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픽사베이
이미지=픽사베이

가상자산 시장이 다시 요동치고 있다. 비트코인 가격이 10만달러선 아래로 떨어지며 심리적 지지선이 붕괴되면서다. 최근 월가에서 리스크 회피 현상이 확산된 데다 팔란티어 등 인공지능(AI) 관련 기술주의 고평가 우려로 나스닥이 급락한 영향이 겹치며 투자심리가 급격히 얼어붙었다.

5일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이날 오전 5시20분 기준 비트코인은 24시간 전보다 6.28% 하락한 9만9969달러(약 1억4270만원)를 기록했다. 비트코인 가격이 10만달러 밑으로 내려간 것은 지난 6월 이후 넉 달 만이다. 전고점(12만6000달러) 대비로는 20% 이상 급락했다. 비트코인은 오전 9시 기준 전일 대비 5.18% 떨어져 10만1200달러(한화 1억4578만원)대까지 밀린 상태다. 

AI 기술주 약세는 가상자산 시장에도 직격탄이 됐다. 가상자산 투자자 상당수가 AI·기술주 투자자와 겹치기 때문에 나스닥이 흔들릴 때 비트코인이 동조화 현상을 보이고 있는 것. 블룸버그는 "투기적 모멘텀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비트코인이 주식시장과 보조를 맞춰 하락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주요 AI 주식이 모여 있는 나스닥 종합지수도 4일(현지시간) 1% 이상 내렸다. 특히 전날 장 마감 이후 실적을 발표한 팔란티어 주가가 하락하면서 AI 관련주가 일제히 하락했다.

이더리움 역시 낙폭이 컸다. 이더리움 기반 스테이블코인 플랫폼 밸런서가 해킹 공격을 받아 1억달러(한화 약 1400억원) 규모 자산이 유출된 영향으로 24시간 새 8.19% 하락하며 472만원을 기록 중이다. 일주일 기준으로는 17% 하락했다.

시장 불안을 키운 건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 장기화 우려다. 셧다운이 12월까지 이어질 경우 미 재무부의 일반계정 지출이 막혀 시중 유동성이 급격히 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펀드스트랫의 션 패럴 전략가는 "최근 몇 주간 대형 투자자(고래)들의 매도세가 뚜렷하다"며 "리스크 자산 전반에서 안전자산으로 자금이 이동하는 전형적인 흐름"이라고 짚었다.

11월 5일 주요 가상자산 시세 / 사진=코인마켓캡 제공
11월 5일 주요 가상자산 시세 / 사진=코인마켓캡 제공

이더리움 기반 스테이블코인 플랫폼 코덱스 설립자 하오난 리는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자산 시장은 이미 지쳐 있다"며 "스테이블코인의 성장, (실물 자산) 거래량 증가, 비트코인이 기관 투자자들의 가치 저장 수단으로 기능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장은 전혀 개의치 않고 있다. 현재 가상자산 시장에서 나쁜 소식은 아주 나쁘게 작용하고, 좋은 소식은 거의 영향을 주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컴패스포인트의 에드 엥겔 애널리스트 역시 "단기 보유자들까지 매도에 나서면 낙폭이 더 커질 수 있다"며 "9만5000달러가 단기 저지선이지만, 이를 지탱할 뚜렷한 촉매는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비트코인 가격은 최근 몇 주간 약세 흐름을 이어왔다. 이에 예년 10월마다 반복되던 '계절적 강세장'은 올해는 찾아보기 어려운 모습이다. 엥겔 애너리스트는 "비트코인이 10월 강세 흐름을 이어가지 못한 마지막 해는 2018년이었다"며 "당시 비트코인은 10월 상승에 실패한 뒤 한 달 만에 37% 급락했다"고 언급했다.

서미희 기자 sophia@techm.kr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