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진 네이버 창업주와 송치형 두나무 회장/사진=네이버, 두나무
이해진 네이버 창업주와 송치형 두나무 회장/사진=네이버, 두나무

미국과 중국 빅테크에 맞서온 네이버가 국내 최대 코인거래소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를 품으며 글로벌 웹3 시장에 본격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특히 이번 딜은 단순한 인수 합병, 또는 창업자들의 엑시트(exit)가 아닌 한국 인터넷 생태계의 미래를 새롭게 설계하는 '혈맹' 성격이 강하다는 평가다. 일각에선 이 회장이 네이버와 한국 인터넷 생태계의 미래를 이끌 새로운 인재를 발탁한 것이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2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양사는 다음달 중 이사회를 통해 네이버 자회사 네이버파이낸셜의 두나무 편입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양사 모두 비상장사인 만큼, 구체적인 인수 조건 및 협의사항 논의가 한창인 것으로 전해진다.

네이버파이낸셜이 두나무를 인수하면 국내 핀테크 및 디지털 자산 업계에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네이버파이낸셜이 운영하는 네이버페이는 연간 결제액 80조원에 달하는 온라인 간편결제 업계 선두주자인 데다 두나무의 업비트는 국내 1위를 넘어 글로벌 3위권 자리를 지켜온 아시아 대표 코인 거래소다.

특히 업계에선 네이버가 핀테크 자회사 네이버파이낸셜을 통해 두나무를 완전 자회사로 편입하는 방안에 주목하고 있다. 주목할 점은 기존 창업자들의 퇴장이 아니라, 이들이 네이버라는 거대 플랫폼 속에서 새로운 판을 짜는 방식이라는 점이다. 두나무 창업자 송치형 회장은 네이버파이낸셜을 이끌며 글로벌 웹3 금융 전략을 총괄하고, 또다른 창업자 김형년 부회장은 업비트에 남아 국내외 코인 생태계를 개척하는 이원화 구도가 유력하다.

업계가 주목하는 부분은 이번 거래의 성격이다. 이들이 경영권 매각이 아니라 네이버와의 동맹을 택한 이유다. 사실 두나무는 코인베이스, 바이낸스 등 해외 메이저 거래소가 글로벌 시장을 장악하는 상황에서 한국 특유의 시장을 유지하는 데 한계를 느낀 것으로 보인다. 단순 거래중개를 넘어 금융시장 전반으로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서는 네이버라는 '우산'이 필요했다는 것이다. 두나무 주주들 역시 나스닥 상장 등 더 큰 꿈을 네이버 간판을 달고 실현할 기회를 잡았다고 판단해 이번 딜에 쉽게 합의한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네이버는 라인을 비롯, 최근 웹툰테인먼트까지 미국 증시 입성 경험을 갖추고 있다. 

송치형 두나무 회장(오른쪽)과 김형년 두나무 부회장(왼쪽)/사진=서울대학교
송치형 두나무 회장(오른쪽)과 김형년 두나무 부회장(왼쪽)/사진=서울대학교

네이버 입장에서도 금융 부문은 오랜 약점으로 꼽혀왔다. 검색, 콘텐츠, 쇼핑 등 대부분의 영역에서 독보적 사업자 지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정작 미래에셋과의 전략적 제휴는 기대만큼 시너지를 내지 못하는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차세대 웹3 금융시장이 열리며 위기감이 커졌다. 코인베이스를 필두로, 바이비트, 바이낸스 등 혁신적인 사업자들이 속출하고 국내 투자자들이 국경을 넘나들며 과거 인터넷 플랫폼의 장벽도 허물어진 모습이다.

무엇보다 두나무의 압도적인 수익성과 원화 스테이블코인 등 정책적 환경 변화가 맞물리며 이번 딜은 빠르게 급물살을 탔다. 특히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토종 인터넷·핀테크 생태계를 확대할 기회가 열린 점도 속도전에 불을 지폈다는 분석이다. 글로벌 스테이블코인에 맞서는 원화 기반 코인, 그리고 네이버 플랫폼과의 결합은 한국판 웹3 금융 플랫폼의 모델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업계에서는 네이버 창업자 이해진 이사회 의장과 송치형 두나무 회장의 개인적 신뢰도 이번 딜의 중요한 배경으로 꼽는다. 이미 이 의장은 자녀에게 경영권을 승계하지 않겠다는 뜻을 간접적으로 피력해온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한국 인터넷 생태계를 이끌 차세대 인재 발굴에 그 어느 때보다 적극적인 상황이다. 이 과정에서 글로벌 시장에서 길을 찾지 못한 송 회장과 이미 글로벌에서 성공 경험을 갖춘 이 의장의 이해 관계가 맞아떨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업계에선 이 의장이 네이버 생태계를 이끌 새로운 키맨으로 송치형 회장을 발굴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두 사람은 각각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86학번, 98학번 선후배 사이다. 김형년 부회장 또한 서울대학교 농경제사회학 95학번으로 이 의장의 학교 후배다. 두 사람 모두 2012년 두나무 창업 당시 서울대학교의 교내 사무공간을 활용할 만큼, 모교의 적극적 지원을 받아온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따라 이번 거래는 단순한 엑시트나 기업 인수합병(M&A)이 아니라 한국 인터넷·핀테크 생태계를 지키고 확장하기 위한 전략적 '윈윈'으로 보는 시각이 힘을 얻고 있다.

양사 내부 사정에 정통한 업계 한 관계자는 "이 의장 입장에선 업비트를 단숨에 국내 1위 거래소로 키워낸 저력이 있으며, 기술과 금융 비즈니스를 동시에 이해하는 보기 드문 리더라는 점에서 두 사람을 높게 평가한 듯 하다"며 "단기적으로 네이버 금융사업을 웹3 중심으로 새롭게 설계하는데 두 사람의 역할이 매우 중요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수호 기자 lsh5998688@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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