퀄컴, AI 에브리웨어 구상 '구글·삼성' 동참…'반도체·SW·HW' 협력
퀄컴 '스냅드래곤'·구글 '안드로이드'·삼성 '갤럭시' 생태계 강조

크리스티아노 아몬 퀄컴 CEO, 최원준 삼성전자 MX사업부 개발실장 겸 COO, 알렉스 카투지안 퀄컴 모바일·컴퓨트·XR본부장(사진 왼쪽부터)/사진=윤상호 기자
크리스티아노 아몬 퀄컴 CEO, 최원준 삼성전자 MX사업부 개발실장 겸 COO, 알렉스 카투지안 퀄컴 모바일·컴퓨트·XR본부장(사진 왼쪽부터)/사진=윤상호 기자

▲퀄컴 ▲구글 ▲삼성전자 삼각동맹이 인공지능(AI) 생태계 주도권 굳히기에 착수했다. 퀄컴은 반도체 구글은 운영체제(OS) 및 AI 삼성전자는 제품 담당이다. 'AI 에브리웨어(AI Everywhere, 어디에나 AI)'는 스마트폰 PC를 넘어 착용형(웨어러블) 기기와 확장현실(XR) 기기로 확장했다.

24일(현지시각) 퀄컴은 미국 라하이나에서 '스냅드래곤 서밋 2025'를 진행했다. 스냅드래곤은 퀄컴의 반도체 및 플랫폼 브랜드다. 스냅드래곤 서밋은 퀄컴의 반도체 및 플랫폼 신제품을 소개하는 자리다. 이 반도체 및 플랫폼은 이듬해 제품에 장착돼 개인(B2C)과 기업(B2B)을 만난다.

이번 행사에서 퀄컴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스냅드래곤8 엘리트 5세대'와 PC용 시스템온칩(SoC) '스냅드래곤X2 엘리트 시리즈'를 공개했다. 퀄컴은 이들 각각의 강점은 물론 '스냅드래곤 생태계'를 강조했다.

크리스티아노 아몬 퀄컴 최고경영자(CEO)는 "AI 에브리웨어 시대 스냅드래곤은 항상 사용자가 있는 곳에 있게 된다"라며 "사용자환경(UI)은 사람 중심으로 바뀌고 이는 곧 스마트폰에서 벗어나 새로운 기기의 AI 경험으로 확장하는 전환점을 의미한다"라고 제시했다.

2022년 오픈AI의 챗GPT는 AI를 일상의 도구로 여기는 계기가 됐다. 퀄컴은 2023년 '스냅드래곤 서밋 2023'에서 '스냅드래곤8 3세대'를 선보였다. 삼성전자와 퀄컴은 이를 기반으로 한 '갤럭시용 스냅드래곤8 3세대' AP를 장착한 '갤럭시 S24 시리즈'를 통해 2024년을 'AI폰 원년'으로 만들었다. 2025년 삼성전자와 퀄컴의 '갤럭시용 스냅드래곤8 엘리트'와 '갤럭시 S25 시리즈'에 더해 구글 '제미나이'는 'AI폰 대중화'를 이끌었다. 삼성전자와 구글은 지난 7월 삼스마트시계 '갤럭시 워치8 시리즈'에 제미나이를 탑재했다. 삼성전자는 퀄컴 및 구글과 협력한 XR기기 '무한'을 연내 출시할 예정이다.

아몬 CEO는 "그동안 꿈이 현실이 되고 있다. AI가 이제 본격적으로 확산할 수 있는 시점에 이르렀다"라며 "퀄컴이 준비한 기술은 이제 다양한 기기에서 AI 에브리웨어를 구현할 토대가 됐다"라고 선언했다.

크리스티아노 아몬 퀄컴 CEO/사진=윤상호 기자
크리스티아노 아몬 퀄컴 CEO/사진=윤상호 기자

AI 시대 도래는 퀄컴의 기여가 크다. 생성형 AI를 구동할 수 있는 AP와 SoC를 적절한 가격에 제공하지 않으면 구글과 삼성전자의 역할은 없다.

그렇다고 구글의 몫이 없는 것이 아니다. 두뇌와 몸통이 있어도 이를 구동할 수 있는 OS와 AI가 없으면 소용없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빠지면 이들의 구상을 구체화하기는 어렵다. 세계 정보통신기술(ICT) 완제품 생태계는 삼성전자와 애플을 빼면 대부분 중국 제조사다. 애플은 타도 대상이다. 중국 제조사는 사업 외적인 변수가 불안 요소다. 모바일부터 XR까지 전체 ICT 제품군을 아우를 수 있는 제조사도 삼성전자뿐이다.

그럼에도 불구 3사의 갈등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퀄컴도 이 때문에 이번 행사에서 구글 및 삼성전자와 협력을 알리는데 상당 시간을 할애했다. 주요 경영진이 발표 때마다 구글과 삼성을 치하하는 발언도 수차례 내놨다. 특히 삼성전자를 다독이는데 신경을 썼다.

락 오스터로 구글 플랫폼 및 기기 부문 수석부사장은 "구글은 PC 혁명 스마트폰 혁명에 이어 AI 혁명에 참여하고 있다"라며 "특히 'AI는 새로운 UI'라는 점에서 인간과 기기의 상호작용 방식이 근본적으로 달라지고 있다"라고 평가했다.

최원준 삼성전자 모바일경험(MX)사업부 개발실장 겸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수십년 동안 퀄컴과 삼성은 단순히 기술 만을 만들어 온 것이 아니라 사람의 연결과 소통하는 방식을 재정의했다"라며 "이 여정은 이제 스마트폰을 넘어 PC 웨어러블 XR을 아우르는 갤럭시 생태계 전반으로 확장하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아몬 CEO는 "퀄컴과 구글은 서로 다른 영역에 집중하면서도 미래에 대한 결론은 같다"라며 "삼성이 훌륭한 기기를 만들어줘 스냅드래곤이 소비자를 만날 수 있었다. 앞으로도 삼성과 만들어갈 것을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크리스티아노 아몬 퀄컴 CEO와 락 오스터로 구글 플랫폼 및 기기 부문 수석부사장(사진 왼쪽부터)/사진=윤상호 기자
크리스티아노 아몬 퀄컴 CEO와 락 오스터로 구글 플랫폼 및 기기 부문 수석부사장(사진 왼쪽부터)/사진=윤상호 기자

한편 이들 3사의 물밑 주도권 다툼은 진행형이다. 각자의 장점은 각자의 약점이다. 기업 활동은 영원한 우군도 영원한 적군도 없다. 3사는 서로의 의존도를 낮추려는 시도와 각각의 생태계를 구축하려는 노력을 병행하고 있다. 각각 ▲스냅드래곤 ▲안드로이드 ▲갤럭시 생태계를 통해 잠금(락인) 효과를 노린다. 규모의 경제를 먼저 만드는 쪽이 다른 생태계를 사실상 거느릴 가능성이 높다.

알렉스 카투지안 퀄컴 모바일·컴퓨트·확장현실(XR)본부장은 "퀄컴은 스냅드래곤 기술로 개별 AI 기기가 공존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작동하는 설루션을 구축하고 있다"라며 "업계 파트너와 표준화를 추진해 AI 조율을 실현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사미르 사맛 구글 안드로이드 생태계 부문 사장은 "크롬 OS 경험을 안드로이드 OS 기반으로 재정립해 AI 혁신을 노트북 태블릿 등 대화면 기기로 확대할 계획"이라며 "목표는 ▲크롬 OS ▲안드로이드 ▲웨어러블 및 XR 전체가 하나의 생태계로 원활히 연동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 개발실장은 "삼성은 연말까지 4억대의 기기에 '갤럭시 AI'를 도입할 예정"이라며 "앰비언트 AI(환경과 행동을 파악해 도움을 주는 AI)의 출발은 가장 개인적인 기기이자 모든 것의 중심인 AI폰에서 출발한다"라고 규정했다.

라하이나(미국)=윤상호 기자 crow@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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