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디미닛

 

"공간의 본질은 '예쁨이 담긴 디자인'이 아니라 '어떤 경험을 주느냐'에 있다. 알리콘에는 공간 연구개발(R&D) 센터가 있다. '일하는 환경'을 연구하고 실험하며 개선해 나가는 곳이다. 음악부터 향기까지 공간의 모든 디테일을 연구하고 설계한다."

정형석 알리콘 최고디자인책임자(CDO)의 말이다. 알리콘은 분산오피스 브랜드 '집무실'과 소셜네트워크 플랫폼 '로켓펀치' 운영사다. 현재 다수의 스타트업을 포함해 KT, 카카오엔터프라이즈, LG디스플레이, 기아 등 국내 유수의 기업들이 집무실을 사용하고 있다.

집 근처 사무실이라는 뜻의 집무실은 '일 문화를 바꾼다'는 목표를 내세운다. 이를 위해 알리콘 구성원들은 공간에서의 경험을 연구한다. 빛과 향기, 음향 등 모든 것들을 세심하게 관찰한다. 업무가 잘되는 환경을 만들고 제공하기 위해서다.


'공간'에 진심인 구성원, 경험을 연구하다

알리콘은 업무가 잘 되는 환경과 경험을 만들고, 제공하고, 개선하고 있다. 공간을 이루는 요소들을 뜯어보면 굉장히 많다. 향과 소리, 공기의 진동, 바람의 움직임, 온도, 습도, 빛의 굴절 등이다. 알리콘 구성원들은 공간 R&D 센터에서 이 요소들을 하나하나 살펴보며 실험한다. 직접 노래도 틀어보고, 향도 테스트하고, 환기도 해보는 식이다. 조명의 세기도 다르게 해본다. 특히 향과 음악 같은 경우는 따로 팀을 구축해 연구한다. 조향도 내부에서 직접 할 정도다.

"마치 무대를 연출하듯 공간을 세팅한다. 예를 들면, 바닐라향은 심리적 안정감을 주지만 레몬향은 집중에 도움된다는 연구 결과를 참고해 실험한다. 신체리듬에 따라 음악도 다르게 선곡한다. 시간을 다섯 단계로 쪼개고, 각 시간대별로 어울리는 장르의 음악을 뽑는다. 점심시간엔 카페 느낌의 활발한 멜로디의 음악을, 일몰 시간엔 따뜻한 느낌의 재즈 음악을 틀어보는 식이다. 시간 흐름에 따라 조명이 켜고 꺼지는 타미밍도 연구한다. 물론 조명의 세기도 체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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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CDO가 이끄는 공간 플랫폼 본부가 이를 주도적으로 수행한다. 알리콘은 6명의 'C레벨' 임원이 각자 본부격의 조직을 이끌고 있다. 조민희 공동대표(CEO)는 기업설명(IR) 담당이다. 김성민 공동대표는 마케팅 본부를 맡는다. 조응태 최고제품책임자(CPO)는 그로스 본부를 이끌고 있다. 소프트웨어·하드웨어 전반의 전략과 기획을 수립한다. 이상범 최고재무책임자(CFO)는 경영전략본부를, 김동희 최고기술책임자(CTO)는 개발본부를 이끈다. 전체 인원은 50여명이다.

"공간 R&D 인력은 전체 인원의 절반 정도다. 기술, 디자인, 설계, 공간 담당 인력이 속해있다. 공간 플랫폼 본부는 공간개발팀(SPX)과 운영팀(SPO)으로 나눠진다. 공간개발팀은 디자인 문법을 수립하고, 계산하고, 콘셉트를 구상한다. 운영팀은 재고를 관리하고, 사용자 경험을 분석한다. 특히 공간의 경우 설계할때 사물인터넷(IoT) 장치가 많이 들어가 개발자와 협업이 잦다. 집무실의 운영과 제어는 기술 기반으로 자동화가 돼있기 때문. 원격 PM·현장 PM과 소통한다."

공간 설계를 포함해 업무는 '프로젝트' 별로 진행한다. 프로젝트는 자발적으로 발제가 이뤄지는 경우가 많고, 팀원이 주도적으로 수행한다. 팀을 이끌게 되는 경우 최대한의 자율과 권한이 주어진다. 경영진의 주간회의와 데이터 분석 등의 결과가 프로젝트 발제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이 경우는 역량있는 팀원을 본부 리더가 추천해 프로젝트 팀을 꾸린다. 여기에 OKR(목표와 핵심결과)을 전사적으로 운영한다. 본부와 팀별로 연간, 분기, 월간, 주간별로 설정한다. 


'집무실'의 공간 마법, 경험을 확장하다

"집무실의 6개 지점은 서울 정동, 석촌, 서울대 근처, 목동, 왕십리, 경기 일산 등 주택가에 있다. 주택을 빌려 개조한 곳도 있고 주상 복합이나 상가 건물에 들어간 곳도 있다. 일산의 고양타워점은 예전 KT 전화국의 기계장비실을 개조했고, 왕십리점은 철도하역장을 바꿨다. 김 대표는 원래 공간의 특성을 최대한 활용해 디자인했다. 한 자세만 고집할 것이 아니라 다양한 자세로 일하면서 능률을 높일 수 있는 공간으로, 알리콘 구성원들 또한 집무실서 자주 일하고 있다."

공간에 진심인 구성원이 모인 덕분에 특별한 공간도 탄생할 수 있었다. '워크 모듈'이 대표적 사례다. 워크 모듈은 일을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요소를 집약한 구조다. 전면 시야가 열려 있어 캐주얼한 '네스트(NEST)', 좀 더 여유 있는 일인 공간인 '하이브(HIVE)’, 막혀 있는 공간을 원하는 이들을 위한 '케이브(CAVE)'. 이 개성 넘치는 삼형제 가운데 개인의 취향과 업무 효율에 따라 선택하면 된다. 최상의 효율과 안정감, 여기에 세련됨을 더한 디자인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집무실은 인공지능(AI)과 IoT가 '관리자' 역할을 한다. 계절별 다른 일출몰 시간을 파악해 조명 조도를 높이거나 낮추고, 마지막 이용자가 퇴실하면 전체 공간에 조명이 자동 점멸된다. 좌석 사용 현황이 자동 통계화돼 이용자들은 집무실 지점별 혼잡도를 앱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이 같은 '관리자' 인기가 높아지자, 알리콘은 집무실에 설치한 솔루션 일부를 '집무실 문'이라는 별도 상품으로 개발했다. 일종의 운영체계(OS)를 판매하는 것으로, 지난 4월 출시한 바 있다."

집무실을 이용하는 기업 고객 관리자는 대시보드를 통해 여러 장소에 있는 직원들의 근무 장소와 이용시간 등 업무 현황을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다. 이름과 연락처를 입력하거나 삭제하는 것 만으로도 간편하게 사용자를 관리할 수 있다. 협업이 필요한 직원들은 집무실 앱을 통해 동료의 출근 시점 알람을 제공받고 메신저로 대화할 수 있다. 로켓펀치와 집무실의 가입 계정을 일치, 이용자간 비즈니스 프로필 확인으로 업계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는 구조도 만들었다.

"구성원들은 공간을 향한 '진심'을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 단순히 예쁜 디자인에 집중하는 것이 아닌, 일이 잘되는 환경과 공간 경험에 초점을 맞춰 늘상 이야기를 나눈다. 로켓펀치는 네트워크, 집무실은 공간이라고 한다면 이를 통합한 온·오프라인 플랫폼으로 나아가고자 한다. '오피스 OS'를 만들어 제공하고, 새로운 일하는 방식을 끌어낼 것이다. 함께 일할 사람을 쉽게 찾고, 네트워크 기회들도 잘 포착되도록 도울 것이다. 공간을 통해 경험을 확장하는 혁신 말이다."

이영아 기자 twenty_ah@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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