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축 폐사율 5% 목표 "... 한국 넘어 축산 선진국 미국 시장도 '노크'

#농축산업에도 '데이터'가 쓰인다?

#가축 폐사율 5% 이하로 '확' 낮춘다

#AI-수의학, 24시간 비대면 농장 모니터링


우리 조상들은 예로부터 쌀과 보리 중심의 '곡물'을 먹고 살았다. 그러나 이제 우리 민족은 주식으로 쌀이 아닌 '돼지'를 더 많이 먹는다. 지난 2016년부터 국내 돼지고기는 생산액 기준 연평균 3.4%인 쌀을 제치고, 12.8%로 4배 높은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정부가 디지털 뉴딜 정책을 외치면서 '데이터'의 중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데이터 산업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유용하게 쓰인다. 반면 '농업'과 '축산'은 아직 데이터 활용 기술에 있어서 다소 소외되고, 폐쇄된 분야다. 농장주들이 기존 농장 경영 방식에 익숙해져있고, 수도권과 떨어진 지방 곳곳에 많이 분포돼있기 때문이다.

그런 농축산업에 데이터를 결합해 뛰어든 사람이 있다. 카이스트에서 빅데이터로 석사 학위를 받고, 서울대 생물정보학 박사 과정을 밟고 있는 축산테크기업 '한국축산데이터' 경노겸 대표다. 경 대표는 IT 전문가들과 수의사, 교수로 구성된 전문가와 머리를 맞대고 농업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 경 대표를 만나 국내 농가에서 데이터를 활용한 농업 기술의 현재와 미래를 들어봤다. 


'농업'에도 데이터가 필요하지 않을까?


경노겸 대표는 대학에서 컴퓨터 전산을 전공했다. 대학 시절 창업을 꿈꿨던 그가 졸업 후 가장 첫번째로 떠올린 아이템은 연탄이었다. 경 대표는 "졸업 후 금융회사를 다니며 조금 더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어 생각한 아이템이었지만, 실제 사업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며 "이후 가장 자신 있는 데이터와 개발, 파이낸싱 분석을 활용해 과감히 회사를 그만두고 마케팅 솔루션 회사를 차렸다"고 말했다. 

경노겸 한국축산데이터 대표 /사진=한국축산데이터
경노겸 한국축산데이터 대표 /사진=한국축산데이터

그는 1차 산업과 사양 산업에 관심이 많았다. 그래서 다음 사업 아이템으로 선택한 것이 바로 '축산업'이었다. 전세계적 이슈인 '식량 부족' 문제 등을 축산과 IT 기술의 결합해, 소비자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대안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한국축산데이터가 만들어졌다. 한국축산데이터는 데이터와 인공지능(AI) 기반으로 가축 건강상태 모니터링 등 개별 농장 맞춤형 헬스케어를 제공하는 플랫폼 '팜스플랜'을 개발했다. 이 플랫폼에서 기존 농장에서 하기 어려웠던 '데이터 전산화'와 '체계적인 사육관리' 등이 가능하다. 경 대표는 "농장에서는 스케쥴 관리 하나만 해도 많은 것들이 바뀐다"며 농업에서의 데이터 전산화 중요성을 강조했다.


팜스플랜, AI로 돼지 몸무게 측정-질병 관리까지


돼지 개체 인식 화면/사진=팜스플랜 제공
돼지 개체 인식 화면/사진=팜스플랜 제공

팜스플랜이 제공하는 기술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AI 기술 기반 데이터 수집 ▲생명공학(BT)기술 기반 데이터 분석 ▲수의학(VT) 기술 기반 가축 헬스케어 등이다.

우선  '비대면 농장 모니터링 시스템'이 있다. 가축을 건강하게 키우기 위해 농장에 24시간 상주하지 않고도 가축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것. AI 기술을 통해 온습도 등 돈사 환경 데이터와 영상 인식 기반 가축의 체중을 측정할 수 있다.

또한 가축의 건강 검진도 가능하다. 이는 CCTV 설치만으로도 할 수 있기 때문에 말레이시아와 같은 낙후된 농가에도 쉽게 적용이 가능하다. 가축의 생산성 하락이나 폐사 원인 파악의 기초 데이터를 활용해, 축산 농가의 건전성을 파악할 수 있다는게 특징이다.

가축의 건강관리는 '혈액' 체취로 이뤄진다. 앞서 한국축산데이터는 지난 2018년에는 13억 가량 시드 투자를 받아 한국축산데이터 연구소를 설립했다. 이곳에서는 돼지 혈액을 채취해 건강검진이나 질병감염 위험도 샘플링 분석을 통해 예측이 가능하다. 


진입장벽 높은 '농축산업' 실제 성과로 증명할 것


이렇게 1차 산업이고 소외된 분야였던 농업이 데이터와 만날 수 있었던 이유는 AI와 빅데이터, 생명공학, 수의학 관련 전문가들이 함께 모였기 때문이다. 그는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마케팅 솔루션을 분석하고 개발하는 회사 '클리오'에서 함께 있었던 팀원들과 한국축산데이터를 시작했다"며 "이후 2017년부터 본격적으로 맞춤형 가축 헬스케어 솔루션 팜스플랜을 발전시켜 나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농업 분야에 '첫발'을 들이기까지 과정은 쉽지 않았다. 기본적으로 농업을 하는 1세대 농장주들의 나이대가 높고, 도심과 떨어진 지방에 농가들이 많이 분포하기 때문이다. 그는 "사업 초기 힘들었던 점은 자신만의 농장 경영 방식이 있는 농장주 분들의 인식을 전환시키는 것"이었며 "사업 초기에 팜스플랜을 무료로 사용해보라고 권해도, 서비스를 실제로 사용하는 농장주 분들은 드물었다"고 털어놨다. 

그러던 중 2017년 11월 첫 계약이 성립됐다. 그는 "많은 농가들과 컨택을 시도했지만 농장주분들이 주로 기존의 방식을 고수하고 외면당할 때가 많았다"며 "팜스플랜을 사용해본 분들이 자신이 농장을 경영해왔던 방식보다 성과를 내기 시작하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 그때부터는 주변 농장주들에게도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실제 팜스플랜 도입 후 농가에서는 월 평균 의약품 비용 최대 50% 감소, 생산성 지표 30% 향상되는 성과를 보였다. 특히 국내서 태어나는 새끼 돼지가 2700만 마리 정도 되는데, 이 중에서 살아남아 소비되는 돼지 수는 연간 기준 1700만 마리 밖에 되지 않는다. 팜스플랜을 이용한 농가의 폐사율은 국내 평균 폐사율 대비 7분의1로 낮아졌고, 항생제 사용량은 83% 줄어들었다. 

'팜스플랜'을 설명하는 경노겸 대표 /사진=한국축산데이터
'팜스플랜'을 설명하는 경노겸 대표 /사진=한국축산데이터

'축산 데이터' 기술, 글로벌 축산 시장까지 잡을까


팜스플랜은 현재 돼지 15만 마리를 관리하고 있다. 전체 1.5%정도의 시장 점유율이다. 경 대표는 "아직 높은 점유율은 아니지만 전세계적으로 스마트 파밍, 가축 건강관리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있고, 앞으로 3년 안에 30% 이상 점유율을 가져가는 것이 목표"라며 "정확한 진단을 통해 축산 농가의 가축헬스케어를 돕고, 소비자에게는 안전한 축산물을 공급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팜스플랜은 앞으로 말레이시아와 미국, 유럽까지 진출할 계획이다. 특히 미국이 주최한 투자 지원 프로그램 '버추얼 피치 컴피티션'에서 2위에 입상하는 등 한국의 축산 데이터 기술을 미국에 알려온 팜스플랜은 앞으로도 더욱 고도화된 질병관리와 생산성 향상, 자동화 모니터링을 탑재한 맞춤형 가축 헬스케어 솔루션을 선보일 예정이다. 

경 대표는 "한국축산데이터 기술 수준이 세계적으로 앞서 있다는 것을 인정받아 기쁘다"며 "축산 선진국인 미국에서 팜스플랜에 대한 관심을 확인한 만큼 계속해서 팜스플랜이 글로벌 시장에서도 통용될 수 있도록 서비스를 고도화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김경영 기자 management@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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