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로드쇼 통해 올해 투자 계획 밝혀
한국 콘텐츠 공급 전진지기화 본격 착수

김민영 넷플릭스 한국, 동남아시아, 오스트레일리아 및 뉴질랜드 콘텐츠 총괄 / 사진 = 넷플릭스
김민영 넷플릭스 한국, 동남아시아, 오스트레일리아 및 뉴질랜드 콘텐츠 총괄 / 사진 = 넷플릭스

"전 세계 엔터테인먼트 팬들이 함께 웃고, 울고, 재미를 찾을 수 있는 콘텐츠를 한국과 함께 만들겠다"(테드 사란도스 넷플릭스 공동 CEO)

지난 2016년 처음 한국에 진출할 당시만 해도 '찻잔 속의 태풍'이 될 것이라던 넷플릭스가 이제는 자타공인 한국 콘텐츠 시장을 뒤흔드는 강력한 '허리케인'이 됐다.

넷플릭스가 국내 제작사들과 함께 만든 '킹덤', '스위트홈', '인간수업' 등의 오리지널 시리즈는 한국을 넘어 전 세계적으로 흥행에 성공했고, '#살아있다', '승리호' 등 'K-무비'가 세계 190개국 2억명의 시청자들에게 소개되며 한류의 지평을 넓히고 있다.

K-콘텐츠에 대한 넷플릭스의 신뢰는 이제 확고한 믿음이 됐다. 넷플릭스는 이미 강력한 콘텐츠 생산기지 역할을 하고 있는 한국에 올 한 해에만 50억달러(약 5500억원)을 쏟아붓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K-콘텐츠 투자, 이제부터가 본 게임

25일 넷플릭스는 온라인으로 '넷플릭스 콘텐츠 로드쇼 : See What's Next Korea 2021'을 통해 올해 라인업과 한국 콘텐츠 산업 투자 계획 등을 발표했다.

이날 김민영 넷플릭스 한국, 동남아시아, 오스트레일리아 및 뉴질랜드 콘텐츠 총괄은 "올 한 해 동안 한국 콘텐츠에 약 5500억원을 투자하겠다"며 "전 세계가 즐거워할 수 있는 한국 콘텐츠를 함께 만들고 업계가 동반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김민영 넷플릭스 한국, 동남아시아, 오스트레일리아 및 뉴질랜드 콘텐츠 총괄 / 사진 = 넷플릭스

넷플릭스는 지난 2106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 동안 약 70억달러(약 7700억원)을 국내 콘텐츠 업계에 투자했다. 이를 통해 아시아에서 제작한 200여개 콘텐츠 중 80여개를 한국 콘텐츠가 차지했다.

올해는 지금까지 연평균 투자의 4배 이상에 달하는 금액을 투입해 한국의 콘텐츠 전진기지화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계획이다. K-콘텐츠가 아시아권에서 높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고, 서구권에서도 색다른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는 확신을 가졌기 때문이다.

이날 테드 사란도스 넷플릭스 공동 CEO는 영상 메시지를 통해 "한국 콘텐츠는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트렌드로 자리잡았다"고 치켜세우며 "향후 투자를 더욱 확대해 갈 예정"이라고 전했다.


올해도 강력한 라인업...한류스타 집결

넷플릭스는 올해 한국 콘텐츠 업무를 전담하는 신규 법인 '넷플릭스엔터테인먼트'를 설립하고 2개 스튜디오와 계약을 맺어 콘텐츠 제작을 위한 인프라도 확보했다. 현재 넷플릭스는 국내 창작자와 직접 손을 잡고 오리지널 영화 '카터'와 '모럴센스' 제작에도 돌입한 상태다.

올해 오리지널 시리즈 라인업도 화려하다. 이날 넷플릭스는 '킹덤 아신전(전지현)', '지옥(유아인)', '오징어 게임(이정재)', '고요의 바다(공유)' 등 국내 대표 한류 스타들을 내세운 라인업을 발표하며 이목을 집중시켰다.

전지현 주연 '킹덤 : 아신전' / 사진 = 넷플릭스 제공
전지현 주연 '킹덤 : 아신전' / 사진 =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의 대규모 투자소식과 화려한 라인업이 공개되자 국내 콘텐츠 제작사들의 주가도 덩달아 함께 뛰었다. 이날 행사가 진행되던 오전 11시 기준, NEW의 주가는 전일대비 15% 급등했고, 팬엔터테인먼트와 에이스토리, YG플러스, 제이콘텐트리, 키이스트 등이 일제히 주당 5% 내외의 급등세를 보였다.

넷플릭스가 K-콘텐츠의 경쟁력을 입증하자 국내 시장 진출을 타진하고 있는 디즈니, 애플 등 경쟁사들도 저마다 국내 제작사와 공동 작업을 서두르고 있는 상황이다. 애플TV플러스가 현재 '알파로메오' '파친코' 등 두 개의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을 확정했고, 디즈니플러스도 NEW 등의 제작사와 접촉해 콘텐츠 수급을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넷플릭스가 국내 제작사들의 몸값을 올려 준 덕에 호황을 이루고 있는 셈이다.


한국 콘텐츠 업계 장악력 이어간다

넷플릭스 입장에선 그동안 지속적인 투자로 선점한 한국 시장을 쉽사리 내줘선 안되는 상황이다. 넷플릭스는 막대한 투자금과 플랫폼 장악력을 기반으로 창작자와 제작사에게 '표현의 자유'를 선사하겠다며 국내 콘텐츠 업계의 생태계 참여를 북돋고 있다.

넷플릭스를 통해 히트작을 낸 '킹덤'의 김은희 작가를 비롯해 이날 행사에 참여한 감독, 작가, 제작자들은 "넷플릭스가 없었다면 시도조차 못했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기존 공중파 등에선 상상하기 어려웠던 심의에 구애 받지 않는 표현 수위와 넉넉한 제작비 지원, 창작자의 의도에 간섭하지 않는 제작 문화 등이 이들을 우군으로 만들고 있다는 것.

'킹덤'의 김은희 작가 / 사진 = 넷플릭스 제공
'킹덤'의 김은희 작가 / 사진 = 넷플릭스 제공

김민영 총괄은 "우리의 역할은 작가와 감독, 제작자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와 크리에이티브 비전을 실현시키는 것"이라며 "궁극적으로 시청자들에게 즐거움을 주고, 이를 작가와 제작자에 대한 믿음과 지지로 돌려주는 선순환을 지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콘텐츠 업계에 넷플릭스의 입김이 강해지면서 시장을 잠식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지만, 넷플릭스 측은 여전히 "지금은 파이를 키울 때"라며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김 총괄은 "시청자들의 콘텐츠 소비 패턴은 지금도 계속해서 변화하고 있다"며 "새로운 스트리밍 서비스가 진출하고 생기는 건 소비자들에게 선택지가 늘어나는 좋은 현상"이라고 말했다. 그는 "콘텐츠를 공급할 플랫폼이 많아지면 더 많은 양질의 콘텐츠가 시장에 나올 것"이라며 "우리는 제작자들에게 매력적인 곳이 되도록 노력하며 해온 대로 하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남도영 기자 hyun@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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