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칠 때 떠나고 싶었어요."

문호준은, 언제나 박수칠 때 떠나고 싶었다는 말을 자주 했습니다. 자신의 실력이 떨어져서 어쩔 수 없이 은퇴하는 것이 아니라 정말 잘하고 있을 때, 정점이었을 때 은퇴해서 팬들의 기억 속에 오랫동안 기억되고 싶다고 말했죠.

그렇기에 문호준이 14회 우승이라는 말도 안되는 기록을 세웠을 때, 2연속 팀전 우승을 달성했을 때 불안했습니다. 아마도, 그가 조만간 은퇴할 것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기 때문입니다. 이제 그를 개인전이나 팀전에서 꺾을 선수는 없어 보였기 때문이죠. 

지금이 문호준의 가장 정점이라는 생각이 들었을 때. 그는 그렇게 떠났습니다. 박수칠 때 떠나고 싶다는 그의 이야기를 지키겠다는 강한 의지를 은퇴라는 가장 강력한 방법으로 보여준 셈이죠.

문호준이 은퇴를 고민한 데는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가장 큰 영향을 준 것 같습니다. 문호준은 코로나19로 인해 팬들을 현장에서 만나지 못한 것이 모든 것을 지루하게 만든 원동력이었다고 전했습니다.

"프로게이머는 힘들고 지친 직업이에요. 승부의 세계에 종사하는 선수들은 스트레스가 정말 많은데 현장에서 팬들의 환호성, 팬들의 사랑을 느끼는 순간 정말 거짓말처럼 그런 것이 사라지거든요.

그런데 코로나19로 무관중 경기가 지속되면서 흥이 나지 않았어요. 이겨도 같이 즐거워해 주는 팬들이 없다보니 힘이 빠지더라고요. 스트레스를 풀 곳이 없었던 것이죠. 아마 힘이 빠져서 제가 그만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코로나19가 카트라이더 리그 팬들에게 '황제'를 앗아간 결과를 만들어 냈네요. 누군가는 말도 안되는 이유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선수들이 현장에서 팬들을 만나며 받는 에너지와 행복은 상상할 수조차 없습니다.

"얼마나 행복한데요. 우리가 이기면 팬들이 환호해주고, 이름 연호해 주면 없던 힘도 생겨죠. 2019년 개인전 결승에서 팬들 환호 들으면서 말도 안되는 경기 역전했던 기억이 있어요. 그만큼 팬들의 힘은 크거든요. 정말 너무 아쉬워요."

코로나19로 인해 문호준의 은퇴식에서도 팬들을 초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게다가 최근 코로나19가 더욱 심각해진 상황이기 때문에 문호준은 마지막을 팬들과 함께 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에 슬픔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문호준은 지난 결승이 끝난 뒤 소회를 전하기도 했습니다. 이미 은퇴를 결심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경기가 끝난 뒤 경기장이 정리됐을 때 자신이 앉아있던 곳을 한참 바라보며 욺컥했다고 합니다.

"그때가 가장 울컥했던 것 같아요. 사실 지금은 개인전 은퇴 때 한번 경험을 해서인지 눈물이 막 나지는 않네요. 아마, 공식 은퇴식에서는 울것 같긴 해요. 팬들을 만나고 싶은데 너무 아쉬움이 큽니다."

누구보다 팬들의 사랑을 듬뿍 받았던 문호준은 제2의 인생을 시작합니다. 아직 문호준은 공식적으로 향후 행보에 대해 이야기 하지 않았지만, 다양한 추측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선수를 양성하는 감독, 아니면 크리에이터에 집중하는 삶 등 선택할 수 있는 가짓수는 많습니다.

"아직까지 공식적으로 밝힐 수 있는 것은 없어요. 하지만 확실한 것은 선수들이 지속적으로 리그에 참여할 수 있도록 물심양면 도울 예정이라는 겁니다. 앞으로의 행보에도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사실 문호준이 은퇴를 결심한 것은 2019년입니다. 하지만 그는 당장 은퇴하게 되면 이제 막 관심을 받고 있는 카트라이더 리그가 그 인기를 이어가지 못할 것이라고 판단, 후배들이 잘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은퇴를 하겠다고 결심했다고 합니다.

"지금이 그런 시기인 것 같아요. (이)재혁이나 (박)인수 등 좋은 후배들도 많이 나왔고 배성빈이나 박도현 등 우리 팀에서도 잘하는 선수들도 등장했고요. 제 역할은 여기까지라는 생각이 들어요. 후배들의 앞길 많은 응원 부탁 드립니다."

보내는 우리는 아쉽습니다. 하지만 그의 인생 가치대로 박수칠 때 떠난, 유일한 선수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문호준은 우리 가슴속에 영원히, 전설로 기억될 것입니다.

이소라 기자 sora@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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