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공 논란'으로 재계보다 정치권에서 더 주목을 받고 있는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의 이마트가 올 2분기 어닝쇼크급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반대로 동생인 정유경 신세계백화점 총괄사장이 이끄는 백화점 사업부의 경우 경기 침체 우려에도 불구하고 영업이익을 2배 가량 끌어올리는 호실적을 기록, 남매간 서로 엇갈린 경영 역량을 보여줬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 11일 이마트는 올해 2분기 연결기준 매출액 7조1473억원, 영업손실 123억원을 기록, 적자전환했다고 밝혔다. 이마트 측은 영업이익 감소는 인사비 등 판관비 증가와 지난해 지분을 인수한 SCK컴퍼니(스타벅스)와 G마켓의 무형자산 감가상각비 영향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그런데 내용을 뜯어보면, 그렇지도 않다. 별도 기준으로도 이마트의 올 2분기는 '헛장사'에 가깝다. 오히려 연결 자회사만 따로 뽑아보면 약 70억원 가량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별도기준 이마트의 매출액은 3.9조원 규모로 1년새 1.7% 가량 늘어나는데 그쳤고, 191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로 전환했다. PP 센터 관련 지급수수료 증가로 영업이익률이 대폭 하락한 데다, 원부자재 가격상승으로 마진 하락에도 영향을 줬다.
무엇보다 이마트의 자랑인 오프라인 부문의 경쟁력이 흔들리고 있다. 트레이더스의 경우 1년전과 비교해 0.5% 가량 매출이 빠졌다. 전문점 매출의 경우, 이보다 감소 폭이 커 무려 12.7% 가량의 충격적인 역성장을 보였다. 코로나19 역기저를 고려해도, 하락률이 심상치 않다. 이달 들어 불거진 '희롱 쿠키 논란'으로 이마트 제품의 소비자 반발도 상당하다.
그렇다고 정 부회장이 공을 들여온 이커머스 영역이 개선된 것도 아니다. 쓱닷컴의 거래액(GMV)는 1년새 12.9% 성장한 1조4884억원에 달하지만 정작 영업적자는 410억원에 달한다. 오히려 적자폭이 1년전과 비교해 140억원 가량 늘었다. 이같은 상황이 이어지며 올해 누적적자는 1000억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네이버와 지분 제휴에 따른 기대감이 컸지만, 실제 피부로 와닿는 성과가 크지 않은 모습이다.
아울러 3.5조원이라는 거액을 주고 인수한 이베이코리아의 옥션-지마켓의 경우, 이용자가 대거 이탈하는 양상이다. 지난 7월 지마켓의 월간활성이용자수(MAU, 안드로이드+iOS) 560만명으로 집계됐다. 지난 1월(640만명) 대비, 약 14% 가량 이용자가 빠졌다. 지난 7월 옥션의 MAU 또한 264만명에 그치며, 같은 기간 16% 가량 줄어 들었다. 신세계그룹 편입 후, 말 그대로 대규모 이용자 이탈세가 관측된 것이다. 이때문에 신세계그룹과의 시너지 또한 크지 않은 상태다.
이커머스 성장 지표로 불리는 GMV 또한 지지부진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지마켓글로벌의 2분기 GMV는 1% 증가한 4조497억원으로 나타났다. 앞서 1분기 GMV은 3조7980억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 감소했다. 지마켓글로벌은 2분기에 매출 3373억원을 거뒀으나 182억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그나마 올 2분기 480억원 규모의 이익을 창출한 스타벅스코리아(스타벅스) 또한 최근 발암 이벤트 논란으로 올 3분기엔 상당한 규모의 이용자 이탈 가능성이 제기된 상황이다. 실제 7월 첫주 320만명에 달했던 스타벅스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주간이용자(WAU, 모바일인덱스)는 8월 첫주 들어 270만명까지 밀린 상태다. 한달새 무려 50만명이 이탈한 것. 통상 성수기인 여름철에 진입했지만, 발암 논란 이후 거듭된 스타벅스의 마케팅 실책이 하반기 전망을 어둡게 만들고 있다.
이에 증권가에서도 이마트의 경쟁력과 기업가치 측면에서 잇따라 의문을 표하는 모습이다. 최근 1년새 이마트 주가는 반토막 수준까지 내려 앉았다. 증권가의 한 관계자는 "하반기 추진 전략으로 PP센터 운영 효율화, 마케팅 비용 축소 등을 통한 온라인 사업 수익성 개선을 목표로 하는 만큼 해당 결과를 지켜보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소연 교보증권 연구원 역시 "올해는 쓱닷컴+지마켓 영업적자만 2094억원으로 추정돼 이커머스 적자확대가 부각되는 해가 될 것"이라며 "목표주가를 기존 17만원에서 14.5만원으로 하향조정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마트는 신세계그룹의 정용진 부회장이 지분율 18.56%를 보유, 최대주주다. 반면 정 부회장의 동생인 정유경 신세계 총괄사장은 백화점 사업을 주도하는 신세계의 지분 18.56%를 보유, 최대주주 자리에 올라있다.
이수호 기자 lsh5998688@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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