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ERP 1세대 기업 세대교체...1조3158억원 규모 빅딜
리맴버 인수 등 시너지 낼까...액싯 불안에 주가 10% 하락

사진=더존비즈온
사진=더존비즈온

스웨덴 발렌베리 계열 사모펀드(PEF) 운용사 EQT파트너스가 더존비즈온 경영권을 1조3158억원에 인수하며 국내 전사적자원관리(ERP) 업계의 변화가 예상된다. 

이번 거래로 더존비즈온은 설립 34년여 만에 글로벌 자본 중심의 거버넌스 체제로 전환될 전망이다. 국내 ERP 1세대 기업의 세대교체이자 기업간거래(B2B) 소프트웨어 산업의 구조적 변화로 평가된다.

더존비즈온은 7일 오전 공시를 통해 최대주주인 김용우 회장이 보유한 보통주 677만1184주를 도로니쿰에 매도하는 계약을 하루 전 체결했다고 밝혔다. 주당 가격은 12만원으로 전날 종가에 프리미엄 28.48%가 붙었다.

도로니쿰은 EQT가 세운 특수목적법인(SPC)이다. 김 회장 지분 외에도 신한밸류업제일차, 신한더존위하고제일차, 신한더존위하고제이차 지분까지 총 1096만4909주를 인수한다.

이번 계약의 거래대금은 약 1조3158억원이다. 지난 6월부터 언론보도를 통해 거래 가능성이 제기돼왔다. 더존비즈온은 지난 4개월간 "확정된 사실이 없다"고 세 차례 공시한 바 있다.

더존비즈온 2025년 2분기 실적발표 자료 /사진=더존비즈온 IR
더존비즈온 2025년 2분기 실적발표 자료 /사진=더존비즈온 IR

경영권 인수 소식이 확정되면서 기업의 방향성도 관심사로 부상했다. 더존비즈온은 1991년 회계 프로그램으로 출발해 세무·인사·전자세금계산서 등으로 사업을 확장하며 국내 ERP 시장 대표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독일 SAP에 이은 시장 입지를 보유 중이다.

성장세도 견고하다. 연매출 4000억원 규모에 지난 2년간 두 자릿수 매출 성장을 지속해왔다. 올해 상반기 기준 매출의 73%가 유지보수·사용료에서 발생하는 반복 수익 구조를 갖췄다. 전반적인 매출 규모의 성장 속에 기존 고객을 통한 매출 비중도 2022년 81%에서 2024년 95%까지 늘었다. '락인' 효과 강화로 풀이된다.

사업 구조 측면에서 ERP는 한 번 도입하면 핵심 시스템이 기업 운영 전반과 맞물려 이탈률이 낮고 고객 생애주기가 길다는 점이 특징으로 꼽힌다. 지속적인 현금흐름을 창출할 수 있는 B2B 인프라 자산으로 평가된다.

이런 배경 속에 일각에서는 EQT가 이번 인수를 통해 한국 시장 내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포트폴리오를 강화할 가능성을 점친다. 장기적인 가치 창출에 집중할 것이라는 시각이다.

더존비즈온 주가 변동 /사진=네이버페이 증권
더존비즈온 주가 변동 /사진=네이버페이 증권

EQT는 앞서 명함관리·채용 플랫폼 리멤버(리맴버앤컴퍼니)를 약 5000억원에 인수하며 인사에서 회계로 이어지는 B2B 데이터 밸류체인을 확보했다. 더존비즈온의 ERP 데이터가 추가되면 기업 경영 전반을 통합 관리하는 데이터 기반 SaaS 모델로 확장이 가능하다.

다만 이번 투자가 단기 차익을 노린 재무적 투자인지 산업적 시너지에 주목한 전략적 투자인지 당장은 불투명한 상황이다. 더존비즈온이 AI·클라우드 기반 ERP로 진화할 경우 기업가치가 재평가될 가능성도 있지만 시장의 불안감은 여전히 높다.

이날 거래 사실이 공개된 뒤 더존비즈온 주가는 한때 10% 넘게 급락했다. 개장 후 약 두 시간 동안의 거래량은 전날의 3배를 넘어섰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오전 11시 15분 기준 주당 가격은 전일 종가 대비 9.74% 하락한 8만43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임경호 기자 lim@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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