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7개월 만에 9만달러 아래로...투자심리 '극단적 공포'
연준 매파 발언·AI 거품 논란 겹쳐 가상자산 약세 지속 우려

이미지=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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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자본시장 전반에서 위험자산 매도세가 확산되면서 비트코인을 포함한 가상자산 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하고 있다. 비트코인은 7개월만에 9만달러 아래로 급락했다.

글로벌 가상자산 시황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18일 오후 12시 기준 비트코인 가격은 전일 대비 5.99% 하락한 9만580달러(한화 약 1억3142만원)을 기록 중이다. 비트코인은 이날 오전 9만달러 아래로 떨어진 이후 다시 9만달러 초반대로 올라섰지만, 일주일 전과 비교하면 15% 가까이 빠졌다.

투자전문 매체 마켓워치는 이날 비트코인 가격이 올해 상승분을 거의 반납하며 9만달러(약 1억3100만원) 초반대까지 떨어졌다고 전했다. 10월 초 12만6000달러를 찍었던 시세는 불과 두 달 만에 급락세로 전환되며 '크립토 윈터' 진입 우려를 키우고 있다. 대형 투자자들의 매도세가 이어지면서 시세를 끌어내리고 있으며, 가격 차트상에는 단기·장기 이동평균선 교차에 따른 '데드크로스' 현상도 나타나 향후 추가 하락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같은 시간 시가총액 2위인 이더리움 가격은 5.16% 하락한 3000달러(한화 약438만원)를 기록했다. 이더리움 시세는 지난 일주일간 19% 가까이 급락했다. 이 기간 리플(-15.74%), 비앤비(-10.28%), 솔라나(-21.28%), 도지코인(-16.33%) 등 주요 알트코인 시세도 크게 하락했다.

투자심리 지표도 급격히 위축됐다. 시장 분석기관 크립토퀀트는 주요 거래소에서 매도에 나선 투자자 대부분이 차익 실현 목적임을 지적했지만 비트코인이 심리적 지지선으로 여겨지던 10만달러를 내준 시점에서 투자자들의 공포심리는 '극단적' 수준으로 평가된다.

리서치업체 카이코의 애덤 맥카티 애널리스트는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연말을 앞두고 연준 정책과 AI 거품 논란이 가상자산과 위험자산에 동시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엔비디아의 주요 고객인 하이퍼스케일러, 즉 대규모 AI 데이터센터 운영업체들이 AI 인프라 확장을 위해 막대한 자본을 투입하고 있지만 이러한 투자가 실제 수익으로 이어질지는 불확실하다는 점이 거품 논란의 핵심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미국 연준 위원들의 잇따른 매파적 발언으로 12월 추가 금리 인하 기대가 약화되면서, 글로벌 유동성이 긴축 국면으로 전환되고 있다.  이로 인해 가상자산 투자심리에도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또한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매수로 시장 상승을 견인해온 DAT 계열 기업인 스트래티지와 비트마인의 재무 건전성과 사업 지속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확대되고 있다. DAT 기업들은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을 대규모로 보유하며 주식·채권 발행 등으로 자금을 조달하고 수익을 창출하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

투자자들은 비트코인 가격이 추가 하락할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비트코인이 9만달러, 8만5000달러, 8만달러 수준에 도달할 때마다 하방 방어 수요가 급격히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비트코인이 9만달러 초반까지 급락하면서 예측시장도 상승 시나리오를 포기, 현재 시장을 구조적 붕괴로 재평가하고 있다고 코인데스크가 진단했다. 매체는 "폴리마켓은 비트코인 연말 가격이 추가 하락할 것으로 전망을 급선회했다. 다만 최근 수 주 간의 급격한 매도세가 아닌 완만한 약세를 전망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일부 기관 투자자는 이번 조정을 단순한 시장 성숙 과정으로 해석한다. 프런티어인베스트먼츠는 "과거 크립토 윈터와 달리 현재 시장은 거래량과 투자자 관심이 급감하지 않았고, 시세 조정은 성숙한 자산으로 성장하는 과정의 일부"라고 분석했다.

그럼에도 단기적 가격 변동성과 투자심리 위축이 맞물리면서 가상자산 시장이 한동안 약세장을 지속할 가능성은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서미희 기자 sophia@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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