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쿡 애플 CEO /사진=디미닛 제공
팀 쿡 애플 CEO /사진=디미닛 제공

최근 사임설이 불거진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당분간 지휘봉을 놓지 않을 것이란 반박 보도가 나왔다. 쿡 CEO가 AI 시대 역풍으로 흔들리는 애플을 다시 정상의 자리에 올려 놓고 성공적으로 임기를 마무리 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팀 쿡 사임은 시기상조?

블룸버그는 24일 "팀 쿡이 영원히 CEO를 맡지는 않겠지만, 그의 사임이 임박했다는 보도는 시기상조"라고 보도했다.

이는 최근 파이낸셜타임즈(FT)가 애플 이사회와 고위 임원진이 후임 CEO 선정을 위한 내부 논의를 강화하고 있으며, 팀 쿡 CEO가 1월 말에서 6월 사이에 사임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한 것을 반박한 내용이다. 이후 팀 쿡이 내년 CEO직을 내려놓고 이사회 의장직으로 자리를 옮길 것이란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팀 쿡 CEO는 올해 65세로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오래 CEO로 재임한 인물 중 한 명이다. 애플은 내부에서 수년간 승계 계획을 수립해 온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후임으로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는 인물은 애플의 하드웨어 엔지니어링을 총괄하는 존 터너스 수석 부사장이다.

블룸버그는 "터너스를 선택한 이유는 애플 경영진 중 가장 젊은 멤버이자 가장 긴 잠재력을 가진 인재이기 때문"이라며 "그는 애플의 하드웨어 사업부를 총괄하며 신제품 개발의 핵심을 담당하고 있으며 쿡과 제프 윌리엄스  전 애플 최고운영책임자(COO)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블룸버그는 FT가 '타이밍'을 완전히 잘못 읽은 거짓 기사라고 비판했다. 팀 쿡은 자신의 미래를 스스로 결정할 권리를 갖고 있으며, 현재 CEO직을 넘겨줄 조짐은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에 교체 시점은 아직 멀었다는 것이다.

블룸버그의 애플 소식통 마크 거먼은 "최근 몇 주 동안 알게 된 모든 내용을 바탕으로 볼 때 내년 중반까지 사임할 가능성은 낮다"며 "FT가 제시한 기간 내에 쿡 CEO가 사임한다면 정말 충격적일 것"이라고 전했다.


'AI 지각'에 흔들리는 리더십

애플과 팀 쿡의 리더십이 흔들리는 이유로는 'AI'가 거론된다. 다른 빅테크와 경쟁사들이 AI 랠리에 막대한 투자를 쏟아붓고 있는 동안, 애플은 소극적인 태도로 시장의 우려를 샀다. 여전히 '아이폰'과 같은 주력 제품의 판매는 견조하지만, 새로운 성장동력이 보이지 않는 가운데 AI 시대에 적응하지 못하면 마치 스마트폰 시대 노키아처럼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것.

이런 우려는 인재 유출로 현실화되고 있다. 올해 애플의 생성형 AI 검색 프로젝트를 이끌던 케 양이 메타로 이직했고, 이어 AI 로보틱스 연구를 이끌던 지안 장도 메타 로보틱스 스튜디오에 합류했다. 애플 파운데이션모델 개발팀에서도 존 피블스, 난 두, 자오 멍 등 인재 유출이 계속됐다.

이런 현상에 대해 애플 특유의 폐쇄적인 개발 환경과 더불어 AI 전략 방향을 명확히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인재들이 발길을 돌리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애플의 완벽주의와 비밀주의가 빠르게 모델을 개발하고 피드백을 적용해야 하는 AI 시대 개발 방식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소프트웨어뿐만 아니라 하드웨어 분야에서도 비상등이 켜졌다. 오픈AI 등 경쟁사에서 전방위적으로 인재를 계속해서 빼가고 있기 때문이다. 오픈AI는 아이폰, 맥북 등을 애플의 핵심 제품 디자인을 이끈 조너선 아이브를 영입하고 새로운 AI 하드웨어를 개발 중이며, 여기에는 애플 출신 인재들의 상당수 포진한 것으로 전해진다. 조니 아이브 외에도 애플 산업디자인 책임자였던 에반스 헨키와 하드웨어 엔지니어링 임원 출신 탱 탄도 이 계획에 동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 인텔리전스, 내년이 승부처

팀 쿡의 마지막 시험대는 애플이 AI 시대에 올라탈 수 있느냐가 될 것으로 보인다. 내년이 최대 갈림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애플은 내년 대적인 AI 도입과 더불어 '기본'을 되찾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iOS 26' 업데이트를 통해 '리퀴드 글래스'를 적용한 대대적인 디자인 개편을 선보인 애플은 내년 'iOS 27'에선 큰 변화없이 소프트웨어 품질과 기본 성능 향상에 집중할 것으로 전해진다.

iOS 26 업데이트 이후 많은 사용자들은 기기 과열, 원인 불명의 배터리 소모, 사용자 인터페이스 오류, 키보드 오류, 셀룰러 연결 끊김, 앱 충돌, 시스템 탐색 및 애니메이션 속도 저하 등 다양한 버그와 문제들을 보고했다.

이에 애플의 엔지니어링팀은 현재 애플 운영체제를 면밀히 검토해 불필요한 부분을 제거하고 버그를 수정하며, 성능과 전반적 품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새로운 기능 없음'을 내세운 iOS 27의 핵심은 AI가 될 것으로 보인다. 오랜 시간 애플에게 'AI 지각생' 꼬리표를 달게 만든 음성 비서 '시리(Siri)'의 업그레이드를 시작으로 여러 앱에 AI가 본격적으로 접목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엔 내년 가을 출시 예정인 '건강 AI 에이전트'와 챗GPT급의 AI 기반 웹 검색 기능이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은 AI 서비스 경쟁을 추격하기 위해 구글과 협력해 '제미나이' 기술을 자사 파운데이션모델에 접목하는 방안을 추진 중으로 전해진다. 이를 기반으로 '애플 인텔리전스'의 전면적인 개편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남도영 기자 hyun@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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