리지널 콘텐츠가 나아가 아시아를 비롯해 전세계 시청자들에게 즐거움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오리지널 콘텐츠 모델 구조는 좋은 작품을 찾고, 그에 맞는 시청층 사이즈를 파악하고, 투자를 하는 것"이라며 "계약에 대한 리스크를 우리가 안고 제작사에게 수익을 보장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고 설명했다.

우주 쓰레기 청소선 '승리호' / 사진 = 넷플릭스
최근 넷플릭스를 통해 개봉한 '승리호' / 사진 = 넷플릭스

넷플릭스가 국내 시장 지배력을 키우며 자칫 시장을 잠식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들린다. 이에 대해 김 총괄은 오히려 넷플릭스가  한국 콘텐츠 생태계의 다양성을 키우며 더 성장하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넷플릭스 영화는 흥행 여부 상관없이 하고 싶은 얘기를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며 "기존 성공 공식에 맞지 않아 못하던 작품까지 전 세계 2억명 시청자 바탕으로 더 다양한 작품 세상에 나오도록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총괄은 "상업적으로 보장되는 기존 공식이 아니더라도 모든 분이 작품에 자신의 모습을 투영할 수 있게끔 다양한 스토리를 전달하는 것이 넷플릭스의 목표"라며 "넷플릭스가 다른 사고, 다른 세상, 다른 문화를 배울 수 있는 창이 되고 궁극적으로는 이런 모든 것을 통해 시청자에 즐거움을 제공하고자 한다"라고 말했다.

 

이영아 기자 twenty_ah@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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