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힘든 시간을 거치면서 다시 일어섰다. 안정적인 운영과 경영이 가능하도록 체질 개선을 이뤘다. 성장을 위한 실험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 것이다. 이를 무대 삼아 회사와 함께 성장하고 싶은 분들을 기다린다. 도전을 사랑하는 분들에게 무궁무진하게 기회가 열려있을 것이다."
 
박미현 스푼라디오 HR 그룹장의 말이다. 지난해 스푼라디오는 위기를 맞았다. 하루가 멀다하고 국내외에 신규 서비스들이 나오면서 경쟁이 치열해졌고 이로 인해 고객유치비용은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올라갔다. 설상가상으로 투자 시장도 얼어붙었다. 준비중이던 시리즈D 투자 유치도 실패, 직원과 사무실을 절반으로 줄이며 허리띠를 졸라맸다.

스푼라디오는 올해 투자유치 없이 이익을 내는 전략으로 방향을 전환했다. 이후 서비스 본질에 대한 개선, 수익을 창출하는 구조 구축에 힘썼다. 비 온 뒤 땅이 굳는다고 했던가. 일련의 시련을 함께 극복하며 직원들은 더욱 끈끈해졌다. 스푼라디오의 재도약을 함께하기 위해 여러 인재들도 몰려들었다.


더 단단하게 뭉친 '스푼라디오'

스푼라디오는 구조조정을 거치면서 회사의 핵심 가치를 재점검했다고 한다. 고객이 원하는 제품,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선 본질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스푼라디오 구성원들은 20가지 핵심 가치를 공유하고 있었는데, 이를 깎고 다듬어 8가지로 재정비했다. ▲사용자가 아닌 팬을 만든다 ▲건강하게 충돌하고 결정되면 지지한다 ▲피드백을 들었으면 '우선' 고맙다고 한다 등이다. 8가지 핵심 가치는 스푼라디오 사무실 곳곳에 크게 붙어있다.

/그래픽=디디다 컴퍼니 제작
/그래픽=디디다 컴퍼니 제작

"구성원들이 조금 더 재밌게 받아들이고, 기억하기 쉽도록 만들었다. '핵심가치사용설명서'도 꾸렸다. 핵심가치를 어떻게 실천할 지를 담겠다는 취지였다. 업무적인 고민에 맞닥뜨렸을 때, 어떻게 해야할지, 유의사항은 무엇인지 등 일종의 행동강령을 담은 셈이다. 예를 들면, 고객이 실망할 때 '사용자가 아닌 팬을 만든다'를 본다. 설명서에 담긴 '한 명의 고객도 중요하지만 우선 다수 고객의 페인포인트(고충점)를 먼저 해결하자' 등의 유의사항을 참고할 수 있다."

스푼라디오 조직구성은 ▲개발 그룹 ▲상품 프로덕트 그룹 ▲글로벌 비즈니스 그룹 ▲마케팅 그룹 ▲재무 회계 그룹 ▲인사 그룹 등으로 나뉜다. 그룹 안에는 팀이 존재해 수평적이고 체계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 OKR(목표·핵심결과)도 진행한다. '성과 측정'보다는 '과정 점검'에 가깝다. 정량평가 혹은 정성평가, 상대평가 혹은 절대평가 등 그룹별로 상황에 맞게 체계를 만든다. 그룹에 분배된 성과급 재원을 어떻게 활용할지는 그룹에서 자유롭게 정한다.

"회의 진행 또한 그룹마다 자율권을 갖고 진행한다. 물론 전사 미팅도 있다. 이전부터 '월간회의'라는 이름으로 운영한 '올핸즈 미팅'이 대표적이다. 이 자리에선 경영진이 직접 구성원들의 물음에 답을 해준다. 스푼라디오엔 '건의함'이라는 특별한 소통 창구가 있다. 일종의 '소원상자'처럼 무엇이든 자유롭게 말해보라는 취지로 기획된 것인데, 여러 질문이 들어오기도 한다. 이를 올핸즈 미팅에서 답변하는 것이다. 물론 현장에서 즉석으로 질문을 던져도 좋다."

이런저런 채널을 통해 활발한 소통이 오간 결과, 다양한 복지제도도 정착했다. 자율출퇴근제, 원격근무제, 워케이션 등이다. 워케이션의 경우 반기당 최대 1개월간 원격으로 근무할 수 있다. 물론 일주일씩 분할 사용도 가능하다. 또 4.5일 제도를 채택해 '월요병' 없는 업무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주말부터 매주 월요일 오전까지 충분히 쉬고 나머지 4.5일을 밀도 있게 몰입해서 일한다. 연차 사용 또한 자유롭다. 물론 사용의 사유 또한 먼저 물어보는 법도 없다.


'글로벌 오디오 플랫폼' 재도약

스푼라디오는 새로운 도약을 위해 최근 C레벨 인사를 대거 영입했다. 모두 굵직한 경력을 가진 베테랑들이다. 박신영 최고제품책임자(CPO)는 한국과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다양한 IT 프로덕트 경험을 가진 전문가다. 문명재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영국 다국적 투자은행 바클레이(Barclays)와 스위스계 글로벌 투자은행(IB) USB를 거치며 글로벌 회사들을 상대로 IB 경험을 쌓았다. 이창신 최고기술책임자(CTO)는 네이버의 나우, 라인뮤직, 바이브 등 개발에 참여했다.

/그래픽=디디다 컴퍼니 제작
/그래픽=디디다 컴퍼니 제작

"새로운 임원들의 합류는 좋은 동기부여가 돼주고 있다. CPO 합류 이후엔 PMO(프로젝트 관리) 조직이 새로 생겼다. 프토덕트 매니저와 프로젝트 매니저를 구분했다. 프로젝트 매니저는 개발과 상품간의 협업을 원활하게 해주는 '브릿지' 역할을 한다. 회사가 성과를 내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지금껏 그래온 것처럼, 회사의 전략과 방향을 다양한 채널을 통해 구성원들과 투명하게 소통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임원들이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구성원들이 성장할 때 회사도 성장한다는 믿음으로 지원도 아끼지 않는다. 스푼라디오는 서울을 벗어나 샌프란시스코와 도쿄에서 최장 6개월 근무할 기회를 제공한다. 또 대학 및 대학원 진학도 지원한다. 전공과 업무와의 관련성 판단 후 팀리드가 그룹리드에게 추천해 대상자를 선정한다. 업무와의 관련성이 인정되면 주 0.5시간 유급 휴가를 준다. 한 학기당 학업 보조비 100만원 지급했었다. BI 업무를 보시다 통계학으로 대학원에 진학한 사례도 있다.

"성장을 추구하는 문화를 만들기 위한 노력의 일종이다. 사람이 곧 회사의 자산이라는 대표님의 가치관이 반영됐다. 회사의 자산인 만큼, 해드릴 수 있는 것은 아낌없이 지원하려한다. 그 과정에서 진심을 전하기 위한 노력도 잊지 않고 있다. 어린이날엔 직원들에게 선물과 함께 편지도 보냈다. '아버님이 우리 회사에서 중요한 일을 하는 훌륭한 분'이라는 문구에 감동을 받았다는 직원도 있었다. 직원들을 위한 회사의 지원과 지지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스푼라디오는 힘든 시기를 딛고 우뚝 일어섰다. 지난 1월부터 매월 흑자를 기록하고 있으며, 3분기 기준 누적 340억원 매출과 40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서비스 본질에 대한 개선, 수익을 창출하는 디제이 성장에 집중하며 성과를 만들어 냈다. 더불어 글로벌 시장 선택과 집중을 통해 가능성이 높은 국가를 집중 공략했다. 그 결과, 일본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한국, 미국, 중동 순으로 유저를 확보해 글로벌 오디오 플랫폼으로 거듭나고 있다.

이영아 기자 twenty_ah@techm.kr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